우리가 바로 영화
우리가 바로 영화
영상을 전공하는 학생이라면 한 번쯤은 이런 스토리의 예능 프로그램을 떠올렸을 것이다. 나도 항상 학생작품으로 단편영화를 찍을 때 현장에서 자주 하던 말이 “지금 우리가 진짜 영화인데?” 였다. 워낙 기상천외한 일들이 수도 없이 일어나기 때문에, 현장에 있는 우리가 바로 다큐멘터리고 예능이고 영화였다.
페루와 라오스
이 예능에 가장 끌렸던 결정적인 이유는 나 또한 졸업 작품을 해외인 라오스에서 촬영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영상 속에 나오는 인물들과 그때의 내 모습이 많이 겹쳐 보였다. 나도 직접 경험을 해봐서일까. 촬영을 하기 위해 페루로 떠나는 장면부터는 보는 게 살짝 두려울 정도였다. 해외에서 촬영을 한다는 것이 상상 이상으로 힘들다는 것을 몸소 느꼈기 때문에 그 고생길을 그저 내가 누워 과자나 먹으면서 봐도 되는 것인지 죄송스러웠다. 그래서 영상을 보는 내내 마냥 편하게 웃을 수만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슬픈 사실 중 하나는 영상 속 스태프들이 고생하는 많이 고생할수록 보는 사람의 즐거움이 배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 또한 라오스에서 촬영을 하면서 고통스러운 일을 겪을 때마다 매번 생각했다.
“졸업작품전 때 영상으로 보면 지금 내 힘든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막 웃고 있겠지?
그렇다면 잘했어 경희야! 앞으로 더 힘들자!”
마!추!픽!추!
처음에는 많고 많은 해외중에 왜 페루였는지 궁금했다. 그에 대한 이유가 특별히 나오지 않고 처음부터 장소를 페루로 정해 촬영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상 속에서 마추픽추를 본 이후부터는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솔직히 보고 있으면서도 저게 실제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 만큼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신비스러웠다. 마치 마추픽추를 감싸고 있는 그 하얀 안개속에 산신령이라도 살고 있을 것만 같았다. 죽기 전에는 꼭 아름다운 마추픽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 그리고 마추픽추 노래가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정민배우님이 온종일 부르고 다니던 마추픽추송. 앞으로 나도 종종 부르고 다녀야지.
서로였기에
정민배우님이 원래부터 현경배우님, 아성배우님과 친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영상으로 보니 그 사람들이 왜 친하게 지내는지 알 것 같다. 세 명에게서 비슷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순수한 색깔의 에너지라고나 할까. 촬영 내내 서로가 서로를 많이 의지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더러 나까지도 든든해지는 느낌. 그렇게 현장에 든든한 동료가 있다는 것은 정말 그 촬영을 끝까지 해낼 수 있는 유일한 힘이 된다. 그 힘이 단단하게 존재했기 때문에 무사히 웃으면서 촬영을 끝마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는 모두 서로가 서로였기에 가능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Five Years Later
이 예능은 정민배우님이 동주로 이름을 알리기 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계속 막내 스태프라는 이름이 따라다니고 별로 유명하지 않다는 둥, 스케줄이 없다는 둥 끊임없이 인기없는 신인배우 취급을 당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오 년 후. 역습을 꿈꾸며 슬레이트를 치던 그 막내 스태프는 자신이 연출한 뮤직비디오를 당당히 발표한다. 팬으로서 이토록 뿌듯함을 느끼게 해주는 배우가 또 있으랴. 이렇게 정민배우님의 발자취를 들여다보면 정말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처음에는 연기과가 아닌 영화과였던 당신. 연기만큼 연출도 잘 하는거 아니까 앞으로 욕심내서많이 해주었으면 좋겠다.
易地思之
이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의 느낌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易地思之(역지사지)” 라고 말하고 싶다. 언제나 배우의 자리에서 연기를 해왔던 그들이 스태프가 되어 현장에서 모든 것을 책임졌기 때문이다. 이 역전된 상황이 나는 왠지 모르게 계속 눈에 들어왔다. 둘 중에 누가 더 힘들다고 감히 단언할 수 없을 정도로 배우와 스태프는 모두 각자의 어려움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저 머리로 생각을 하는 것과는 다르게 그 사람의 입장에서 몸소 체험해 보는 것은 여간 특별한 일이 아닐 것이다. 분명 옆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준 스태프들에게 고마움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이런 감정을, 울림을 전달해주는 프로그램이 앞으로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록 페루에서 수없이 고생했지만, 다친 사람 하나 없이 무사히 촬영을 마쳐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영화도 멋지게 나와서 더욱 다행이다. 비록 지금은 시간이 조금 지났을지라도 아직 정민배우님은 페루에서의 추억에 살고 있을 것만 같다. 그만큼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다.언젠가 그에게 힘겨운 순간이 뜻하지 않게 찾아왔을 때, 페루에서의 기억들이 버틸 수 있는 힘이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