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움 속에 신중함을 더하다
사실 나는 장기하라는 사람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다. 그저 내가 알고 있는 것 뿐 이라곤, 꽤 독특한 자기만의 음악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의 음악을 들으면 단번에 장기하의 노래이구나 하고 알아차릴 만큼 말이다. 그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이 책을 단번에 집어 들게 되었을까. 아마도 제목에서 느껴진 강렬한 이끌림 때문인 듯하다. 항상 나만의 질서를 정하고 그에 맞추어 생활하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도저히 떠올릴 수 없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곧 이 책을 선택함으로써 음악으로는 들을 수 없었던, 장기하라는 사람의 머릿속 한 켠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사소함에서 행복을 맛보다
책을 덮고 생각해 보았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으로 꼽고 싶다. 이 챕터에서는 저자가 라면을 끓이기 전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지부터 시작해 젓가락질을 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과 함께 곁들여 먹는지 등 라면을 먹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매우 세세하게 소개한다. 솔직히 이런 글을,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런 글을 쓴 사람은 생전 처음 봤다. 어느 누가 라면을 끓이는 모습을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서술한단 말인가. 그래서 그런지 누군가는 이러한 글을 읽으며 비웃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이러한 글들이 그 사람을 진정으로 표현해주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오래전부터 꾸준히 좋아하고 있는 음식을 먹을 때만큼은 본연의 내 모습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계속 실천해나가며 행복을 느끼는 삶. 이를 비웃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작고 작은 기분도
우리는 “기분 탓이야.” 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곤 한다. 그리고 그는 이 기분을 많은 이들이 좀 하찮게 여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이에 매우 동의한다. 기분파라는 단어 또한 마찬가지다. 순간적인 자기 기분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을 말함으로써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주로 쓰인다. 하지만 그는 인생에서 좋은 기분보다 중요한 것은 별로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니 남들 앞에서 내 기분을 숨기려고 노력했던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누군가에게 화가 날 때, 서운할 때, 만족스럽지 않을 때 등 내 얼굴 표정에서 그 기분을 들키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 내 기분을 드러내는 순간 상대방 또한 불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나쁜 기분도, 좋은 기분도 모두 다 같은 기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좋은 기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굳이 숨기지 않으려고 한다. 그가 말한 것처럼 기분은 아주 소중한 것이기에, 작고 작은 기분까지 사랑해야겠다.
찰나의 순간을 담으려면
이미 SNS와 우리는 뗄 레야 뗄 수가 없는 존재가 돼버렸다. 장기하와 같은 연예인들은 SNS라는 존재가 나보다 더 거대하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SNS로 인해 많은 것을 얻기도 하지만, 잃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SNS를 어느 정도 즐겨하지만, 이에 목을 매는 것은 매우 반대이다. 내가 짐작했던 것처럼 그는 SNS에 열광하는 사람 중 하나는 아니었다. 그래서 다행히 그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것 같다. 사진이나 동영상 따위를 찍기 위해 휴대폰 화면을 통해 무언가를 보는 것 자체가 김이 빠진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오래전에 내가 정말 좋아하던 가수의 공연을 보던 중, 동영상을 찍느라 제대로 공연을 관람하지 못한 기억이 있다. 이처럼 우리는 그 순간을 직접 마주하기보다 SNS에 기록하기 위해 휴대폰을 들여다보기 더 바쁘다. 이제부터는 그의 말처럼 찰나의 순간을 사진이 아닌 눈에 담으려 더 애쓰려한다.
장기하라는 사람은 나 혼자 그가 어떤 사람인지 상상했던 부분과 어느 정도 맞닿아 있었다. 남들이 하찮게 생각하는 것을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자유로움 속에 신중함을 더할 줄 알고, 평범해 보이고 싶어 하지만 그의 개성이 더해져 어쩔 수 없이 독특해 보이는. 그와 얼굴을 마주보며 이야기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그의 음악이 곧 그의 모습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그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던 것일지도 모른다. 장기하의 삶 속 한 귀퉁이를 엿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목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일 수 있어서 다행이다. 매 하루하루가 혼란스러운 순간 속에서 살고 있는 지금, 그가 알려준 마법 같은 주문을 외쳐본다. 어찌 됐든 뭐,
“상관없는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