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라는 음식은 장면이 참으로 많은 음식이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가 먹었던 학교 앞 분식집 떡볶이, 자취방에서 떡국 떡으로 만들어준 친구 표 홈메이드 떡볶이, 새파란 입김을 내뱉으며 새벽에 혼자 먹었던 포장마차 떡볶이까지. 마법처럼 신기하게도 떡볶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떡볶이에 대한 장면들이 뭉게뭉게 그려진다.
떡볶이와 함께 한 가장 최고의 장면은 무엇보다 한강에서 배달을 시켜 먹는 엽기떡볶이일 테다. 무엇보다 집에서 먹는 집밥이 최고라는 어머니의 말씀에 따라 우리 집은 배달음식이 거의 금기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떡볶이를 왜 그렇게 비싼 값에 사서 주고 먹는지에 대한 물음에 열심히 설명해 끝끝내 떡볶이 주문에 도달한다 하더라도, 결국 매워서 아무도 먹지 못하고 나 홀로 쓸쓸하게 먹어야 하는 신세이기 때문에 나에게 엽기떡볶이는 귀하고 귀한 음식이라고 볼 수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먹고 싶은 이 떡볶이 욕구를 누르고 나는 종종 드넓은 한강을 찾았다. 그리고 친구와 함께 자유를 만끽하며 떡볶이 금지령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떡볶이를 주문했다. 주문은 언제나 동일하다. 우선 배달료가 가장 적은 떡볶이 가게를 재빠르게 선점한다. 엽기떡볶이는 세트보다는 단일로 시키는 것이 더 맛있기 때문에 떡볶이와 계란찜, 주먹밥을 차례로 장바구니에 담는다. 나는 폭넓은 매운맛 스킬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맵기 단계 결정권은 함께 먹는 친구에게 양보한다. 대신 어묵보다는 무조건 떡 많이! 마지막 화룡점정으로 소시지 추가! 엽기떡볶이를 엽기소시지로 만들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소시지 추가는 빠트릴 수 없는 요소 중 하나이다. 떡볶이에 따라오는 쿨피스는 기본으로 하나씩 주기 때문에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친구가 있다면 보너스로 하나 더 주문해도 좋다. 그리고 돗자리 위에서 나른하게 한강을 보면서 떡볶이를 생각하다 보면 금세 따뜻한 떡볶이가 내 눈앞에 놓아져 있다. 뚜껑을 열자마자 치즈와 함께 피어오르는 떡볶이 향을 실컷 맡고 나서 그토록 기다려온 소중한 떡볶이를 본격적으로 집어 올리기 시작한다. 햇빛에 반짝이는 한강 풍경은 덤. 말랑한 단무지와 싸서, 통통한 소시지와 함께, 계란찜 한 모금과 같이, 동그란 주먹밥에 올려 먹다 보면 어느새 떡볶이는 사라지고 국물만 둥둥 떠다닐 뿐이다. 그러면 나는 국물을 뒤적거리며 말한다. 떡볶이 누가 다 먹었어! 그리고 이 귀하고 귀한 떡볶이를 또다시 먹기 위해 입맛을 다시며 다시금 한강을 찾아올 날을 마음속으로 기약한다.
떡볶이를 어디서 먹었는지, 누구와 함께 먹었는지, 떡은 밀떡이었는지 쌀떡이었는지, 맵기 정도는 어땠는지, 세세한 것들이 하나씩 달라질 때마다 떡볶이에 대한 기억도 미세하게 달라진다. 앞으로 나는 또 어떤 모양의 떡볶이를 만나게 될까. 새로운 떡볶이와 함께 만들어갈 장면은 어떠할까. 당신과 떡볶이가 함께 한 가장 최고의 장면은 어떤 것일지 참으로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