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기대가 되는 해였다. 갑자기 찾아와준 쉬는 시간 덕분에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해 동안 경험해 보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차근차근 세웠고, 연말이 성큼 다가오고 있는 지금 돌이켜보면 하나도 빠짐없이 버킷리스트를 모두 이루었다. 신년을 맞이해 다녀온 템플 스테이, 초겨울에 어렵게 땄던 운전면허, 매년 함께하고 있는 무주산골영화제, 한여름의 제주도 두달살이, 수많은 관객들과 함께한 보름간의 부산국제영화제 봉사, 마지막으로 올해를 장식해 줄 한 달간의 유럽여행까지. 이렇게 알차게 한 해를 보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일 년을 꽉 채워 보냈다.
참으로 겁이 많은 나였다.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그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크나큰 두려움이 되곤 했다. 그럼에도 재미있는 사실은 걱정은 많지만 도전을 좋아하고, 두려움은 많지만 새로움을 꿈꾼다는 것일 테다. 이 두려움을 딛고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일 년이라는 주어진 시간. 내가 정한 이 시간이 나를 나아가게 했다. 어떻게든 이 시간을 현명하게 보내기 위해 나를 계속 움직이게 했다. 대학생 이후로는 처음으로 다른 지역에 살면서 집의 소중함도 느끼고, 수없이 가족들을 그리워도 하고, 때로는 울면서 밤을 지새우기도 했지만 제주도 친구들, 부산 친구들, 유럽 친구들이 많은 힘이 되어주었다. 우연히 만났음에도 원래 알고 지내던 사이처럼 반겨주고 웃어주던 올해의 고마운 친구들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사실 지금은 런던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이다. 이미 비행기를 타고 가고 있는 이 순간에도 설레는 마음보다는 무서운 마음이 더 앞선다. 나 같은 겁쟁이가 유럽 여행을 가다니.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용기를 낼 시간이다. 더 멋진 올해의 나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