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에펠탑을 마주했던 순간. 교과서에서만 보던 에펠탑이 튀어나와 내 눈앞에 나타나 있을 때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사실 왈칵 눈물이 날 것만 같아 꾹 참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진짜 파리에 왔구나. 내가 진짜 에펠탑에 있구나. 비로소 내가 유럽에 왔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웅장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아름다웠던 에펠탑은 마치 나를 반겨주는 듯 반짝거렸다. 누군가 에펠탑이 얼마나 아름답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다가와 결혼하자고 프러포즈를 해도 좋다고 대답해 버릴 수 있을 것만 같을 만큼의 아름다움이라고.
한 달 동안 10개국 17도시를 돌면서 유럽의 모든 곳을 샅샅이 여행했다. 환하게 빛나던 파리 오르세 박물관에서의 반 고흐 자화상, 눈보라가 쳐서 손발이 꽁꽁 얼 것 같았던 스위스 융프라우, 그저 넋 놓고 바라봤던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 유럽 여행이 서서히 끝나가는 게 실감 났던 니스 해변에서의 일몰, 축구는 잘 모르지만 온종일 신나 있었던 바르셀로나까지. 패딩에 목도리를 둘러매고 핫팩을 주머니에 넣고 손으로 움켜쥔 채 다니던 추운 동유럽부터 햇빛이 비치는 아래에서 먹었던 젤라또가 유난히 달콤했던 서유럽까지 한 달 동안 있었던 유럽에서의 모든 순간 하나하나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은 바르셀로나에서 헬싱키로 가는 비행기 안이다.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 자연스럽게 옆자리에 앉은 외국인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내 왼쪽에 앉은 일라리씨는 헬싱키 사람이고 파일럿이라고 한다. 서툰 영어지만 한 달 동안의 유럽 여행 사진을 보여주고 자랑하며 한국에 꼭 놀러 오라는 말을 전했다. 당신이 분명히 좋아할 거라는 말과 함께.
런던으로 향하는 비행기보다 인천으로 향하는 비행기가 더 설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한국으로 돌아가서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마음 때문일 테다. 유럽에 갈 때까지만 해도 두려움이 가득했던 내가 유럽에서 가지고 돌아온 건 용기가 아닐까. 바짝 겁에 질려 있었던 내가 유럽 여행을 한 달 동안 무사히 마치고 나니 두려울게 없어졌다. 아무래도 유럽에서 두려움을 두고 온 대신 용기를 가지고 온 것 같다. 이 용기를 한국까지 잘 들고 가야지. 이제 하늘 높이 떠있는 비행기에서 창밖을 바라봐도 더 이상 무섭지 않다. 비행기가 떨어질까 봐 무서운 마음 보다 비행기가 도착하는 곳에서 어떤 일이 생길지 궁금한 마음이 앞선다. 에펠탑보다 더 빛나는 유럽에서의 기억 위에 펼쳐질 앞으로의 또 다른 시작이 기대가 되는 비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