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겨울은 싫어서

by 경희

나는 추위를 많이 타. 그래서 겨울이 싫어. 겨울이 영원히 계속될 것 같아서 무섭기도 해.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검은색 롱패딩을 입고, 두꺼운 목도리를 칭칭 둘러매고, 폭닥폭닥한 털이 가득한 어그를 신어도 매서운 겨울바람에 자꾸만 눈이 시려워. 자꾸만 동그란 입김만 새어 나와. 왜 사람들은 여름보다 겨울을 좋아할까. 나는 여름이 훨씬 좋은데. 하지만 여름까지는 바라지 않아. 그저 봄이라도 오기를 바랄 뿐.


봄은 언제 올까. 봄이 오긴 할까. 슬프게도 아직 겨울이 한창 진행 중인 것 같아. 눈이 오면 모두가 눈을 잔뜩 즐기느라 바쁘더라.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하고, 어린아이로 돌아간 듯 눈을 가지고 온종일 놀곤 하지. 사실 나는 눈이 그리 반갑지는 않은데. 눈도 좋지만 눈 대신 벚꽃이나 와르르 내렸으면. 눈도 좋지만 그치만 겨울에 벚꽃이나 활짝 피었으면.


겨울이 싫은 이유는 참 많아. 겨울엔 손이 너무 차가워서 네 손을 잡아줄 수가 없잖아. 산뜻한 봄이라면 더 세게 잡아줄 수 있을 텐데. 내 마음은 뜨거운데 추운 날씨 탓에 내 마음이 식어버릴까 봐 두렵기도 해. 만약 내 사랑이 계절이 된다면 사계절이 봄 봄 봄 봄일거야. 한겨울에도 영상 22도일 거야. 일 년 내내 벚꽃이 팝콘처럼 만개할 거야. 내가 도깨비도 아니고 너무 꿈같은 일인가. 그냥 지금 내리는 눈을 새하얀 벚꽃이라고 생각하는 게 빠르려나. 그래도 너랑 같이 걸으면 차디찬 눈도 따뜻한 벚꽃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이 싫고 싫은 겨울이 조금은 좋아질지도 모르겠다. 이 겨울이 얼른 가고 너와 봄을 즐기고 싶은 마음뿐이야. 여전히 너는 좋은데 여전히 겨울은 싫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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