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데일리언 Jun 02. 2021

그 많던 대학생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어디 가긴 집에서 온라인 수업 듣고 있지



몇 년 전 카카오뱅크 소액대출상품의 주 타겟층이 대학생들이라는 기사가 났다. 기사에 달린 일부 댓글들은 대학생의 씀씀이를 비판했다. 경제생활도 안 해봤으면서 대출부터 받냐, 돈을 벌고 놀아야지 놀고 갚으려 하냐, 꾼 돈으로 여행이 가고 싶냐 등 요즘 대학생들의 경제관념에 대한 윗세대들의 나무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성세대에겐 재테크의 출발이 근로와 저금이었기에 그 기사는 대학생들이 철없는 꼬마처럼 비추어지기에 딱 적당했다.


그러나 나는 대출을 받아서 여행을 다녀온 대학생들의 용기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기성세대의 우려를 귀담아듣지 않아도 괜찮다며 말이다. 이게 여가를 위한 대출을 장려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대학생 때부터 악착같이 모으지 않아도 괜찮다고 전하고 싶을 뿐이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추억이 밥 먹여주니?
먹여주진 않아도 먹게는 해줘요.

(주관주의) 아주 공격적으로 어딘가에 투자하지 않는 이상 대학생 때 모은 돈은 정말 대학생이 모은 돈일 뿐이다. 수입이 없던 당시에는 너무나 커 보이던 금액이 사회에 나오면 “그때 그 돈이 없어서 그랬었지...”하며 스스로에게 짠한 마음이 들게 한다. 만약 대학생 때 인상 깊은 곳으로 여행을 다녀온 추억이 있다면 그 추억은 추후 나에게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의 경우, 대학생 때 모은 (그때 기준으로는 목돈, 지금 기준으로는) 소액보다도 미국 여행을 다녀왔던 순간에 대한 추억이 더 큰 재산이다. 20대 초반에 쌓은 추억은 단순히 여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훗날 지친 나에게 힘이 될 수 있다. 이후 본인이 사회에 나오고 경제적 여유가 생긴 뒤 여가를 계획한대도 그땐 쉽게 시간적 여유가 따라주지 않는다. 타이밍이 늦어질수록 고된 여정에 대한 거부감도 생기고 편안함과 휴양만 추구하는 성향이 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살아보니 그렇게 되더라..


트생트사, 놀면서 배우는 Z세대

Z세대는 각종 재테크 열풍과 함께 자라왔고 다양한 경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정보의 바다가 항상 손에 쥐어져 있다. 주식이나 코인이 뜨거운 감자가 된게 당장 어제의 일은 아니다. 트렌드에 죽고 트렌드에 사는 Z세대들이 이러한 경험을 등한시할 리가 없다. 그들은 수입이 없더라도 경험을 해보았거나 혹은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고, 오히려 여느 사회인보다 더 잘 알고 있을 수도 있다. 또한 현시대에는 각종 금융 관련 정보를 전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플랫폼별로 차고 넘친다. 그중 1020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들이 전하는 경제 정보를 통해 Z세대는 ‘놀듯이’ 습득하며 성장해왔고 또 성장하고 있다.


취업도 전에 은퇴를 꿈꾸는 Z세대

우스갯소리로 장래희망을 물었을 때 ‘건물주’라고 대답하는 나이가 점점 어려지고 있다고 한다. 건물주는 곧 불로소득의 상징, Z세대는 이미 불로소득에 대해 갈망하고 있다. 그래서 벌써 파이프라인을 만들기 위해 N잡을 하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으며, 취업도 전에 파이어족을 목표로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Z세대의 큰 특징이기도 하다. 그들의 파이프라인에는 스마트스토어 운영, 주식 투자, 전자책 판매 등 다양한 루트의 수입원이 존재한다. 기성세대가 알바하고 공부하면서 대학생활을 보낸 것과는 전혀 다르니 세대 차이, 견해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성세대의 대학생활에 필수요소였던 OT도 MT도 없고 잔막도 농활도 축제도 없는 대학생활, 그것이 지금 대학생의 현주소다. Z세대에게 대학생활은 그저 화면만 바라보는 시간으로 채워져 있다. 하늘길이 막혀 여행도 불가하니 Z세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 인생의 큰 동기부여가 필요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비록 근로소득은 아니지만 그걸 발판 삼아 더 넓은 견문을 갖추게 된다면, 그게 당신의 인생에 레버리지가 된다면 대출을 꼭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그랬다고 Z세대에게도 고리타분하고 천편일률적인 저축과 소비를 기대한다면 그것은 시대적 착오다. 점점 낭만과 추억이 사라지며 회색빛으로 변해가는 시대, 그에 굴하지 않고 대학생들의 꿈은 오색빛으로 찬란하게 빛나기를 바라본다. 




작가의 이전글 컴맹에서 컴공으로, 그리고 개발자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