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가장 양극화가 심하며 극빈층의 수가 2천만 명에 육박하는 인도 뭄바이.
이곳에서 <슬럼 홈스테이 뭄바이>라는 '빈곤 투어'가 성업 중이라고 한다. 투어를 중개하는 업체들은 최대 빈곤 마을인 '다라비'의 중심으로 파고들수록 그 수가 증가한다. NGO 단체에서 오랫동안 슬럼 재건 관련 운동을 전개해오다 단순 가이드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판단 하에 보다 더 효과적인 방안을 고려하게 되었다는 네덜란드 출신의 비들(32)씨는 빈곤 투어의 긍정적인 목적을 거듭 강조한다.
이 분의 진의, '빈곤 체험을 통한 경각심 환기'와 같은 최초 의도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NGO 활동을 장기간 해왔던 것으로 보아 정말로 그들의 삶이 조금이나마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것이다. 적어도 타인의 고통을 함께 나누기 위해 헌신하는 태도만큼은 존경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한 개인의 의도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꾸만 그 진심이 왜곡된다는 것이다.
슬럼 투어는 이미 오래전부터 수많은 국가로 확장된 상태라고 한다. 윤리적 관광을 위한 시민단체 '투어리즘 컨선'에 따르면 남아공 케이프타운 타운십에는 연간 300만,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호싱야에는 4만 명이 찾는다고 한다. 이러한 형태의 투어가 가지는 핵심 논쟁점은 바로 '가난의 상품화'이다. 뭄바이의 경우, 평균적으로 일일 숙박비는 '3만~4만 원'이라고 한다. 그중 상당 금액이 숙박을 제공한 집주인에게 돌아간다고 한다. 일부 업체는 수익의 80%를 해당 지역 개발금으로 기부한다고 주장하지만 그 혜택이 제대로 주민들에게 분배되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사견을 더하자면, 투어를 진행하는 지역이 발달될수록 투어의 필요성과 수요가 줄어들 터인데 과연 업주들이 진정으로 기부 활동을 증진시키고 있을지 의문이다. 그 말은 곧 여전히 '돈이 되기 때문에' 갖은 비난에도 아랑곳 않고 사업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내일 일용할 양식이 없어 걱정하는 가족들에게 이성적인 판단을 권유하는 것은 '누리고 사는' 우리들의 욕심이고, 공감 부족이다. 그러니 이 '비즈니스'가 성사되는 과정에서 가격 협상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수도, 교통 등 기반 인프라 확충, 교육 기관 설립과 같이 '진정성 있는' 대화가 오갔을 리는 없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소위 '슬럼 투어'라고 하는 것들이 권력과 자본을 쥐고 있는 세력들이 마치 '단기적인 선처'를 베푸는 것 마냥 비치는 모습들이 달갑지만은 않다.
그것이 유래하게 된 역사를 보면 더욱 그러하다. 1880년대 런던과 뉴욕의 상류층들이 슬럼가를 거닐며 빈곤층의 삶을 관찰한데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남아공의 경우, 백인들이 흑인들의 삶을 체험하고 배우는 투어로 활용되기도 했다. 이 문제의 뿌리에는 우월주의, 인종주의가 묻어 있는 것이다. 물론 현재는 계층 간, 인종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시점이라 '직접적이고 금전적인 도움을 준다'는 취지를 우선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말로 그것만이 최선의 방법일까.
몇몇 주민들, 특히 미성숙한 탓에 본인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어린아이들은 수동적으로 이러한 환경에 노출되고 만다. 숙박객들이 신기한 눈빛으로 사진을 찍을 때면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것 같았다며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아프리카의 한 청년은 그것이 빈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동감한다. 이것은 각자의 마음과 맞닿아 있는 문제다. 여담이지만 필자 역시 어릴 적, 주변 사람들에게 살고 있는 곳을 숨기려 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40년이 다 되어가는 '오래된' 아파트에 산다는 사실 자체가(물론 지금은 전혀 아니지만) 부끄러웠던 것 같다. 다소 극단적인 시나리오지만, 만약 슬럼 투어를 당시 우리 가족에게 적용한다면, 분명 최저 생계비보다 '마음의 상처'를 먼저 얻게 되었을 것이다.
'가난'은 절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막상 그 환경에 처해보면 극복해야 할 불편한 시선들이 너무나 많아서 쉽게 자존감을 회복하지 못하기도 한다.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2% 부족한 위로를 건네기 이전에, '부끄러워하게끔 하는' 사회의 시선부터 거두어야 한다. 그래서 본인은 슬럼 투어가 조금은 아쉽다. 더 이상 가난을 '사고파는 행위' 혹은 '수요와 공급'의 대상이 되는 서비스로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 그들의 삶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그들이 가진 최소한의 존엄을 존중한다면 같은 눈높이에서 한데 어울려 문제를 해결하려는 공감의 태도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차라리 숙박비를 대가 없이 익명으로 기부하거나 지역 주민들이 생산해낸 일종의 공예품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고, 지역주민들과 NGO 단체들이 함께하는 구호 및 개발 활동에 지원금을 보태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금액적 규모면에서 슬럼 투어에 못 미칠 수도 있지만, 기존의 투어 역시 결국은 비즈니스이고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보다 관계자들의 이익을 먼저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보다는 느리더라도 공동체로서 함께 경제적, 정책적 자립심을 향상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옳은 방향성이라고 본다.
더 이상 동떨어진 곳의 이야기로 치부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각자의 진심을 조금씩만 보태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