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의 삽시도 여행기 1탄
왜 삽시도였냐면, 예민하고 내향적인 나는 이 시끄럽고 복잡한 곳에서 벗어나야 했기 때문이다. 최대한 조용하고, 인적 접촉이 적은 곳. 그런 곳에서 나는 쉬고 싶었다. 삽시도는 충남 보령에 소속된 섬으로, 충남에서 세번째로 큰 섬이다. 대천여객터미널에서 배로 40분 정도 타고 들어가야 하고, 배는 하루에 3편이 있었다. 아침 배를 타기 위해 서울에서 4시에 출발한 우리(나와 집사람, 집강아지)는 비몽사몽 간 배를 탔는데, 배를 타면서 알게된 사실이 갑자기 강풍주의보가 뜨는 바람에 섬에 들어온 외지인이 우리로 끝나버렸다는 것이었다. 배에는 대부분 섬의 주민으로 보이는 분들이 계셨다. 보령에서 갖가지 살림들을 챙겨서 섬으로 들어가시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배에서 초등학생 친구들 3명을 만났는데, 이 친구들은 모두 삽시도가 집이라고 했다.
사실 삽시도 여행을 알아보며 초등학교가 있는지를 확인했는데(어디가나 여행지 내 학교를 찾아본다. 이것도 직업병이라면 직업병이려나) 오천초등학교 분교가 있어서 학생들이 있겠거니 했었다. 운이 좋게 그 곳에 다니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서 반가웠다. 친구가 키우는 강아지(쿠키) 이야기를 한참 듣고, 우리 강아지 이야기도 해주고 그렇게 금방 40분이 지났다.
이런 날씨에 강풍주의보가 온다고? 하는 생각을 하며 내린 선착장에서 표지판을 보았다. 2013년 기준, 삽시도에는 약 500여 명의 가구가 거주하고 있다고 했다. 이것도 10년 전 데이터이니, 지금은 그것보다 더 적은 수의 주민만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코로나도 있었고, 지역 특성상 인구의 자연감소가 있었을 것 같다. 실제로 체감하기로도 이 곳은 사람이 없다. 오늘 이 곳에 머무는 동안 만난 사람이라고는 펜션 주인집 사장님 부부, 산책하다가 만난 주민 한 분, 이렇게 세 사람 뿐이다.
그 외에는 오직 바다와 하늘, 나무와 숲. 자연 속을 거닐며 고요함을 만끽했다. 눈에 보이는 색이라고는 온통 하늘과 하늘을 담은 바다의 파란색, 그리고 숲과 나무, 산이 주는 초록색이 전부였다. 밭과 논이 있고, 저수지가 있는 마을. 그리고 어딜가나 눈 앞에 바다가 펼쳐지고, 숲터널이 만연한 삽시도.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태고의 자연을 간직한 섬”이라고 한다. 그만큼 어머니 자연 mother nature의 본래의 모습을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 어떤 자극도 없이, 내가 말하지 않으면 바람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곳에서 우리가족은 산책을 했다. 내가 원하는 휴가란 늘 이런 것이었다. 관광지보다, 맛집보다 나는 고요함을 찾아 떠나고 싶었다. 그것이 내가 원하는 이가락, 즉 집을 떠나는 즐거움이었다.
“이 정도 시골에서 살 수 있을 거 같아?” 하고 물었다. 남편은 여기는 너무 인프라가 없어서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식당도 별로 없고, 마트도 없고, 무엇보다 병원이나 약국이 없어서 일상의 불편함은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여기서 먹고 살 수 있는 게 마땅치 않을 것이다. 내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물 질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기회가 좋아 초등학교에 자리를 얻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정도만 해보았다.
하지만 나는 이정도는 되어야 살 만하다고 생각했다. 예민한 나로서는 삽시도 정도는 되어야 자극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 터. 이 곳엔 상업시설도, 인스타 핫플도 없다. 그 점이 좋았다. 삽시도에는 이 곳에 거주하는 섬 주민들의 삶의 역사와 태고부터 자리를 지켜온 자연만이 주인이 된다. 삽시도 산책을 하며 나는 바람소리를 듣기 위해 자주 입을 닫았다. 나 자신이 온전히 휴식할 수 있는 곳, 내가 꿈꿔왔던 나의 휴식지는 이 곳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했다.
(2탄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