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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 Stress Big Money May 22. 2024

숨겨져 있는 도시 구조의 재생

광장시장 숨겨져 있는 와인바, Hidden Hour 인테리어 프로세스

히든아워[Hidden Hour]

- 주소 : 서울 종로구 종로 32길 21, 4F

- 면적 : 284.00㎡

- 착공/준공 : 2021년 05월 착공 / 2021년 10월 준공

- 설계 : (주)엔에스비엠컴퍼니

- 시공 : (주)엔에스비엠컴퍼니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시장인 광장시장은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시장이 형성되면서 가로 위주의 선형적인 시장 구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변 건축물로 스며들어 하나의 블럭을 형성하게 됐다. 하지만, 편의성과 청결함을 위해 아케이드 천장이 만들어지면서 시장의 일부였던 건축물들의 상부 공간들은 도태되고, 낙후되어 갔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걸려있는 아케이드를 구조적으로 받치고 있는 거대한 기둥 역할을 하고 있는 많은 건축물들의 2층~4층 공간은 시장의 일부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져 있다. 히든아워(HIDDEN HOUR) 프로젝트는 상업적인 목적 이외에, 잊혀져 있던 시장의 일부분을 활용하여 수평적인 시장을 수직적으로 확장하는 것에 의미를 뒀다.

[의외의 공간을 만날 때 우리는 비일상을 경험한다.]

 서울에서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광장시장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수많은 먹거리와 볼거리로 가득한 광장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새롭고 젊은 브랜드들이 광장시장을 주목하고 있고, 그 속에 스며들어 상생을 위한 몸부림이 가득하다. 그런 광장시장의 움직임에는 히든아워(HIDDEN HOUR)의 역할이 크다. 광장시장의 현대화 사업으로 아케이드가 설치되면서 시장의 환경은 아주 쾌적해졌다. 하지만 일부분이 아케이드에 가려지면서 시각적인 시장의 모습은 오히려 축소됐다. 히든아워(HIDDEN HOUR)는 수평적인 시장의 모습을 수직적으로 확장하기 위한 프로젝트이며, 숨겨져 있는 공간을 보여줌으로써 일상과 반대되는 그 이면의 비일상을 경험하게 해 준다.

[수직적 위계는 공간의 영역을 나누는 기준이 된다.]

 히든아워는 광장시장 내부에 위치한 건물 4층에 존재한다.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듯 건축물은 덧대어지고, 증축되어 다양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히든아워 역시 2개의 건물이 합벽으로 연결되어 있는 상태였다. 다양한 바닥레벨로 인해 이형적인 스킵플로어(skip floor) 형식을 가지고 있었다. 히든아워는 [3층 계단실 / 4층 public 홀 / 4.5층 semi-public 홀 / 3.5층 private 히든룸 / 루프탑] 이렇게 5개의 영역으로 구분된다. 모두 바닥레벨이 다르며, 이동하는 동선에 따라 성격이 달라진다.

 계단실을 올라 3층에 도착하면 히든아워만의 새로운 계단을 만나게 되고, 붉은 조명과 구로철판의 어두운 재질감은 입장 전의 전위공간으로 충분하다. 계단을 올라 만나는 출입구에는 쉐프가 추천하는 다양한 와인이 디스플레이되어 있다. 히든아워의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전면에 다양한 각도의 거울들이 주변의 뷰를 조각낸듯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시장(일상)의 공간에서 히든아워(비일상)의 공간으로 이동하는 시각적 요소이다. 배치되어 있는 원형 테이블과 이형적인 테이블 역시 일상에서 볼 수 없는 기하학적인 형태라서 비일상으로의 전환에 힘을 더한다. 그리고 창문밖으로 보이는 광장시장 아케이드 위의 뷰는 마치 속살을 드러낸 듯한 모습이다. 혈관처럼 뻗어져 있는 아케이드의 선형은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어 낸다.

 공사 중에 발생하는 다양한 폐기물들을 에폭시로 굳혀 만들어낸 복도와 계단으로 이동하면 4.5층 semi-public 홀이 나온다. 조금 더 와인과 대화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며, 가끔은 창밖의 뷰를 즐기면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공간이다.

 직원들의 안내가 없으면 인지하지 못할 곳에 히든룸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위치한다. 히든룸은 공사 중에 [Under Water]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마치 물속에 들어가면 물 밖의 공간과 단절되듯이 다른 공간과 영역을 확실하게 분리했다. 푸른 조명과 천장의 Water Wave 스테인리스, 푸른색 에폭시 테이블은 물속 공간을 정확히 표현했다.

 남산 타워와 종로/을지로의 도시 뷰를 볼 수 있는 루프탑은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는 듯한 경험을 주려고 의도했다.

[선택과 집중에 따른 서비스 디자인.]

 히든아워의 주메뉴는 시즌별로 변화한다. 피자&샤퀴테리 / 퓨전한식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시간개념이다. 광장시장의 새로운 모습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고, 그만큼 공간에 힘을 준 것에 반해 기능적인 동선이나 주방의 구조는 합리적이지 못하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서비스동선과 그로 인해 조금은 천천히 진행되는 서비스는 선택과 집중의 결과이다. 하지만 히든아워를 찾는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뷰와 색다른 공간감 덕분에 불편하게 느끼지 않는다.

 물론 영역별로 빠른 서비스를 위한 다양한 수납공간은 존재한다. 와인의 종류에 따라 바뀌는 와인잔과 요리를 위한 앞접시를 구비해 놓고, 서비스 품질을 높였다. 루프탑은 작은 싱크대도 있어서 즉각적인 서비스 대응이 가능하다.

[브랜드를 나타낼 수 있는 재료]

 구로철판은 판재 특유의 수묵화 같은 패턴을 가진다. 그렇다고 한국적인 느낌은 아니지만 정갈하고 차분하다. 진회색에 가깝지만 오히려 어두운 공간에서는 그 패턴이 더욱 잘 느껴진다. 히든아워는 조명이 많지 않다. 공간을 경험하는 고객들이 좌석에 앉으면서 일상에서 숨겨지길 바랬고, 주 재료인 구로철판의 패턴이 잘 느껴지길 바랬다. 대부분의 간접 조명들 역시 구로철판으로 직접 제작했다. 히든아워의 모든 테이블은 에폭시로 제작했고, 작게는 20T에서 많게는 100T 두께로 제작을 했다. 에폭시 면을 잘 샌딩 한 후에 폴리싱작업은 하지 않고, 흐릿한 모습을 그대로 연출했다. 이처럼 공간에서 표현되는 다양한 재료들은 브랜드의 성격을 담고 있다. 공간의 완성도는 브랜드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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