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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여행 Jun 23. 2023

마음에 새긴 태양

와이메아베이 비치의 금빛 석양


금빛 석양을 받아 금빛 모래가 반짝여.

푸른 바다는 이내 이글거리는 금빛을 머금고.

황금태양은 바다 아래로 쏘옥 들어가기 직전 가장 아름다운 빛을 쏟아내.


파도의 흔적일까, 사람들의 흔적일까, 울룩불룩 모래가 만들어내는 굴곡마다 금색 그림자가 포근히 담겨. 하얗게 부서지던 파도는 정서향의 태양을 받아 검게 부서지고 저 멀리 수평선이 점점 더 진한 검정 테두리를 자아내지.


이 시간, 와이메이아 베이의 바다를 색칠할 때는 이렇게 진한 테두리를 그을 수 있는 과감함이 필요하겠구나. 싶어.


정서향의 석양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다채로운 태양의 색에 의해 다른 모든 것은 색을 잃어가는 걸 볼 수 있어.

실루엣만 보이는 아이들과 신랑의 모습을 조심스레 카메라에 담아봐.


(6.16금 7.30pm, Waimea Bay)



폴리네시안 컬처 센터에 다녀왔어. 그곳에서 받은 멋진 문신이 지워지기 전에 찰칵. 내 손도 사진을 찍어줘.  한 번도 몸에 무언가를 그려본 적이 없는 내가 문신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었다면, 어떤 무늬, 어떤 문구를 몸에 새기고 싶었을까? 몸에 새겨지면 정말 마음에도 새겨지는 것일까? 문득 궁금해져.


피지섬의 타투에는 태양, 딸은 별이 있었어. 여덟 살 아들은 가족을 택했고 열한 살 딸은 깜깜한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을 본 후, 별을 선택했어. 나는...


나는, 태양을 새겼어. 매일 같이 해가 뜨고 지는 갸륵한 기적을 목도하지 않겠다, 돌보지 않아도 묵묵히 펼쳐지는 갸륵한 기적의 무게를 느끼며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맞이하겠다는 마음으로.


금빛 석양이 내 몸에 담기고, 내 몸도 금빛으로 물들어. 팔에 새긴 태양이 눈앞에 머무는 동안 잠시 눈을 감아봐. 눈을 감아도 고스란히 느껴지는 태양의 기운. 이렇게 나는 몸에 새기지 않아도 마음에 태양을 담을 수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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