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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여행 Aug 30. 2023

어디까지 해보았나요 [1]? (Feat. GRE 시험)

추억의 물건 2탄


지난번 추억의 물건 1탄, 성문 영어 시리즈 재미있으셨나요?


오늘 가져온 추억의 물건은 GRE(Graduate Record Examination)시험을 위해 준비하였던 교재와 노트입니다.

유학을 한 번이라도 준비해 보셨던 분들에게는 꽤 친숙한 이름의 시험, 바로 토플과 GRE입니다.



GRE(Graduate Record Examination)는 미국 학부 과정의 SAT에 대응되는 미국 대학원 수학 자격시험이에요. 미국 대학원 및 경영 대학원, 90여 개의 로스쿨 입학을 원하는 대부분의 학생은 이 시험을 한 번 이상 봐야 한답니다. 과거에는 5년간 점수가 계속 누적되므로, 어느 정도 이상의 점수가 나온다고 판단됐을 때 응시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말이 있었지만 지금은 자신이 원하는 점수만을 리포팅할 수 있다고 하네요.  우와, 너무 좋아졌어요.


말 그대로 모든 전공을 포괄하는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한 시험이고, 시험 과목으로는 verbal reasoning(언어 논증), quantitative reasoning(수리 논증), analytical writing(분석적 작문)의 3가지가 있답니다.  <출처 나무위키 GRE 정의>


버벌을 위해 정말 하루에 단어를 200개씩 머리 안에 넣는 작업을 하며 제 뇌의 용량 한계가 어디까지인가 시험했었던 한 시절이 떠오르네요. 또한 writing을 위하여 스터디를 꾸려 서로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바쁘게 움직였던 시간들이 있었어요.


그리고, 한국식 교육에 혀를 내둘렀었으나, 결국은 수리 논증 부분에서는 와, 한국수학으로 전부 커버가 되는구나 하며 수포자가 수학이 제일 쉬웠어요를 외칠 수 있는 역설을 경험했었습니다.


그럼, 공부한 흔적들을 조금씩 열어보도록 할게요. 저 책들은 제가 준비할 당시 서울 강남의 어학원 수업으로 들어 받은 교재랍니다.


당시 열심히 강의해 주신 강사님들께 감사 인사와 함께 안부를 전합니다.

짜잔, verbal reasoning(버벌) 영역입니다.

GRE를 검색하면 나오는 나무위키의 정의에서 이런 문장을 만났습니다.


"Verbal에 나오는 단어들은 미국에서조차 일반적으로 쓰는 단어들이 아니기에 미국인들도 어려워하는 시험이다. 미국인들이 이 정도이니 한중일 등 비원어민 입장에서는 악몽과도 같은 시험이다. "


악몽과도 같은 시험이라니! 다 지난 지금은 깔깔깔 웃음이 나오지만, 그렇습니다. 정말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단어들을 들고 씨름을 해야 했던 순간이 있었어요.

GRE 시험을 위해 공부했던 학원 교재

학창 시절의 저는 비교적 느린 축에 속했습니다. 이해와 논리에 있어 특히 어려움이 컸었던 제게 늘 "생각 좀 하고 살아라."라는 말들이 따라다녔어요. 이러한 제가 잘하는 것 중에 하나는 생각 없이 무작정 외우는 것이었습니다.


자. 어디까지 해보았나요? 하루에 단어 몇 개까지 외워보았나요? 이 단어들이 과연 제 실생활에 쓰일지 안 쓰일지 불투명한 상태에서 과연 얼마나 외울 수 있을까요?

GRE 교재에서 만난 단어들을 언제 어디서든 들고 다닐 수 있도록 직접 종이에 써서 다녔습니다. 구겨져도 되고 마음껏 작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미친 듯이 무작정 하루에 단어를 300개까지도 완벽하게 외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지하철 잠실역에서 삼성역까지의 짧은 시간에 초집중하여 100개를 섭렵할 수 있음을 알던 한 시절이 지나갔습니다.


보통 종이에 썼어요. 구닥다리 방식이지만 왼쪽에 영어, 오른쪽에 한국어를 쓴 후 한쪽에 100개 정도로 개수를 맞춥니다. 한번 훑고 두 번째 틀리는 것에 연필로 동그라미를 해요. 세 번째 훑어서 틀리는 것에 볼펜으로, 네 번째 훑어서 틀리는 것부터는 형광펜으로 동그라미를 쳤답니다. 처음에는 노란색, 다시 또 틀린 건 초록색, 지난번에는 안 틀렸지만 새롭게 잊어버린 단어는 파란색이에요. 그렇게 해서 10번을 반복하고 열 번의 반복에도 틀린 단어에 분홍 형광펜이 자리 잡게 됩니다.


그렇게 외운 100개의 단어를 누적해요. 다음날은 200개, 그다음 날은 300개, 그다음 날은 400개가 되지요. 뇌의 용량을 시험하며, 머릿속에 단어를 꾸역꾸역 넣고 나면 어느 정도 관성이 붙더라고요. 지속적으로 잊어버리기만 하는 단어를 창피하건 말건 제 마음대로 이상한 방식으로 외웁니다. 이렇게  500개 정도 쌓이면 쌓인 단어를 마인드맵 하여 카테고리화해서 새롭게 재구성해 외우기도 하지요.

GRE Reading comprehension

리딩은 어려웠어요. 단어는 여전히 자비가 없습니다. 그리고, 내용 또한 깊더라고요. 그런데, 실제 석사를 하고 보니 논문에서 정말 많이 보이는 단어들이 결국 여기 또 나오더라고요. 아, 이래서 이 시험을 보는구나 이해가 되었어요.

GRE reading comprehension

아니, 이런 단어를 어디서 쓰긴 쓰나? 싶은 엄청난 자비 없는 단어들이 수두룩하지만, 한번 외워두고 나면 신기하게도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영화를 보거나 신문을 볼 때, 특히 논문을 읽을 때 우수수 생각이 나요.

GER 단어의 수준: 자비 없습니다.

사진 한번 클릭하셔서 단어 한 페이지에 나오는 단어, 몇 개나 알고 있는지 한번 죽 보시는 것도 깨알 재미가 있으실 거예요. ^^


교재 한 페이지를 그냥 집었어요. 한 페이지에 이런 단어들이 있었습니다.


daunt

debacle

debaunchery

debilitate

decadence

decibel

decorous

decrepit

decry

defer

deft

degenerate

deject

deleterious

deliberate


저는 처음에 이 페이지를 보았을 때 아는 단어가 decibel, deliberate 단 두 개뿐인 거예요.


한 페이지에 모르는 단어의 퍼센트가 몇 프로 정도 돼야 동기부여가 되는지 이 GRE 공부를 하며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너무 많이 모르니, 초반에는 정말 의욕이 나질 않더라고요. 그렇게 단어를 몇 번 돌리고 나니 이제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 느껴졌어요.

GRE 시험을 위한 공부를 위해 썼던 학원 교재를 보내주기 전에 찰칵

그러다 어느 순간 (당시) 영화 <트랜스포머 2>를 보는데, "It's beyond reproach." 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아, 맞다. <비난하다 류의 단어>!' 를 속으로 외치며 그룹핑하여 열심히 외워놓은 단어 뭉치가 머릿속에서 번뜩입니다. 그리고 바로 나오는 자막 한 줄 "나무랄 데가 없어" (와, 번역은 이렇게 되어있더라고요)


이렇게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것이 GRE 단어 같아요.

GRE 수리추론 영역 (quantitative reasoning)

언어에 비해 수리영역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느껴져서 그런지 공부의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이 모든 것이 이미 이십 년도 전에 미국 석사과정을 위해 공부한 오래된 기억이니, 고조선 시절 이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유학을 준비하지 않으면 사실상 생소할 수 있는 단어 쥐.알.이 (농담 삼아, 그래~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GRE 시험에 대한 추억 소환이었습니다. 오래된 이 교재들도 이제 놓아주고자 사진을 찍고 글을 남기는데, 단어 필기가 너무 잘 되어있어 혹시 나중에 또 쓰지는 않을까 싶어 또 처분에 마음이 갈대같이 흔들리네요. 버릴 수 있는 거 맞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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