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날들 속 반갑고도 지겨운 얼굴을 마주한다. "왜?"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왜 이 회사에 속해 있는가, 왜 100일 쓰기를 하고 있는가. 삶의 목적과 맞닿아있는 친구가 또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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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 마음가짐은 '어차피 사업할 거니까 다양한 일을 해봐야지'였다. 경험이 자산이다 믿고 다양한 일을 경험하기 위해 단기 알바를 전전했다. 가장 빡셌던 곳은 물류창고. 그깟 '바지 따위'하며 들어 올린 박스는 40kg였고 무지막지한 빨레트에 5층 탑을 쌓았다. 다음 날 퉁퉁 부은 손가락이 접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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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경험 없이 백화점 매장을 홀로 지키던 날, 첫 고객의 질문에 기겁하며 매니저님을 찾아 뛰었다. 상품번호 하나를 들고 30분간 창고를 헤맸다. 그러던 중 첫 판매가 일어났고 그 영수증을 바라보며 아리송한 감정을 느꼈다. 흰색 티 3pack. 깜지 같은 종이에 찍힌 9,900원이 어떤 의미일까 고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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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이었던 알바는 음향 회사. 축제 준비로 몇 백 킬로에 달하는 스피커를 옮기고 설치하고 트러스에 걸었다. 2만 명 영남대 축제, 벤에게 의자를 가져다주며 이렇게 심장이 터지는구나 싶었다. 또한 포맨, 윤도현 등 쟁쟁한 가수들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단 특권에 뭐라도 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대 해체 중 일어났다. 키보다 큰 스피커 3대 중 한 대가 친구 방향으로 떨어졌다. 스피커 중 가장 무겁고 가장 고가의 스피커였다. 비싸단 걸 알았기에 몸을 던져서 막으려고 했고 떨어지는 스피커와 땅 사이에 자신의 다리를 뻗었다. 다리에 닿는 순간 직감했다고 한다. '아니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걸 피해 가까스로 흘렸다고 한다. 잠깐 닿았지만 허벅지엔 검붉은 피멍이 남았고 놀란 회사 관계자들도 뛰어왔다. '정말 죽을 뻔했다고. 스피커에 깔리면 정말 죽는 거'라고 신신당부하며 사건은 종료됐다. 죽음의 공포를 맞봐서 그런지, 그 친구는 지 혼자 대기업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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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대형마트 카트~수신호, 일식 도시락집의 연어잡이~롤 만들기 등 다양한 일을 했다. 그 이유는 역시나 다양한 경험을 쌓아 나만의 사업을 하고 싶어서였다. 경험 자산들이 사업 성공률을 높인다는 믿음으로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