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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클로이 Nov 24. 2022

프롤로그: 30대로 진입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최악의 30살 생일을 맞이하고 5년이 흐른 나의 지금

30의 시작 


29살에서 앞자리가 바뀌는 30이 되던 날,

나는 니콜 언니와 함께 미국 산타모니카에서 조촐하게 나의 생일을 기념했다.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조촐하게라니, 뭔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그랬다.


2018년 30이 되던 해, 나는 타지에서 집도 없고, 직장도 없고, 남자 친구도 없는, 로맨스 소설 첫 장에서나 볼 법한 신세 한탄을 지대로 하는 그런 여주인공이 되어있었다. 갓 미국 대학원을 졸업하고 면접을 보는 곳마다 '외국인이시네요'라는 말과 함께 탈락을 거듭하고, 2년을 사귄 남자 친구는 더 이상 마음이 없다며 나를 뻥 차 버렸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블릿 계약을 했던 집주인이 집을 비워달라고 요청해왔다.


30의 시작이 이런 것이라면, 나의 남은 30대는 어떨지 도무지 감이 안 잡혔다.


"난 30대가 된 것이 너무나도 좋아."

나보다 4살 위인 니콜 언니는 30대를 먼저 맞은 선배로서 울먹거리는 나를 다독여주며 말했다. 30대가 되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더 잘 알게 되고 나의 선택에 자유로워진단다.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나의 선택 하에 하게 될 수 있는 때가 30대라고 했다.


"정말, 그럴까?"

그렇게 반신반의하며 나는 나의 30대를 시작했다.  



30대의 의미

20대보다는 인생의 도가 텄지만, 아직도 어른이라고 불리는 데는 어색한 사람들. 인생에 대해서 배울 것이 확연하게 더 늘어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아래, 현실의 무게감은 더욱 묵직해져서 누군가 인생이란 것을 알려주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누군가 가르치려 들려하는 것은 극도로 꺼려지는, 질풍노도의 시기 30대.   


30대는 인생의 과도기적 시기인 듯하다.


신체적으로도,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변화가 아주 많은 시기: 20대와는 다르게 나는 훅훅 떨어지는 체력을 하루가 다르게 실감하고 있고, 그렇게 즐겨했고 좋아서 찾아 헤맸던 '도전', '변화', '새로운 것' 보다는, 지금의 나는 '안정', '편안함', 그리고 '익숙한 것'이 더 좋다.


나는 또 이 과도기적인 시기를 남들보다는 늦게, 하지만 아주 확실하게 지나고 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넘어서 나는 삶의 둥지를 다른 나라로 옮기려고 하고 있고, 곧 유부녀로 새로운 타이틀을 더하게 되며, 끊임없이 내가 뭘 잘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물으면서 새로운 업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도 '안정'을 동경하고 있지만, 어쩌다 보니 모든 것이 '새것' 투성이 되어버렸다.


으레 30대가 되면 안정된 가정, 안정된 직장, 교과서에서 볼 듯한 안정된 삶을 살고 있으리라 확신했었는데, 또다시 도전과 시작을 반복하며, 모든 기반을 다시 새롭게 다져야 하는 때가 올 것이라는 것을 상상도 못 했었다. 나는 30 대란 인생의 과도기적 소용돌이를 아주 직방으로 맞아버렸다.


그런데 이런 '안정', '편안함', '익숙한 것'과는 거리가 먼 혼돈의 카오스 속에서도, 5년 전 니콜 언니가 나의 생일날 해주었던 말처럼, 나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내가 원하는 대로 하며 살고 있다. 그 전엔 몰랐었던 내 안의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나'를 사랑하는 법을 터득해나가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나'에 대해서 더 잘 알아가고 있다. 나는 현재 '나'를 통해서 '나의 행복'을 느끼고 있다.


그런 것으로 보아 30대는, 변화가 많은 혼란의 시기이면서도, 자신의 인생의 우선순위를 '나'와 '나의 행복'으로 놓을 수 있는 강인함이 생기는 시기 이기도 한 것 같다. 물론, 매번 축적되는 사회적 삶의 책임감 때문에 허덕 거리기도 하지만, 나는 지금 나의 행복을 위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일상을 채우며 하루하루를 낭만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개 속 맞이한 나의 30살 생일은,

찬란하고 행복한 나의 30대를 위한 액땜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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