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할 용기

어쩌다 수필

by 연두

나는 아주 아주 작은 다정을 좋아한다.

너무 작아서 남들은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그런 다정을 좋아한다.


중학교 시절부터 친한 친구들이랑 만든 단체 카카오톡 방이 있는데, 최근에 유행하는 말이 있었다.

오화!

"오늘도 화이팅"을 줄인 말이다.

우리 넷은 성격만큼 하는 일도 다 달라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시간이 전부 다른데,

일찍 일어난 사람 먼저 일과를 시작한 사람이 단톡방에 "오화,,!" 라고 보낸다.

그럼 나머지 사람들이 쪼르륵 다 똑같이 오화를 보낸다.


처음엔 하루하루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오늘 하루도 참 힘들지? 그래도 어쩌겠냐. 해야지. 오늘도 화이팅이다.'

라는 의미를 내포해서 시작했던 말인데,

우리 네 명 사이에서 유행어가 됐다.


잠에서 깨서 일어나자마자 그 카톡을 보면

서로에게 아주 작은 응원을 하는 우리가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불행하게도(?) 그 유행은 오래가지 못했지만, 난 이 유행을 놓기 싫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있는 중이다.

유행은 돌고 도는 거니까!


다정은 좋은 건데, 클수록 좋은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난 기질적으로 예민하고 소심해서 큰 다정을 부담스러워한다.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할 것 같은 그런 부담감에 다정을 베풀다 꼭 체하고 만다.


사람은 참 간사하고 이기적이라 내가 베푼 만큼 받고 싶은 게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난 선의로 이런 배려와 행동을 했다 한들, 받는 사람이 몰라주거나 그만큼 나에게 돌아오지 않으면 참 서운하다.

속으로 주문을 외우듯 '그러지 말자. 그러지 말자.'를 최면을 걸어도,

쌩- 하니 돌아서 휙 가버리는 뒷모습을 보면 뒤통수를 때리고 싶을 때도 있다.


이렇게 내가 쪼그라들 때마다

다정할 큰 용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부럽다.


예를 들면, 학교 때문에 광역버스를 매일 타는데 항상 아주 큰 소리로 기사님께 "감사합니다."라고 외치는 분이 계셨다.

어느 정도로 컸냐면 내가 이어폰을 끼고 세상모르게 자고 있었는데 그 소리에 깨서 간신히 내릴 정도였다.

근데 매일 기사님은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다.

아마도 기사님이 나와 비슷한 성격이시지 않았을까?

버스를 탈 때마다 그 여성분이 계시면 오늘은 기사님이 받아주시려나.. 하고 집중할 정도였다.

하지만 여성분은 받아주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듯 매일 큰 소리로 인사했다.


가족들도 나에게 참 무뚝뚝하다고 할 정도로 초지일관 감정의 변화가 없는 편인데,

그분을 보면 그 용기가 참 부러워서 질투가 날 정도였다.

너무 부러워서 따라 하려고 해도 난 항상 개미 목소리처럼 내뱉을 뿐이다.

우습지만 나의 최선이었다.


그래도 남들이 모르는 작은 다정 챌린지(?)는 나름 재밌다.

자다가 엄마가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났는데 수건을 밟아 넘어질까 봐 발수건을 구석에 몰래 치우고 잠에 든다거나,

오빠가 깜빡하고 휴대폰 충전을 안 하고 잠들면 몰래 꽂아준다거나,

학교 벤치가 더러우면 내 휴지로 닦아 놓는다거나

등등 나만 아는 다정 챌린지를 하고 있다.


나에게 다정할 용기는 아주 작지만,

그 용기가 모이고 모여서 커질 때까지 실천 중이다.

용기를 위한 용기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