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수필
어제는 하루가 지독히도 싫었는데, 오늘은 “태어나길 잘했다”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마냥 좋기만 하다.
이유를 굳이 생각해 보자면,
어제는 비가 왔고 하늘이 구렸다면,
오늘은 내가 감히 하늘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맑고 화창해서.
어제는 3시간밖에 못 자고 학교를 갔다면,
오늘은 10시간이나 자고 공강이라 친구를 만나러 가서.
기분이 좋은 김에 내가 겨울에 자주 하는 일들을 적어보려 한다.
내가 붙인 별명은 <겨울에 행복해지는 마법>으로,
나를 위한 매뉴얼이다.
난 겨울을 좋아한다.
그것도 아주 아주 춥고 또 추운 한겨울을 좋아한다.
숨을 쉬면 어마어마한 흰색의 숨기둥이 생기는 날, 눈이 펑펑 내려서 눈 냄새를 맡으면서 산책하면 기분이 끝없이 좋아진다.
겨울인데도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이면 난 대비를 한다.
행복해질 대비.
겨울은 길어야 4개월이기 때문에 단 하루도 기분이 나빠져선 안된다.
기분은 여름에 나빠도 충분하니까.
가장 좋아하는 단출한 흰 티에 회색 니트를 받쳐 입는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청바지를 입는다.
이 청바지는 봄/가을 용이라 집에 들어와 옷을 벗어보면 다리는 동상 입은 것처럼 아주 빨개진다.
너무 차가워서 가려울 때도 있는데, 이 바지가 편하면서도 내 다리에 핏이 딱이다.
쨌든, 청바지에 무난한 짧은 패딩을 입고, 길고 신축성 있는 회색 목도리를 두른다.
거기에 흰색 에어포스를 신고 외출한다.
외출할 때는 주로 존박 노래를 듣는다.
지금도 ’BLUFF’라는 노래를 들으며 글을 적고 있는데, 마치 존박과 아주 분위기 좋은 바에서 글을 적는 느낌이다. (현실은 버스 안이지만)
목적지가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상관없다.
붕어빵을 목적지로 삼으면 그만이니까.
이 외출에서 가장 중요한 목적이자 목표는 붕어빵이다.
온 세상이 흰색인 세상에서 폭닥한 옷을 입고 좋은 노래를 들으며 붕어빵을 먹으면,
행복이 아주 크고 가까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하염없이 걷다가 바닥이 미끄러워서 만약 넘어졌다면?
난 주로 웃어버린다.
아주 크고 경박하게 웃어버린다.
막 웃다가 “아 재밌다”라고 말하고 일어나서 갈 길을 간다.
물론 난 소심해서 주변에 사람이 한 명도 없을 때 그러지만, 가끔 해보면 아주 재밌는 놀이다.
우리 엄마가 날 보며 항상 하시는 말씀이 “혼자 잘~ 논다.”다.
사실이다.
난 혼자 노는 걸 가장 좋아한다.
죽을 때까지 혼자 노는 재미를 잃고 싶지 않을 정도로.
또 겨울에 혼자 노는 방법은,
얇은 책을 한 권 딜롱 챙겨서 사람들 많이 다니는 대로변 카페에 간다. (2층이면 더 좋다)
창가에 앉아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책을 읽는다.
DJ급으로 노래를 잘 틀어주는 카페에 가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질 수 있다.
책을 보다가 글이 안 읽히거나 재미가 없어도 상관없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사람 구경을 하면 된다.
카페 안에 있는 사람은 구경해도 딱히 재미없다.
지금의 나와 별반 다르지 않으니까.
창 밖에 있는 사람들을 구경하면,
어디론가 바삐 가는 사람들,
쌓인 눈으로 장난치는 학생들,
추워서 거의 한 몸처럼 붙어있는 연인들,
길을 가다 넘어지는 사람들.
당장 어제, 아니, 몇 시간 전만 해도 나도 저들과 같았지만,
다른 세계에 있는 것처럼 난 철저히 관찰자 입장으로 그들의 일상을 훔쳐본다.
그렇게 하염없이 앉아있다 보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용기가 난다.
내가 관찰한 저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삶.
지겹도록 평범하고 일상적인 하루들.
그래서 더욱 소중한 내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한 발 한 발, 카페 밖으로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