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씨 Nov 07. 2020

완벽

벽이 좋은 곳에 술집을 짓고 모든 악다구니를 안주로 놓고 들이켤 땐 눈부터 감으세요 어려운 걸 삼키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어릴 적 목에 가시 박혔을 때 물에 씻은 김치를 삼키게 했듯 모르는 척 내려보낼 멍이 있으면 그렇게 마셔요 한 잔 한 잔은 마취입니다 없어지는 건 없지만 눈앞이 흐려지게 도와주지요 멍하게 멍청하게 빼곡한 주머니 속을 흐트려주는 겁니다 술집은 막다른 데서 해야 한다는 한 여자의 말에 나의 이해력이 뿌예집니다 모호해집니다 거기가 길의 끝인지 살아가는 부분의 한 꼭지인지 알 수 없도록 여자는 부연하지 않습니다 일단은 길의 끝이라고 치부하죠 더 나아갈 곳 없이 거기였다 칩시다 그렇게 끝에다가 술집을 차리면 내몰린 이들이 도착을 하고 모든 술을 막잔으로 여기는 이들이 하다못해 시간의 멱이라도 쥐고 흔들게 될는지요 막다른 우리가 서로를 곧 열릴지 모를 하나의 문으로 대한다면 그게 입구인지 비상구인지 확실하진 않아도 막다름이 같다는 이유로 원인 모를 합석이 가능하다면 여기가 우리가 뛰어들 수 있는 유일한 벼랑이겠습니다 ——— @ssl_mo @drawing_museum ———

작가의 이전글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말아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