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지 않는 연습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by 매일내일

어렸을 때부터 난 내 고통에 둔감했다. 웬만큼 아프지 않으면 아픈 티를 내지 않았고, 그냥 참는 편이 더 편했다. 그냥 그건 내가 버텨야 할 몫이라고 생각했고, 남들도 다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마다 고통의 임계치는 달랐다. 누군가는 약간의 자극에도 극심한 반응을 보였으며, 누군가는 나처럼 강한 고통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통에 둔감하다고 해서 실제로 몸이 강하다는 것은 아니다. 나 같은 경우는 내가 스스로 잘 알아채지 못하니 몸이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참다 참다 한 번에 아픈 일이 종종 생겼다. 나중에는 두통이나 만성두드러기 등으로 몸이 피로하면 나한테 곧잘 신호를 보내오곤 했다. 말하자면 내가 하도 고통에 둔감하다 보니 나한테 빽빽대며 경고음을 울려대는 것이다. 문제는 그마저도 무시하고 병원 가기를 멀리하거나 약도 끝까지 먹지 않다가 너무 힘들 때 먹고야 마는 나였다.


주변에서는 그런 나를 보며 건강체질이라고 얘기하곤 한다. 하지만 난 그저 잘 버티는 사람일 뿐인데. 일이나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동일했다. 나는 어지간치 힘든 일이 아니면 스스로 해내는 독립적인 사람이었고, 그런 나를 사람들은 그만치 단단한 사람이라고 여겼다. 나는 일이 고되거나, 인간관계에서 마음이 상하는 일이 있어도 그저 감내하는 편이었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렇게 버티는 삶이 조금은 버겁게 느껴졌다. 힘드면 힘든 대로, 내 몸과 내 감정이 흐르는 대로 두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강한 사람이 아니라 아픔을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이었고, 그건 어떻게 보면 나를 소중하게 대하고 있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한여름 태풍이 휩쓸고 간 자리를 보면, 단단한 나무가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곤 한다. 버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걸 요즘은 조금씩 느껴가고 있다.


물론 그런 끈기와 인내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의 나의 삶이 단단하게 버티는 삶이었다면 이제는 좀 유연하게 힘을 빼는 연습을 하고 싶다. 내 마음과 몸의 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이고, 나에게도 다른 이에게도 좀 더 너그러운 이가 되고 싶다. 버티지 않는 연습은, 나를 포기하는 일이 아니라 더 늦기 전에 나를 돌보는 일이라는 걸 요즘에서야 배워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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