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먹으면 체하 듯 급한 사귐은 탈이 나기 마련
누군가와 친밀하고도 깊은 관계가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피곤한 일인지 모른다. 자의든 타의든 간에 오랫동안 연애를 쉬는 사람들의 ‘그들이 연애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이 피곤하고 그 과정이 소비적이라고 느껴서’ 인것을 보면 말이다. 물론 이는 이성이든 동성이든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처럼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 취미나 좋아하는 것들을 나누고 더 나아가 그의 가치관과 속사정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꽤나 소비적인 일이다. 시간이 아까워 밥도 급히 먹고 일도 급하게 하고 잠 마저 급하게 자는 이 시대에서 이제 깊은 관계는 어쩌면 사치일지 모른다.
이로 인해 때때로 사람을 사귈 때 마음만 앞서 급하게 깊은 관계를 만들고자 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생사를 다투는 극적인 일을 함께 겪지 않고서야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지는 깊은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일에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 듯 설령 누군가와 금방 친해진다 해도 그것이 절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아는 깊은 관계라 할 수 없다. 그저 매우 함축적이고 선별적인 그의 빙산의 일각에 대해 들은 것일 뿐.
급하게 먹으면 체하 듯 급한 사귐은 탈이 나기 마련이다. 이는 서로를 알아가는 절대적인 시간을 간과한 채 덜컥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주고선 갑자기 거부 당하거나 관계가 틀어지는 사례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이를 두고 과연 나를 밀어낸 상대방이 나쁘다고 단정지어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저 급하게 사귄 관계에 탈이 난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이 장황한 이야기의 끝이 거리를 두고 사람을 사귀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관계에 있어서 만큼은 조금 더 소비적으로 시간을 들여가며 천천히 서로를 알아가자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다소 소비적 이고 때론 귀찮아도 말이다. 천천히 오래 음미하면서 먹은 식사가 더 포만감 있듯 천천히 알아가고 내어주는 관계가 더 견고하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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