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따끈한 고구마 한 조각. 손에 쥐고 있으면 손끝이 녹고, 한 입 베어 물면 달콤함이 입안 가득 퍼진다.
그런데 똑같은 고구마인데도, 어떤 날은 감탄이 절로 나는 꿀맛이고, 또 어떤 날은 밍밍하기만 한 날도 있다. 품종 차이일 거라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그 진짜 비밀은 조리 과정에 숨어 있었다.
고구마 속에 잠든 단맛의 열쇠, 바로 ‘베타-아밀라아제’라는 효소다. 이 효소는 고구마의 전분을 맥아당이라는 달콤한 당으로 분해하는 역할을 하는데, 온도에 매우 민감하다.
정확히 말하면, 60~75℃ 사이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인다. 그래서 고구마를 꿀맛으로 만들고 싶다면, 이 온도 구간을 오래 유지해주는 ‘저온 조리’가 관건이다.
보통은 오븐을 200도 이상으로 예열하고 바삐 굽곤 하지만, 오늘은 오븐 온도를 150도로 낮춰 천천히, 60분에서 90분 동안 구워보자.
이 과정에서 효소가 천천히 깨어나 고구마 속을 꿀처럼 변신시킨다. 겉은 살짝 그을려 캐러멜처럼 바삭하고, 속은 포슬포슬하면서도 촉촉한 단맛이 농밀하게 배어든다.
나는 이 조리법을 알게 된 후, 매번 고구마에서 꿀이 흐른다며 가족들이 먼저 찾기 시작했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찌는 방법도 훌륭하다. 껍질째 깨끗이 씻어 찜기에 20~30분. 이렇게 익힌 고구마는 혈당지수가 낮아, 포만감은 오래가고 혈당은 천천히 오르니 다이어트 간식으로도 그만이다.
특히 껍질에는 식이섬유와 항산화 성분인 베타카로틴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함께 먹는 것이 좋다. 껍질을 벗겨내는 건 고구마의 절반을 버리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조금 더 간편함을 원한다면 에어프라이어도 좋은 선택이다. 180도에서 30~40분,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겉바속촉’의 매력을 집에서도 쉽게 즐길 수 있다.
이렇게 정성껏 익힌 고구마는 단순한 간식을 넘어 다양한 변신도 가능하다. 기름에 살짝 튀겨 바삭하게 만든 고구마칩, 우유와 섞어 부드러운 고구마라떼, 샐러드에 넣으면 식이섬유와 포만감을 더한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다.
고구마를 오래도록 맛있게 보관하고 싶다면, 냉장고는 피해야 한다. 고구마는 냉기에 약해 단맛이 떨어지고 쉽게 상할 수 있다.
신문지에 싸서 12~15도 사이의 서늘하고 통풍이 잘 되는 어두운 곳에 두는 것이 가장 좋다. 마치 와인을 아끼듯, 고구마도 그렇게 다뤄줄 필요가 있다.
고구마는 그저 굽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조금만 손을 달리하면, 똑같은 고구마가 전혀 다른 맛을 낸다. 온도 하나, 껍질 하나, 조리 시간 하나에 따라 고구마는 평범한 간식을 넘어선다.
이번 가을엔, 그 과학의 비밀을 담은 저온 조리로, 당신의 고구마를 꿀처럼 깨워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