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달 동안만 허락되는 자연의 선물, 곤달비 이야기
봄이 오면 산이 가장 먼저 깨어난다. 아직 찬 기운이 가시지 않은 공기 속에서도, 산자락 어딘가에서는 초록빛 잎사귀가 얼굴을 내민다.
그중에서도 향으로 먼저 존재를 알리는 나물이 있다. 쌉쌀하면서도 단맛이 어우러진 깊은 풍미, 이름마저 부드럽게 들리는 곤달비다.
곰취와 닮았지만, 곰취보다 한 수 위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향은 더 진하고, 잎은 더 여리고, 무엇보다 봄의 한정된 시간 속에서만 만날 수 있으니 더욱 귀하다.
곤달비는 국화과에 속하는 우리 토종 식물이다. 깊은 산의 계곡이나 물가, 그늘진 바위틈처럼 사람의 손이 잘 닿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자라난다.
3월 말부터 6월 초까지, 단 세 달만 어린잎을 채취할 수 있는데 이 시기를 놓치면 이내 잎이 질겨져버린다. 그래서일까, 곤달비를 맛볼 수 있는 시기는 봄의 가장 짧은 사치처럼 느껴진다.
곰취와 헷갈리는 경우가 많지만, 곤달비의 잎은 좀 더 길쭉하고 톱니 모양이 선명하다. 살짝 손끝에 닿는 감촉만으로도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생으로 먹으면 입안이 상쾌해지고, 끓는 물에 살짝 데치면 향이 한층 더 깊어진다. 삼겹살이나 오리고기를 구워 곤달비 잎에 싸 먹으면, 그 향긋한 풀내음이 고기의 기름기를 부드럽게 감싸준다.
개인적으로는 따뜻한 밥 한 숟갈에 곤달비 겉절이를 얹어 먹는 순간이 가장 좋다. 고춧가루와 멸치액젓, 마늘, 참기름을 넣고 가볍게 무친 곤달비는 밥도둑이 따로 없다. 하루쯤은 다른 반찬이 없어도 괜찮을 정도다.
조금 더 깊은 맛을 원한다면 장아찌를 담가보자. 데친 곤달비를 간장과 식초, 설탕이 어우러진 장물에 담가 일주일쯤 숙성시키면, 봄의 향이 병 속에 고스란히 갇힌다.
시간이 지날수록 짭조름한 간장 향 사이로 은은한 산내음이 퍼지며, 밥상 위에서 봄을 다시 불러온다.
곤달비는 영양도 빼놓을 수 없다.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C, 칼슘, 칼륨이 풍부해 피로를 덜고 면역력을 돕는다.
특히 항산화 성분이 많아 몸속의 노화를 늦춘다고 한다. 하지만 성질이 다소 차가운 편이라, 몸이 찬 사람은 과하게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다만 곤달비는 깊은 산 속에서 자생하기 때문에 직접 채취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독초와의 구별이 쉽지 않아, 초보자는 가급적 시장이나 농가에서 검증된 것을 구매하는 편이 안전하다.
뿌리를 통째로 캐기보다 잎과 줄기만 따야 내년에도 다시 돋아날 수 있다. 이렇게 채취된 곤달비는 냉장 보관 시 사흘 정도가 적당하며, 살짝 데쳐 소분해 냉동하면 두세 달은 그 향을 오래 간직할 수 있다.
결국 곤달비의 매력은 ‘짧음’에 있다. 봄이 머무는 시간만큼만 맛볼 수 있기에 더 귀하고, 잠시 스쳐가는 계절의 향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한입 베어 물면, 산속의 바람과 이슬, 그리고 흙의 온기가 함께 전해지는 듯하다.
어쩌면 곤달비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봄은 길지 않으니, 지금 이 순간을 맛보라.”
오늘 저녁, 밥상 위에 봄의 짧은 숨결을 올려보자. 곤달비 한 젓가락이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려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