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겼다고 버렸던 이것, 알고 보니 건강 지킴이!

투박한 껍질 안에 숨은, 달콤한 건강의 비밀

by 데일리한상

가끔은 외모만으로 어떤 것을 판단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마트 진열대에서도 반짝반짝 윤기 나는 채소만 눈에 들어왔고, 울퉁불퉁한 뿌리들은 괜스레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채소 중 하나였던 ‘돼지감자’가 요즘 다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름도 어쩐지 우스꽝스럽고 모양도 투박하지만, 알고 보면 이보다 더 성실하고 건강한 친구가 없다.


돼지감자는 사실 감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국화과 해바라기속 식물로, 햇살을 따라 고개를 드는 강한 생명력을 가진다.

jerusalem-artichoke2.jpg 접시에 담긴 돼지감자 / 게티이미지뱅크

예전엔 들판에서 아무렇게나 자라 ‘뚱딴지’라 불리며 돼지의 먹이로 쓰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 별명 속에 숨겨진 힘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이 낯선 이름을 ‘혈당을 다스리는 뿌리채소’로 기억하기 시작했다.


이 돼지감자가 ‘자연이 만든 인슐린’이라 불리는 이유는 그 속에 들어 있는 이눌린(Inulin) 덕분이다. 다른 탄수화물과 달리 이눌린은 우리 몸속에서 바로 소화되지 않고 대장까지 천천히 내려가며 유익균의 먹이가 된다.

jerusalem-artichoke4.jpg 땅에 있는 돼지감자 / 푸드레시피

그래서 혈당이 급격히 오르지 않고, 장은 더욱 건강해진다. 장 속에서 이눌린이 발효되며 만들어내는 단쇄지방산은 유해균의 성장을 억제하고 장벽을 튼튼하게 해준다. 결국 돼지감자를 꾸준히 먹는 건 혈당 안정과 장 건강, 두 가지를 한 번에 챙기는 일이다.


나는 예전엔 돼지감자를 ‘몸에 좋다니까 그냥 먹는’ 식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생으로 얇게 썰어 샐러드에 넣어보니, 그 아삭한 식감이 의외로 참 좋았다.

jerusalem-artichoke3.jpg 접시에 담긴 돼지감자조림 / 푸드레시피

고소한 들기름에 버무려 나물로 무치면 구수함이 입안 가득 퍼지고, 간장 양념에 졸여내면 아이들도 좋아하는 달큰한 밥반찬이 된다. 조금 더 부드러운 맛을 원할 땐 찌개나 국에 넣어도 좋다. 은근히 감자처럼 포슬한 식감이 국물에 잘 어우러진다.


무엇보다 마음이 편해지는 방법은 돼지감자차다. 얇게 썰어 잘 말린 뒤 기름기 없는 팬에서 노릇하게 덖으면 고소한 향이 피어난다. 그걸 뜨거운 물에 천천히 우리면 은은한 단맛이 스며들어 하루의 피로가 녹아내린다.

커피 대신 돼지감자차를 마시던 어느 겨울 저녁, 속이 한결 가벼워졌던 기억이 있다.

jerusalem-artichoke5.jpg 키친타올로 감싸는 돼지감자 / 푸드레시피

보관 할 때는 흙을 털지 않고 신문지에 싸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오랫동안 신선함이 유지된다. 다만 한 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장 속에서 이눌린이 발효되며 가스가 찰 수 있으니, 조금씩 몸이 익숙해질 때까지 양을 조절하는 게 좋다.


들판에서 외면받던 돼지감자가 이제는 건강의 상징이 되었다. 겉모습은 여전히 투박하지만, 그 안에는 우리의 몸을 지켜주는 달콤한 비밀이 숨어 있다.


어느 날 문득 장터나 시장에서 돼지감자를 마주친다면, 한 번쯤 손에 쥐어보길. 소박하지만 믿음직한 자연의 맛이 그 안에 있다. 오늘은 그 작고 단단한 뿌리를 삶아 한 입 베어물어보자. 생각보다 훨씬 부드럽고, 훨씬 따뜻한 맛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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