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건 시장의 새로운 슈퍼스타, 잭푸르트를 아시나요?
한눈에 보기에도 압도적인 크기다. 길이 최대 90cm, 무게는 55kg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 열매’로 기네스북에 오른 과일이 있다.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가 원산지인 잭푸르트다. 한 그루에서 연간 수백 개의 열매가 열릴 만큼 생산성이 뛰어나 오래전부터 현지에서는 중요한 식량 자원으로 활용돼 왔다.
최근 이 거대한 열대 과일이 단순한 과일을 넘어 글로벌 비건 시장을 흔드는 식물성 대체육 원료로 주목받고 있다.
잭푸르트의 반전은 ‘덜 익었을 때’ 시작된다. 완전히 익은 잭푸르트는 망고와 바나나를 섞은 듯한 강한 단맛과 향을 지니지만, 아직 녹색을 띤 상태의 잭푸르트는 맛이 거의 없고 전분질이 풍부하다. 이때의 과육은 감자나 고구마와 비슷한 성질을 보인다.
특히 조리 과정에서 드러나는 섬유질 구조가 핵심이다. 덜 익은 잭푸르트를 삶거나 찌면 과육이 결대로 쉽게 찢어지는데, 이 모습과 식감이 장시간 조리한 돼지고기 ‘풀드 포크’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이 덕분에 잭푸르트는 고기 자체의 맛을 흉내 내기보다, 양념과 소스를 흡수해 식감을 구현하는 대체육으로 각광받고 있다.
잭푸르트는 자체적으로 강한 맛이 없다는 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한다. 바비큐 소스, 타코 시즈닝, 커리 소스 등 어떤 양념이든 잘 흡수해 요리의 성격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다.
이 때문에 햄버거 패티, 타코 속 재료, 샌드위치 필링은 물론 비건 풀드포크 메뉴까지 활용 범위가 넓다.
콩이나 밀 단백 위주의 기존 대체육과 달리, 새로운 식감과 볼륨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서구권 비건·플렉시테리언 소비자들에게 빠르게 확산됐다. 잭푸르트는 이제 ‘과일’이 아닌 하나의 식재료 카테고리로 인식되고 있다.
식물성 식품 시장의 성장과 함께 잭푸르트의 국제적 위상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동남아 지역의 내수용 작물에 가까웠지만, 현재는 북미와 유럽을 겨냥한 고부가가치 수출 작물로 주목받고 있다. 인도, 태국, 베트남 등 주요 생산국에서는 잭푸르트를 새로운 소득 작물로 선택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잭푸르트는 크기와 무게로 인해 수확과 운송이 어렵고, 껍질을 자를 때 나오는 끈적한 라텍스 수액 때문에 손질이 까다롭다.
이에 따라 과육만 분리해 통조림이나 냉동 제품으로 가공하는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산업 성장의 핵심으로 꼽힌다.
잭푸르트는 문화적으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태국에서는 집에 잭푸르트 나무가 있으면 부와 행운이 깃든다고 믿으며, 인도에서는 신성한 나무로 여겨진다. 한 그루의 나무가 수백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생산력이 이러한 상징성을 만들어냈다.
현대에 들어 잭푸르트는 기후 변화 시대의 미래 식량 자원으로도 재평가받고 있다. 가뭄에 비교적 강하고 특별한 관리 없이도 많은 열매를 맺는 특성 덕분이다. 씨앗 역시 삶거나 구워 먹으면 밤처럼 고소해 버릴 것이 없다.
과거 열대 지역의 뒷마당에서 자라던 과일은 이제 전 세계 비건 시장을 움직이는 주인공이 됐다. 한국에서는 아직 낯설지만, 잭푸르트가 보여줄 새로운 식감과 가능성은 머지않아 우리 식탁에서도 현실이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