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숲' 바다에서 건져 올린 ‘이 해조류’

바다의 숲을 만들고 식탁까지 책임지는 해조류, 모자반 이야기

by 데일리한상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남해안과 제주 연안. 수심 얕은 암반에 빽빽하게 뿌리내린 갈색 해조류는 겉보기엔 투박하지만, 오랜 세월 우리 식탁과 바다 생태계를 함께 지켜온 존재다.


제주에서는 ‘몸’, 남해안에서는 ‘말모자반’이라 불리는 모자반이다. 한때는 흔한 해조류로 여겨졌지만, 최근 들어 그 영양 가치와 생태적 역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바다의 숲’을 이루는 모자반의 생태적 가치

sargassum2.jpg 모자반 / 게티이미지뱅크

모자반은 단순히 먹을 수 있는 해조류를 넘어 ‘바다의 숲’을 형성하는 핵심 생물이다. 무성하게 자란 모자반 군락은 물고기 치어와 각종 해양 생물에게 천연 은신처이자 산란장이 된다. 포식자를 피해 숨을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전복·소라 같은 저서 생물에게는 중요한 먹이원이 된다.


또한 광합성을 통해 바닷속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연안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인공 양식이 까다로워 대부분 자연 채취에 의존하는 만큼, 모자반은 식재료이자 해양 환경을 지탱하는 기반 자원으로 평가된다.


우유보다 높은 칼슘, 미네랄의 보고

sargassum4.jpg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모자반이 ‘바다에서 건져 올린 천연 영양제’라 불리는 이유는 뛰어난 미네랄 함량 때문이다. 건조 모자반 100g에는 최대 1,400mg의 칼슘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우유보다 10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 칼슘은 마그네슘, 인과 함께 작용해 골밀도를 높이고 뼈를 튼튼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성장기 어린이의 발육은 물론, 중·장년층의 골다공증 예방에도 유용하다.


여기에 철분과 요오드도 풍부하다. 철분은 혈액 생성과 빈혈 예방에 필수적인 성분이며, 요오드는 갑상선 호르몬 합성을 도와 신체 에너지 대사를 원활하게 한다. 채식 위주 식단에서 부족해지기 쉬운 무기질을 보충하는 식재료로도 가치가 높다.


알긴산이 만드는 장 건강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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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반을 만졌을 때 느껴지는 특유의 미끈거림은 ‘알긴산’이라는 수용성 식이섬유에서 나온다. 알긴산은 체내에서 소화되지 않고 장까지 도달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물과 만나면 젤처럼 부풀어 포만감을 주고, 장내에서는 콜레스테롤과 나트륨, 중금속과 결합해 체외로 배출되는 것을 돕는다. 이 과정은 혈관 건강 관리와 체내 노폐물 제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음식물 이동 속도를 늦춰 식후 혈당 상승을 완만하게 해 장 환경 개선에도 기여한다. 모자반이 다이어트 식단과 장 건강 식품으로 함께 언급되는 이유다.


제주 몸국에서 일상 밥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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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반은 주로 3~6월에 채취되며, 이 시기에 영양과 풍미가 가장 좋다. 제주도에서는 이를 ‘몸’이라 불러 돼지고기 육수에 넣어 끓인 ‘몸국’으로 즐겨왔다. 산모 회복과 노약자 보양을 위해 전해 내려온 향토 음식이다.


현대 식탁에서는 활용법이 더욱 다양해졌다. 물에 불려 데친 뒤 된장국에 넣으면 깊은 바다 향이 살아나고, 무침으로 만들면 꼬들한 식감이 돋보인다. 잘게 썰어 밥에 넣어 지은 모자반 솥밥도 별미다. 최근에는 분말 형태로 가공돼 음료에 타 먹는 제품도 등장했다.


바다가 건네는 조용하지만 강한 선물

sargassum1.jpg 모자반 / 게티이미지뱅크

모자반은 눈에 띄지 않게 자라지만, 바다 생태계와 사람의 건강을 동시에 지탱하는 존재다. ‘바다의 숲’으로서 해양 생물을 품고, 식탁에서는 칼슘과 식이섬유를 채워주는 든든한 재료가 된다.


제철을 맞은 모자반을 식탁에 올리는 일은 건강을 챙기는 동시에, 우리가 의지하고 있는 바다의 가치를 다시 돌아보는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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