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들이 집착한 이유, 귀족의 식탁에서 시작된 음식

합성 향료부터 억대 경매까지, 우리가 몰랐던 ‘땅속의 다이아몬드’ 이야기

by 데일리한상

파스타, 감자튀김, 과자까지. 이제 트러플은 더 이상 파인 다이닝에만 머무는 식재료가 아니다.


어디서나 ‘트러플 향’이라는 이름으로 소비되지만, 우리가 익숙하게 느끼는 그 향이 과연 진짜 트러플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고급스러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트러플은 사실,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까다로운 세계를 품고 있다.


화이트 트러플과 블랙 트러플의 결정적 차이

truffle4.jpg 화이트 트러플 / 게티이미지뱅크

진짜 트러플은 크게 화이트 트러플과 블랙 트러플로 나뉜다.


그중에서도 최상급으로 꼽히는 화이트 트러플은 이탈리아 피에몬테주 알바 지역에서 가을부터 초겨울 사이에만 채취된다.


마늘과 사향, 꿀이 뒤섞인 듯한 강렬하면서도 섬세한 향이 특징으로, 열에 약해 조리하지 않고 생으로 얇게 슬라이스해 요리 위에 올린다.


희소성 탓에 가격은 kg당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며, 경매 시장에서는 한 덩이로도 억대 가격을 기록한다.


반면 프랑스 페리고 지역의 겨울 블랙 트러플은 상대적으로 열에 강해 소스, 페스토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된다.


흙내음과 코코아, 견과류의 깊은 풍미가 특징이며, 화이트 트러플보다는 저렴하지만 여전히 최고급 식재료로 분류된다.


진짜와 가짜, 트러플 오일의 두 얼굴

truffle2.jpg 트러플오일 / 게티이미지뱅크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트러플 향 제품의 중심에는 트러플 오일이 있다. 하지만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트러플 오일은 실제 트러플이 들어가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올리브 오일에 ‘트러플 향’을 더한 제품이 주류인데, 이 향의 정체는 대개 ‘2,4-디티아펜탄’이라는 합성 화합물이다.


이 물질은 트러플 향의 핵심 분자 중 하나를 화학적으로 재현한 것으로, 석유나 메탄 가스에서 유래한다.


성분표에 ‘트러플향’ 또는 ‘합성향료’라고만 표기돼 있다면 이러한 방식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트러플 조각을 우려낸 인퓨즈드 오일도 존재하지만, 트러플 향은 지용성이 아니어서 오일에 오래 남지 않는다. 진짜 트러플을 사용한 제품이 비싸고 유통기한이 짧은 이유다.


‘땅속의 다이아몬드’를 찾는 법

truffle5.jpg 트러플 탐사견 / 게티이미지뱅크

트러플은 땅속 5~30cm 깊이에서 자라 육안으로는 찾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오랜 시간 후각이 뛰어난 암퇘지가 트러플 채취에 사용돼 왔다. 트러플의 향이 수퇘지의 페로몬과 유사해 본능적으로 찾아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돼지는 식탐이 강해 트러플을 먹어버리는 문제가 있었다. 현재는 훈련된 개가 이 역할을 대신한다.


특히 이탈리아의 라고토 로마뇰로 품종은 대표적인 트러플 탐사견으로, 수년간의 훈련을 통해 특정 트러플 향만을 정확히 구별한다.


이들의 몸값은 수천만 원에 달하며, 트러플 사냥꾼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파트너다.


귀족의 식탁에서 대중의 식탁으로

truffle6.jpg 트러플을 올린 요리 / 게티이미지뱅크

트러플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본격적인 미식의 상징이 된 것은 르네상스 시대 이후다.


메디치 가문의 카트린이 프랑스로 시집가며 트러플 문화가 전파됐고, 루이 14세 등 미식가 군주들의 사랑을 받으며 귀족 사회의 최고급 식재료로 자리 잡았다.


19세기 미식가 브리야사바랭이 트러플을 “주방의 다이아몬드”라 표현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오늘날 트러플 향이 대중화된 배경에는 합성 향료의 역할이 크지만, 그 이면에는 수천 년간 이어진 미식의 역사와 집착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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