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인과 미식가 모두 웃게 한 생선, 청어의 재발견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마음보다 먼저 반응하는 입맛이 있습니다. 시장 어귀를 지나다 유난히 은빛으로 반짝이는 생선을 마주하면, 아 이제 정말 가을이 깊었구나 실감하게 되곤 하죠. 바로 청어 이야기입니다.
사실 청어는 우리에게 꽤나 사연이 많은 생선이에요.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어획량은 넘쳐나는데 쉽게 상하고 비린내가 강하다는 이유로 제 대접을 받지 못했거든요.
오죽하면 그 귀한 생선이 가축의 사료로 쓰이거나 밭의 거름이 되기도 했을까요. 하지만 요즘 어시장에 나가보면 풍경이 사뭇 다릅니다. 문을 열기가 무섭게 가장 먼저 팔려나가는 ‘완판’의 주인공이 되었으니까요.
가끔 유난히 몸이 무겁고 기운이 나지 않는 날이 있습니다. 그럴 땐 청어 한 마리를 떠올려보세요. 등푸른생선의 대명사답게 오메가3가 무척 풍부해서 혈액 순환을 돕고 마음의 활력까지 챙겨주거든요.
고등어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영양이 꽉 차 있는 데다, 햇볕 보기 어려운 요즘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비타민 D까지 품고 있어 뼈 건강에도 그만입니다.
특히 알이 꽉 찬 가을 청어는 예부터 겨울을 나기 위한 원기 회복 음식으로 사랑받았을 만큼 그 존재감이 묵직합니다.
청어가 이렇게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우리가 보지 못했던 그 본연의 고소함을 전해줄 수 있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일 거예요.
예전엔 냉장 시설이 부족해 식탁에 오르기도 전에 신선함을 잃곤 했지만, 이제는 산지의 싱싱함이 그대로 집 앞까지 배달되잖아요. 덕분에 비린내 대신 입안 가득 퍼지는 지방의 진한 풍미를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된 거죠.
저렴한 생선이라는 오명을 벗고, 이제는 청어알조차 고급 젓갈이나 별미로 대접받는 걸 보면 식재료에도 다 저마다의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말 저녁, 따뜻한 집밥이 그리울 때 청어 한 마리를 구워보는 건 어떨까요. 특별한 기술도 필요 없어요. 청어 자체가 워낙 지방이 풍부해서 별도의 기름을 두르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거든요.
굵은 소금만 툭툭 뿌려 달궈진 팬에 올리면,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온 집안에 고소한 향기가 번지기 시작합니다. 그 냄새만으로도 허기가 기분 좋게 차오르죠.
조금 더 정성을 들이고 싶은 날엔 큼직하게 썬 무를 냄비 바닥에 깔고 간장 양념장을 더해 조려보세요. 청어의 감칠맛이 폭 배어든 무 한 조각이면 밥 한 그릇 비우는 건 일도 아니니까요.
혹시 시장에서 싱싱한 청어를 넉넉히 들여왔다면, 한 번 먹을 만큼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어두세요. 나중에 꺼내 먹을 때 냉장실에서 천천히 해동하면 그 통통한 육즙을 그대로 지킬 수 있답니다.
한때는 외면받던 천덕꾸러기였지만 이제는 우리 식탁을 가장 풍성하게 채워주는 귀한 손님이 된 청어. 계절이 주는 선물 같은 이 맛을 놓치기엔 가을이 너무 짧습니다.
오늘 저녁, 당신의 식탁 위에도 고소한 청어 굽는 냄새가 가득 피어오르길 바랍니다. 우리 오늘, 청어 한 마리 구워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