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태양을 머금은 초록, 우리 곁으로 온 루콜라

먼 이국의 향기가 우리 집 앞마당으로

by 데일리한상

유럽의 노천카페에 앉아 갓 구운 피자 위에 수북이 올라간 초록 잎을 보며, 그 독특하고 쌉싸름한 향에 매료되었던 기억이 있으신가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루콜라'는 근사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나 가야 만날 수 있는 귀한 손님이었습니다. 수입산에 의존하던 탓에 늘 멀게만 느껴졌던 이 채소가, 어느덧 우리 농부들의 다정한 손길을 거쳐 마트 신선 코너의 주인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9년 만에 재배 면적이 3배나 늘어날 만큼, 이제 루콜라는 우리 식탁 위에서 가장 세련된 일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톡 쏘는 매력 속에 숨겨진 건강한 생명력

image.png 루콜라 / 게티이미지뱅크

루콜라를 한 입 베어 물면 코끝을 스치는 알싸한 매운맛과 견과류 같은 고소함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로켓'이라는 멋진 별명처럼 입안에서 팡 하고 터지는 이 풍미의 정체는 바로 '글루코시놀레이트'라는 성분 덕분입니다.


잎이 씹힐 때 비로소 활성화되는 이 성분은 우리 몸속 세포의 손상을 줄여주는 강력한 항산화제로 변신하죠.


비타민 A와 C는 물론 철분과 엽산까지 듬뿍 품고 있어, 샐러드 한 접시만으로도 몸속 가득 초록빛 에너지를 채워주는 기특한 존재입니다. 예쁘기만 한 줄 알았는데, 속까지 꽉 찬 건강한 친구인 셈이죠.


지중해의 바람을 담아 한식과 마주하다

image.png 루콜라 샐러드 / 게티이미지뱅크

이탈리아에서는 ‘루꼴라’, 프랑스에서는 ‘로켓’이라 불리는 이 채소는 사실 고대 로마 시대부터 사랑받아온 유서 깊은 허브입니다. 기름진 스테이크나 치즈 피자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데 이만한 짝꿍이 없죠.


하지만 요즘 저는 루콜라의 새로운 매력에 푹 빠져 있습니다. 서양 음식에만 어울릴 것 같던 루콜라를 우리네 겉절이나 무침에 슬쩍 더해보는 거예요.


의외로 한식의 양념과도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식탁 위에 이색적인 풍미를 선물합니다. 익숙한 음식에 루콜라 한 줌을 더하는 것만으로도 식사 시간은 여행 같은 설렘으로 채워집니다.


베란다에서 키워내는 작은 숲의 기쁨

image.png 루콜라 / 게티이미지뱅크

루콜라는 생각보다 생명력이 강해 우리 집 베란다에서도 충분히 키울 수 있는 채소입니다. 햇볕 잘 드는 창가에 씨앗을 뿌리고 흙이 마를 때마다 정성스레 물을 주면, 한 달 남짓한 시간 뒤에 싱싱한 초록 잎을 내어주죠.


잎이 얇아 금방 시들기 쉬운 루콜라이기에, 수확 직후의 그 싱싱함을 맛보는 것은 오직 키운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입니다.


오늘 저녁에는 마트에서 산 루콜라, 혹은 내가 직접 기른 루콜라 한 줌을 식탁 위에 올려보는 건 어떨까요?


투박한 빵 위에 툭 얹기만 해도 마음은 어느새 지중해의 어느 해변가에 닿아있을 거예요. 오늘 한 번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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