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멀어진 국민 생선, 명태가 건네는 서글픈 안부

장바구니 속 금값이 된 명태와 바다가 잃어버린 계절의 온도

by 데일리한상

겨울 찬바람이 불어오면 코끝을 스치는 구수한 동태찌개 냄새와 뜨끈한 황태 해장국 한 그릇이 떠오르는 날이 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장 어귀마다 은빛을 뽐내며 겹겹이 쌓여 있던 명태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고 만만한 '국민 생선'이었죠.


하지만 요즘 마트에 나가보면 한 마리에 4~5천 원을 훌쩍 넘긴 가격표를 보며 선뜻 손을 뻗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이제 명태는 '언제든 사 먹을 수 있는 생선'이 아니라, 국제 정세와 환율에 따라 몸값이 출렁이는 귀한 존재가 되어버렸어요.


우리 곁을 지켜주던 평범한 식재료가 어느덧 '금태'라는 별칭으로 불리게 된 현실이 못내 서글프게 다가옵니다.


국내 어획량 '0마리', 동해 바다가 잊어버린 명태의 기억

image.png 명태 / 게티이미지뱅크

명태가 이토록 귀한 몸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앞바다에서 명태가 자취를 감췄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만 해도 강원도 항구를 가득 메우던 명태였지만, 바다 온도가 높아지고 산란 환경이 변하면서 이제는 동해에서 명태를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었어요.


결국 2019년부터는 자원 보호를 위해 국내 어획이 전면 금지되었고, 공식적인 통계상 우리 바다에서 잡힌 명태는 '0마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식탁에서 마주하는 명태의 90% 이상은 이제 머나먼 러시아 해역에서 건너온 냉동 명태입니다.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다 보니 국제 물류비나 환율이 조금만 요동쳐도 우리 집 장바구니 물가가 곧바로 무거워지는 구조가 되어버린 것이죠.


생태부터 황태까지, 이름마다 담긴 다채로운 위로

image.png 명태 / 게티이미지뱅크

비록 몸값은 비싸졌지만, 명태만큼 우리 식탁 위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며 위로를 주는 생선도 드뭅니다. 갓 잡아 올린 부드러운 '생태'는 맑은 탕으로 끓여냈을 때 그 청량한 감칠맛이 일품이고, 꽁꽁 얼린 '동태'는 무와 두부를 넣고 푹 끓여내면 깊고 진한 국물 맛으로 속을 달래주죠.


겨울바람에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노랗게 익어간 '황태'는 구수한 고소함으로 지친 아침을 깨워줍니다. 꼬들꼬들한 '코다리'나 술안주로 사랑받는 '노가리', 그리고 알과 고니까지, 정말 버릴 것 하나 없이 온몸을 내어주는 정직한 생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토록 풍성한 조리 문화를 가진 나라는 아마 우리뿐이기에, 수입산이라 할지라도 명태를 향한 우리의 애정은 식을 줄을 모릅니다.


사라지는 것들을 기억하며 마주하는 한 그릇의 소중함

image.png 명태 / 게티이미지뱅크

해수 온도가 1도만 높아져도 명태가 살기 힘들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접할 때면, 우리가 누려온 자연의 혜택이 얼마나 깨지기 쉬운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앞으로도 명태 가격은 국제 정세와 환경 변화에 따라 불안정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소중한 맛을 포기하기엔 우리 식문화 속에 담긴 추억이 너무나 깊습니다.


예전처럼 저렴한 가격에 마음껏 즐기기는 어려워졌어도, 오늘 저녁 정성껏 끓여낸 명태 요리 한 그릇을 마주하며 그 속에 담긴 바다의 귀한 생명력을 음미해 보는 건 어떨까요?


비싸진 가격만큼 그 가치를 온전히 느끼며, 따뜻한 국물로 마음을 채워보는 시간. 우리 오늘 한 번 해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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