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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쁠 희 Jun 29. 2023

그냥 촉이 조금 이상하더라고

24시 응급 병원으로 고양이를 데리고 간 날

그날 뭔가 촉이 이상했다.


중요한 이벤트를 앞둔 하루 전 날이었고,

호두의 생일을 하루 앞둔 날이기도 했었는데

갑자기 호두가 기침 같은 걸 하기 시작했다.


고양이들도 사레에 들린다.

그래서 보통 같았으면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주고 말았을 텐데

뭔가 이상했다.

그냥 사레에 들린 것 같지 않았다.

바로 24시 동물 병원을 찾고 있었는데

거실에서 호두가 한 번 더 재채기를 하기 시작했다.

눈물까지 찔끔 나와 있는데 호흡은 정상으로 돌아왔고

얘도 안정적인 것처럼 보였지만 뭔가 이상했다.


바로 응급실로 아이를 데리고 갔다.

꽤나 늦은 시간이었고, 생각보다 빨리 진료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호두는 병원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하악질을 하기 시작했고, 그 외에는 아주 멀쩡해 보이는 상태였다.


2,3월쯤에 이미 캐나다에서 피검사를 받은 적이 있는 데다가

이상 소견이 없었기 때문에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은 상태였고,

주치의 선생님도 걱정할 일은 없어 보인다면서 호두를 데리고 진료실로 들어가셨다.


어찌나 힘이 센지, 진료실까지 한 번 뛰쳐나온 걸 다시 잡아놓고

밖에서 평온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사색이 된 채로 선생님이 나오셨다.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엑스레이 결과를 보여주셨는데,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호두 몸에는 몸 크기의 반 만한 종양으로 보이는 것이 있었다.

그게 폐와 심장을 엄청 밀어 눌러내고 있었고,

이 아이는 그 기능을 다 하지 못하는 심장과 폐를 가지고

매일을 살아내고 있었다.

정말 나쁜 꿈을 꾸고 있는 거였으면 좋겠다고

계속 생각하면서 선생님의 얘기를 이어 들었다.


조직 검사도 해야 하고, CT를 찍어야 해서 마취를 해야 하는데

아이의 심장과 폐가 워낙 약해진 상태라 마취에서 못 깰 수도 있다고.

근데 이걸 하지 않으면 치료도 못한다고 했다.






너무나 무서웠지만, CT를 찍기로 했다.

그리고 그날 간밤에 병원에서 전화가 오지 않기를

간절히 빌면서 호두를 입원시키고 집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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