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써야겠다.
우연히 메일함을 정리하다 예전에 썼던 이야기들을 발견했다.
시를 배울 때, 선생님께 내가 이걸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털어놨었다. 몇 주 내내 그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해봐도 답이 안 나오던 찰나에, 선생님께서는 딱 일주일만 니가 쓰고 싶은 글을 쓰라고 하셨다. 진짜 별거 아닌 것도 괜찮고, 욕을 써도 괜찮고, 어디서 뭘 했는지 뭘 먹었는지를 써도 상관없다고 하셨다. 그렇게 쓰게 된 글이었다.
2015. 05. 21
지금 하고 있는 생각이
쓸데없는 생각이 아니길
한 발자국이라도 나아가고 있는 거길
늘 잘할 수는 없지만
후회는 최소한이길
불편한 생각에 다시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길
늘 최선이 아닌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길.
2015. 05. 26
뭐가 이렇게 어려운지
뭐 이렇게 생각이 많은 건지
생각을 해도 해도 왜 제자리인건지
내가 대체 뭘 해야 하는지
뭘 하고 싶은 건지
뭘 잘하는 건지
어디에 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건지
https://www.facebook.com/fromtheplanet?&
수능대신 세계일주
아 이거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게
아 대박이다 대박
이렇게 담담한 어투에서도 이런 가슴 떨림을 느낄 수 있다니
이게 바로 내가 꿈꾸던 건가
비록 당장은 다른 길을 걷더라도
꼭 따라가고 싶다
꼭 만나보고 싶다
꼭 얘기 나눠보고 싶다
아
대박.
와 진짜
뭐랄까
말로 표현이 안 되네
가슴이 벅차다
2015. 05. 27.
무언가를 하기로 결정하는 것은 그다지 위대한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시은이처럼 영화를 보고 프랑스에 반해 프랑스어를 배우고 싶어 하고
시내언니처럼 김종욱찾기를 보고 인도 여행을 결심해 열심히 돈 모아 인도에 갈 수도 있는 것이다.
그처럼 내가 글을 쓰기로 결심한 것은 아주 사소한 것 일 거야.
쓰고 싶다거나,
쓰고 싶다거나,
쓰고 싶다거나.
혹은 대학에 가고 싶다거나,
또 내가 최선을 다할 무언가를 찾고 싶었다거나.
아니면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싶었다거나.
조금은 변하고 싶었던 것도 있고.
처음엔 도망으로 시작했지만 새로운 시작은 여기가 될 것 같기도 하고
변하지 못한다면 나는 또 어쩔 수 없는 나고.
이렇게 글을 솔직하게 줄줄 써내려 갈 수 있었으면 하고
꾸밈없는 나를 내가 사랑하길 바라고
실패하더라도, 실패한 나도 내가 사랑하길 바라고.
어쩌면 이제까지 실패가 무서워 다른 사람들에게 꾸중 듣는 게 무서워
넌 이만큼이나 노력했는데 이것밖에 안되느냔 소리를 들을까 무서워
노력조차 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하면 내 실패의 이유는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나는 노력하면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핑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조차 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
2015. 05. 28.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그 어디쯤이 좋다
어느 부분에서는 너무 넘치고
어느 부분에서는 너무 모자란 건가 싶지만
흘러넘치면 닦으면 되고
모자라면 더 따르면 된다.
넘친다고 뽐내고
모자란다고 위축되는
그런 사람이 되긴 싫다.
어차피 순간은 지나가면 돌아오지 않고
지금 이 순간도 다시 올 것은 아님을 알기에
당장 걱정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날 바라보더라도
그냥 하고 싶으니까 하는 거다.
어쨌든 내가 할 일이고
어쩌면 해야 할 일이기도 하고
내가 감당해야 하는 거기도 하고
결국은 내 인생이니까.
바뀌고 싶지만 난 몇 년 전 나랑 그대로고
몇 년 뒤에도 그럴 것 같고
애써 노력하는 게 이제는 우습다
2015. 05. 29 ~ 05. 31
그냥 무슨 생각을 할 틈도 없이 즐거웠다.
어느 순간순간에는 피곤하고 지치기도 했고 그냥 별거도 아닌 거에 짜증났었고 짜증내기도 했었지만 나는 바보라서 좋았던 것만 머리에 가슴에 추억으로 남았다.
내 생일이라고 열심히 돈 벌어서 생일날 정각에 찾아와 선물을 손에 쥐어주고 케이크에 초를 켜주는 친구와
무심한 듯 맛있는 거사서 툭 던져준 친구와
생일이라고 한마디 씩 예쁘게 해주는 친구들과
딸내미를 위해 미역국 황금레시피를 검색해서 (엄마한텐 비밀이지만 사실 싱거웠다ㅎ) 아침상에 내놓은 엄마가 좋다.
선물 받은 옷과 머리띠를 하고 아무런 생각 없이 갑자기 떠난 경주여행.
인터넷에서 본 밥집을 찾겠다고 코앞에 두고도 비 오는데 1시간씩 찾아 헤맨 우리의 패기..?ㄴㄴ 집착ㅋ과.. 밥만 먹었는데도 피곤한 몸을 주체하지 못해서 아무것도 안하고 멍하니 돌아다녔던 우리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예쁜 풍경을 만나서 더 좋았던 것 같고 그 날의 기억을 작게나마 간직하려 기념품도 사고 정신없이 졸면서 왔던 우리가 뭐랄까 귀엽고 웃기기도 하고 다음번엔 진짜 제대로 된 계획을 세워서 니가 좋아하는 사진을 많이 찍을 만큼 떠나야겠단 다짐도 했다ㅋㅋㅋㅋ
(그리고 난 혼자서 하는 여행이 더 잘 맞는 것도 깨달았다는 건 비밀이다.^^)
어찌됐든 내가 멍청한 덕에 좋은 기억만 남아서 앞으로 경주를 생각하면 너랑 우리가 같이 갔던 곳과 레스토랑이 생각날 것 같다 ㅋㅋㅋ
그리고 역시 아무런 계획도 생각도 없이 갑자기 간 바닷가.
동네에서 먹어도 되지만 더 맛있는 걸 먹겠다는 일념으로 또 나왔다 ㅋㅋㅋ
결과는 치킨, 혁명적, 성공적 ...
많을까봐 걱정했던 게 우습게도 치킨은 자취를 감췄고 우린 배불렀고 행복했다..^^ 그치만 그게 끝이 아님을.. 운명적이게도 먹을까 말까 했던 빙수집이 바로 옆옆집이라 냉큼..ㅎㅎㅎ
언제 배부르단 말을 했냐는 듯 빙수는 우리 앞에서 사라졌고 작년 재작년부터 약속했던 20분안에 다 먹으면 공짜로 준다던 대구의 20000원짜리 몬스터 초코빙수를 먹겠다는 약속을 한 두어 번쯤 더 했는데 이 약속을 한 5번쯤 더하면 대구에 빙수 먹으러 갈 수 있을 거 같단 생각이 든다.
나중에 연락할게, 나중에 같이 밥 먹자 나중에 나중에 ... 지키지 않는 혹은 지키기 싫은 약속 앞에 싫지만 나도 핑계같이 붙였던 나중에가 지켜질 약속처럼 느껴져서 좋은 느낌을 받았다.
먹을 꺼 다 먹고 나와서 별거 아닌 건데 그냥 니 말 몸짓 발짓 하나하나에 너도 나도 참 별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생각 없이 웃기기도 하고 ㅋㅋㅋㅋㅋㅋ
혼자 있는 걸 좋아하지만 그만큼 외로움도 많이 타는 나에게 같이 있어도 불편하지 않은 친구가 있어서 좋고 시간이 지나 우리들 사이가 멀어져도 다시 만났을 때 내게 "우리 예전에 그랬잖아" 라고 할 만한 기억을 만든 것 같아서 입 꼬리가 내려가질 않는다. (기억력이 안 좋은 나는 시간이 지나면 그랬나? 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러쿵저러쿵 얘기하긴 했지만 돌아보면 난 늘 좋지만은 않았지만 좋았던 기억만 간직하게 되는 것 같아 한 번 더 행복함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순간순간을 즐기며 살고 싶다.
결국 내 생각은 무엇을 위한 노력으로 그것을 이루어 냈을 때도 행복하지만 설사 그렇지 못하더라도 그냥 이런 목적 없는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일을 즐기며 살고 싶다.
물론! 열심히 노력을 하고 그 노력에 정당한 대가가 찾아온다면 더 좋겠지만.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은 나는 욕심쟁이이지만 두 마리를 잡지 못한다고 해서 행복하지 않은 욕심쟁이는 되고 싶지 않다.
난 지금 행복하고 내일 당장부터 그리워질 거 같다.
어쩌면 지금도 그리워하고 있는지도.
2015. 06. 01
이젠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일단 해보고 안 되면 말고.
이것도 아니면 다른 방법을 또 찾아보고.
정해진 답이 있는 것 아니고, 있다고 해도 그 ‘답대로만’ 살 필요도 없고?
지금 하고 있는 고민들을 과거에도 했었고, 그때는 그때 나름의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그 상황에서만 할 수 있는 생각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제의 나보다는 오늘의 내가 낫고, 9개월 전의 나보다는 오늘의 내가 낫다는 것은 나의 착각이었던 것 같다. 그때의 나는 그때의 나이고, 오늘의 나는 오늘의 나이다. 나는 오늘 꿈에 대한 고민을 했었고, 그 고민에 대한 답을 9개월 전의 나에게서 찾았다. 어쩌면 미래에 내가 하고 있을 고민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고민과 비슷하지 않을까? 나는 미래의 내가 하는 고민들의 답을 조금이나마 수월하게 찾을 수 있도록, 앞으로 지금 느끼고 있는 생각을 기록하는 일기를 써야겠다는 다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