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에서 20살로 넘어가며 생각하는 포기하는 삶
'포기는 배추 셀 때나 하는 말이다.'라는 말이 있을 만큼, 포기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그다지 좋지 않다.
하지만 포기한다는 것은, 어쩌면 나를 변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자 가장 용기 있는 행동이 아닌가 싶다.
'글을 쓰고 싶어요'라고 말을 했지만, 사실은 글을 써서 좋은 대학에 가고 싶었고, 대학에 가기 위해 과외를 받고 싶었다. 엄마는 과외비가 부담스럽다며 싫어하셨지만 나는 고집을 부렸고 결국 글 쓰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처음엔 그저 공부가 아닌 다른 것을 한다는 것이, 그러고도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가든 좋은 대학에 가려면 그에 합당한 대가가 필요했다. 성적으로 대학을 가려면 공부를 잘해야 했고, 글 쓰는 것으로 대학을 가려면 많이 읽고, 많이 쓰며, 잘 써야만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많이 읽고 쓰기는커녕 선생님께서 읽어오라는 책 마저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몇 월 며칠까지 어떤 주제로 어떤 표현법을 사용해 글을 써야 한다는 것 또한 재미가 없었다. 결국, 나는 입시를 두 달쯤 남겨놓고 과외를 그만뒀다. 나는 글 쓰는 것을, 아니 글을 써서 대학을 가겠다는 꿈을 포기했다.
그 이후 '대학은 꼭 가야만 하는 것일까?' '수능대신 세계일주를 하고 있는 멋진 저 사람처럼 나도 여행을 할까?' 하는 등의 고민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지만 여행 커뮤니티에 '대학을 꼭 가야 하는 건지 고민이 돼요. 대학 진학 대신 여행을 떠나는 게 맞는 걸까요?'하고 고민을 올린 적도 있다. 조금 웃기긴 한데, 수능대신 세계일주를 떠난 멋진 그분께서 (내 글을 보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글을 SNS에서 봤다며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이라면 절대, 특히 SNS에서 사람들의 의견을 구하면 안된다. 냉정한 이야기지만 그 사람들은 내 인생에 책임이 없다. ᆢ 무언가를 진짜 하고 싶거나 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은 남들의 의견을 구하지 않는다. 행동한다."라는 글을 쓰셨다. 맞다. 사실 나도 그런 질문을 올려놓고, 심지어 댓글 하나하나를 심각하게 정독해놓고서, 결국 내 새로운 뜻과 꿈에 따라 대학을 간다. 나는 대학을 가지 않고 여행을 떠나겠다는 꿈 또한 포기했다.
나는 지난해에 나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꿈들을 포기했다. 지금 나는, 꿈을 포기한 나에게, 늘 나 자신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어줘서, 포기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포기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혹여 100가지 꿈 중 98가지를 포기하더라도 내 손에는 아직 두 가지의 꿈이 남아있으니까. 두 가지를 얻더라도 그것이 내 선택이니까. 그리고 그것이 곧 내 인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