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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재미 Jul 27. 2024

만족을 모르는 것이 왜 위험한 걸까?

결코 채워지지 않는것 (큐텐의 비극)

1.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라는 헤지펀드가 있었다. 이 헤지펀드의 직원들은 개인적으로 각자 수억 달러를 보유한 트레이더였다. 이들은 재산 대부분을 자신들의 펀드에 투자했다.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한 여정에서 이들은 너무 많은 리스크를 무릅썼고 결국 모든 것을 잃었다. 역사상 가장 경제가 튼튼하고 가장 큰 강세장이 섰던 1998년에 말이다.


2. 이를 두고 워런 버핏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가지고 있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은 돈을 벌기 위해서 그들은 자신이 가진 것, 필요한 것을 걸었다. 이는 바보 같은 짓이다. 그냥 순전히 바보 같은 짓이다. 당신에게 중요하지 않은 무언가를 위해 당신에게 중요한 무언가를 건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짓이다."
이는 너무 명백한 사실이나 그만큼 쉽게 간과하는 진실이기도 하다.


3. 스스로를 멈추게 하는 골대, 즉 목표를 세우는 것, 이는 가장 어려운 일이자 중요한 일 중 하나다. 결과와 함께 기대치가 상승한다면 아무 논리도 없이 더 많은 것을 얻으려 분투하게 되기 때문이다. 더 많은 노력을 쏟아부어도 느낌은 같을 것이다. 더 많은 것(더 많은 돈, 더 많은 권력, 더 많은 명성)을 얻고 싶은 바람이 만족보다 야망을 더 빨리 키운다면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 그 경우 한 걸음 앞으로 나가면 골대는 두 걸음 멀어진다. 그러다 나 자신이 뒤처진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걸 따라잡을 길은 점점 더 많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 밖에 없다.


4. 현대 자본주의는 두 가지를 좋아한다. 부를 만들어내는 것과 부러움을 만들어내는 것. 아마 두 가지는 서로 함께 갈 것이다. 또래들을 넘어서고 싶은 마음은 더 힘들게 노력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면 그 천장은 너무 높아서 사실상 아무도 닿을 수 없다.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유일하게 이기는 방법은 처음부터 싸움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다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내가 가진 게 주변 사람들보다 적더라도 말이다.


5. 오늘날에는 도대체 어디까지 가져야 '충분한'지, 도무지 한계라는 것이 없어 보인다. '충분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삶은 아무 재미가 없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이, 결과에서 기대치를 뺀 것이 행복이다.


6.명성이란 말할 수 없이 귀중한 것이다. 자유와 독립은 말할 수 없이 귀중한 것이다. 가족과 친구는 말할 수 없이 귀중한 것이다. 날 사랑해 주기를 바라는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일은 말할 수 없이 귀중한 것이다. 행복은 말할 수 없이 귀중한 것이다.
이것들은 지키는 최선의 방법은 리스크를 언제 멈춰야 할지 아는 것이다. 내가 '충분히' 가졌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 출처 : 돈의 심리학 (모건하우절)
돈의 심리학 : 네이버 도서 (naver.com)



7. 최근 큐텐발 '티메프'(티몬과 위메프) 정산지연 사태의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티메프 사태를 요약하자면, 과거 1세대 K스 타트업 지마켓의 창업자였던 구영배 대표가 이베이에 지마켓을 매각한 후, 싱가포르에 큐텐이라는 회사를 설립한다. 그는 매각 10년 후 경업금지 조항이 풀리자마자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더 나아가 미국의 위시까지 연이어 인수하게 되는데...


8. 하지만 큐텐은 이미 자본잠식 상태였기에 이 많은 회사들을 인수할 돈을 가지고 있지 못했고, 두 달 안에 티몬/위메프 거래처에 줘야 할 자금, 다시 말해 남의 돈으로 미국기업 위시에 인수대금 2300억을 지급한다. 결과적으로 위시의 돌려막기 인수가 티메프사태의 기폭제가 되었고, 돈을 지불했는데 물건을 받지 못한 고객들, 물건을 팔았는데 돈을 받지 못하는 거래처들이 막대한 피해를 떠안게 된 것이다.  


9. 한 때는 1세대 K스타트업의 성공신화로 불렸던 구영배 대표는 왜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선택을 했던 것일까?

이미 그는 2009년도 지마켓을 이베이에 매각하며(5500억), 715억을 손에 쥐었다. 2009년 당시 초호화 아파트의 대명사로 통했던 타워팰리스의 공시가격이 9억(현재는 25-27억), 타워팰리스를 79채를 사고도 남을 큰돈이었다. 인터파크 직원으로 시작해서 40대에 초고속 성공궤도에 올랐고, 보통 사람들은 평생 만져보지 못할 돈을 벌었던 것이다. 하지만 젊은 시절의 큰 행운이 비극의 시작이었던 걸까.


10. 715억에 만족하지 못했던 구영배 대표는 과거의 성공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들어 큐텐테크(옛 지오시스)를 설립한다. 오로지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그리고 자본잠식에 빠진 큐텐 만으로는 상장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인지,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위시와 같은 적자 이커머스 기업들을 인수해서 몸집을 불렸다. 그가 왜 그렇게 나스닥 상장에 집착했는지, 상장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 싶었는지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고 알 수 없었다. 오직 '더 많이 가지는 것'에만 몰두했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기 위해 내가 가진 것, 지금까지 쌓아온 명성과 부를 전부 걸었던 것으로 보인다.


11. '충분함'을 모르고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했던 그의 행보는 티몬과 위메프를 믿었던 수많은 소상공인과 기업, 고객과 직원들에게 막대한 금전적 정신적 피해를 입히고, 시장 생태계를 망가뜨린 후에야 멈춰졌다.


12.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 부자가 되겠다고 구영배 대표처럼 위험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부자가 되는 것', '남들보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을 유일한 목표로 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보여주는 케이스인것 같다.

회사를 차리고 대표가 되어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확실하게 꿈꿨더라면, '나스닥 상장' 그 자체가 아니라 내 회사가 어떤 행위를 통해  세상에 가치와 쓸모를 제공할 것인 깊게 고민했더면,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을 고통받게 하는 비극을 초래하지 않았을텐대...


12. '왜 더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없이 맹목적으로 쫒는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 인지, 내가 가진 것에 충분함과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이 얼마나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할수 있는 생각해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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