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에겐 내가 기술자

어쩌다 아들노릇을 한번씩은 한다

by 박나무


"집에 좀 와 봐라. 가스렌지가 안된다." 어떻게 안되는데요? "가스는 나오는데 불이 안켜진다" 아! 배터리가 다 됐나봐요. 출근길에 들러볼게요. "그래~" 김해 어머니댁에 다녀오려면 아내의 차를 빌려타고 아침 일찍 출발해서 다녀와야 출근시간에 맞출 수 있다. 승용차를 몰고 길을 나서면 뭔가 제대로 일하는 사람같은 느낌이 드는 건 뭘까? 블루투스도 연결하고 유튜브뮤직을 틀면 제멋대로 선곡한 음악들이 괜찮은 스피커로 팡팡 울려나온다. 자동차의 기능중에 오디오는 특히 중요한 것 같다. 어릴 때는 내 차에서 음악 크게 듣고, 내 냉장고에 맥주를 가득 넣어두는게 소망이었다.


가스렌지는 예상대로 배터리를 다 써서 점화가 안되는 것이었다. 가스렌지가 안 될 때는 십중팔구 배터리 문제다. 배터리는 뚱뚱한 사이즈 두 개가 들어가는데, 아래쪽 안 보이는데 있어서 어머니가 교체하기는 좀 힘든다. 이래저래 더듬어서 바꿔넣으니 점화가 된다. 건전지 바꿔 넣어서 움직이는 물건들이 가장 빠른 시간에 수리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수리라고 말할 것도 없는데, 결과는 수리된 것이다. 건전지를 바꿔 넣어도 안되면 건전지가 닿는 양끝을 긁어주면 되는 수가 또 많다. 녹이 슬어서 에너지가 전달이 안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건전지로 해결이 되어 다행이다.


"안마의자도 갑자기 안된다" 그래요? 너무 오래 썼나? "요 며칠 사용을 안해서 그런가? 오늘 해볼라하니 안되네" 이 안마의자는 10년도 넘어 쓴 것 같은데... 이번에는 바꿔드려야 하나? 조작부를 살펴보니 버튼 두 개가 눌러진 채 제자리로 못돌아오고 있다. 살짝 튕켜 돌려놓고 전원을 껐다 켜니 또 된다. 오늘 좀 된다. 기름값은 하는 것 같다. "아이고 신통하네. 우리 아들이 기술자네" 아들 기 살려주려고? 아니면 바꿔 달라고? 버튼을 살짝 밀어놓으신 건 아닐까? 되도 않은 의심을 하며 "버튼은 살살 지긋이 누르세요. 급하게 하지 마시고예" 하나마나 한 잔소리를 한다.


"우유 가져 가라" 또 우유 20개 정도를 싸놓은 봉투를 내민다. 울 어머니가 얻어다 주시는 우유 때문에 쑥쑥 크게 생겼다. 지인이 우유대리점을 하는데 학교에 공급하고 남은 건 모두 어머니 차지다. 덕분에 나는 우유와 요구르트를 매일매일 먹고 또 먹어야 한다. 뭐든 주실 때 먹어야지. 어머니 집앞 붉은 동백꽃이 활짝 피었다. 이렇게 화려하게 피는 꽃나무였나 싶다. 어머니도 한때는 저 꽃처럼 붉었겠다만, 아들 키우며 먹고 산다고 정신없는 삶을 지나오셨다. 오히려 지금이 행복한 시절이 아닌가 싶은데... 오래오래 웃으며 건강하게 지내시기를 빌어본다. 나도 건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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