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불법촬영 공포 확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국회의원이 경찰청이 제출한 국정감사자료 ‘2014년 이후 카메라 등 이용촬영 범죄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4년 이후 검거된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범죄 피의자가 1만 6,802명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고, 특히 피의자 중 97%가 남성, 피해자 중 83%가 여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공중화장실, 지하철, 버스, 숙박업소 등 다양한 장소에서 범죄가 일어나 이른바 몰카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몰카 셀프 대처법’까지 등장했다. 불법 촬영물을 지속적으로 찍고 유포하는 원인과 범인의 유형, 그리고 불법촬영물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 등을 알아봤다.
‘가수 정준영, 승리, 최종훈 단체 카톡방’ 사건으로 몰카(불법 촬영물) 범죄에 대한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늘 일어났던 범죄지만, 이미지 관리를 해온 남자 연예인들의 추악한 범죄 행위가 드러나면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정준영은 여성들과 성관계한 영상을 몰래 촬영한 후 단체 카톡방에 공유한 사실이 밝혀져 구속됐고, 승리는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최종훈도 동의를 받지 않고 영상을 촬영하고, 단체 카톡방을 통해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 문제의 ‘단톡방’에는 승리, 정준영, 최종훈을 포함한 가수 8명과 모델 1명, 클럽 버닝썬 MD 2명, 유인석 대표, 정준영 친구 등 총 14명이 참여했다고 알려졌지만, 단 한 사람도 그들의 범죄 행위를 제지했던 사람은 없던 것으로 보인다.
이수정 범죄심리학 교수는 ‘단체 카톡방 사건’을 두고 "이들이 가진 음란한 문화, 성을 사고파는 문화, 여성을 물질로 보는 문화, 금전만능주의 등이 복합적으로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또한, 몰카를 지속해서 찍고 유포한 것은 ‘몰카 범죄’가 사실상 중독성이 높은 범죄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국여성변호사회가 2016년 조사한 범죄 판례 분석 결과에 따르면, 몰카 범죄 재범률은 53.8%에 이르고, 이 가운데 5차례 이상 범행을 저지른 비율도 31.2%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신건강의학계에서는 몰카 범죄를 타인을 관찰하며 강렬한 성적 흥분을 느끼는 성도착증 중 하나인 ‘관음장애’로 분류하고 있다.
재범률이 높은 범죄인만큼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형량을 더욱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포된 불법 촬영물의 약 60%는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어 처벌이 불가능하고, 가해자를 포착해도 불법 촬영 범죄로 구속되는 비율과 징역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매우 저조한 편이다. 검찰청에 따르면 2018년 1월에서 9월 사이 성폭력특별법 제14조(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구속된 비율은 2.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제정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2018년 12월 말 개정되어 처벌 강도가 높아졌다. 자신의 신체를 찍은 촬영물이나 동의하에 남의 몸을 찍은 촬영물을 유포하는 것도 처벌이 강화됐다. 특히 영리 목적으로 동의 없이 촬영된 영상을 유포하면 무조건 징역이다. 원래는 '징역 7년 이하와 3000만 원 이하 벌금'이었지만, 개정 후 벌금형이 삭제됐다. 특히 기존에는 '직접 촬영한 촬영물'을 유포한 경우만 처벌할 수 있었지만, 지난해 법 개정으로 '직접 촬영한 촬영물의 복제물(복제물의 복제물)'을 유포한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게 됐다. 즉, 불법촬영물을 2차, 3차로 유포한 사람도 신상공개를 포함한 처벌을 받는다는 뜻이다.
면식범에 의한 몰카 범죄도 문제지만, 비면식범에 의한 몰카 범죄가 성행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2017년 제주 한 점포의 화장실에 휴대전화 카메라를 설치해 여성들을 촬영한 30대 남성에게 실형이 선고됐으며, 최근 30개 숙박업소에 무선 인터넷 프로토콜(IP) 카메라를 설치해 투숙객 1,600여 명을 불법 촬영하고, 생중계한 혐의를 받는 남성 2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에 몰래카메라를 탐지해주는 제품이 성행하고 있다. 전자기기인 몰래카메라에서 방출하는 전파를 탐지해주거나 렌즈를 찾아내는 제품이 대부분이다. 소셜커머스 등에서 약 5만 원부터 30만 원 이상의 다양한 종류의 탐지기가 판매되고 있다. 좀 더 저렴하게 몰래카메라를 탐지하는 방법은 빨간색 셀로판지를 휴대전화 카메라 렌즈에 덮은 다음, 의심되는 곳을 향해 플래시를 켜고 동영상을 촬영해 보는 것이다. 적외선 탐지기와 비슷한 원리로, 휴대하기 좋도록 제작된 ‘몰카 탐지용 빨간 셀로판지’도 판매되고 있다.
아예 국가가 나서서 몰카 탐지 장비를 대여해주기도 한다. 서울 강서구는 불법촬영 탐지장비 대여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지역 주민과 지역 내 사업장을 둔 사업자를 대상으로 적외선 탐지기 대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수수료는 무료이며 대여 기간은 5일이다. 이외에도 서울지방경찰청은 불법 촬영 범죄 단속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불법 촬영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지하철에서 순찰 활동을 강화하고, 불법촬영 영상물 유포도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촬영 및 영상물 유포 적발 시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엄중히 조치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불법 촬영을 당하는 것도 엄청난 정신적 피해를 입지만, 이 불법 촬영물이 유포되어 2차 가해가 진행되면 걷잡을 수 없는 공황 상태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예전에는 피해자가 불법 촬영물을 인터넷상에서 지우려면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지불해야 했다. 이에 2018년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폭력방지법)을 개정해, 불법 촬영물 삭제지원에 드는 비용을 국가가 우선 부담하고,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최근 여성가족부는 불법 촬영물 삭제비용 구상금액 계산 방식을 확정했다. 구상금은 '삭제인력 1인의 시간당 인건비 X 해당 피해자의 총 삭제지원건수 X 건당 표준 소요 시간'으로 계산하기로 했다. 참고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8월 산정한 '삭제인력 1인의 시간당 인건비'는 1만 6099원이다.
영상을 발견했다면 되도록 빨리 근거를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다. 촬영물이 올라간 사이트 주소나 원본 영상이나 사진, 혹은 캡처 화면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경찰서에 제출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피해를 접수하면 빠르게 수사를 진척할 수 있다. 만약 혼자서 신고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www.women1366.kr )' 를 통해 도움받을 수 있다. 사이트 게시판에 상담을 신청하면 유출 촬영물 삭제 지원, 법률·의료 등 연계지원을 받을 수 있다. 당연히 모든 내용은 비공개로 진행되며 비밀도 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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