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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 Apr 01. 2020

탕수육 연속으로 먹었다고 화내는 남편, 정상인가요

남편의 식탐, 어떻게 고치죠?


옛말에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라는 말이 있다. 안부를 물을 때도 "밥 먹었어?"라고 하고,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친구에게도 "언제 밥 한 번 먹자"라는 인사치레를 건네는 것을 보면 한국인에게 밥이 중요한 존재이긴 한가보다. 그래서일까? 한국인들은 식사예절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젓가락으로 반찬을 이리저리 휘적이거나 음식 앞에서 불평불만을 가득 늘어놓는 사람들을 '무례한 사람'으로 치부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식사예절이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사람은 식탐을 부리는 유형이다. 식욕과 식탐은 엄연히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식욕은 음식을 섭취하려는 욕구를 의미하고, 식탐은 음식을 탐내는 행위를 가리킨다. 즉 음식을 복스럽게 먹는 유형은 식욕이 왕성한 것이고, 남들보다 많이 먹으려고 애쓰는 유형은 식탐이 많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식탐이 많은 사람과 밥을 먹을 때는 단단히 준비를 해야 한다. 이러한 사람들과 밥을 먹다 보면 분명히 '정떨어지는' 요소가 포착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식탐 많은 사람이 남이 아닌 가족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터넷 커뮤니티에 고민 글을 올린 A씨의 이야기처럼 말이다.


올해로 결혼 2주년을 맞은 A씨는 요즘 남편의 식탐 때문에 고민이 많다. 남편의 식탐이 그야말로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분명 연애할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결혼하고 나니 남편의 행동이 180도 바뀐 것이다. 도대체 남편의 행동이 어떻길래 이토록 고민하는 것일까?

우선 치킨을 시키면 A씨의 남편은 양손에 닭다리를 하나씩 들고 먹는다. 기분이 상한 A씨가 남편에게 뭐라고 하기라도 하면 남편은 씩 웃으면서 "진짜 맛있다~"라고 말할 뿐이다. 고기라도 구워 먹는 날에는 상추 한 장에 고기를 다섯 점씩 넣어 먹는다. 그래야 고기 맛이 난다는 이유에서다.

 

어느 날은 라면을 끓여 먹었는데 남편이 일부러 그 위에 기침을 했다. 비위가 약한 A씨가 침이 튄 음식을 못 먹는다는 것을 알고 남편이 고의로 기침을 한 것이다. 심지어 탕수육을 먹을 때는 접시에 코를 박고 먹는다. 혹시라도 A씨가 탕수육을 많이 집어먹을까 봐 눈동자를 굴리면서 먹는데, 그 모습을 본 A씨는 밥맛이 뚝 떨어졌다.


미역국이라도 끓인 날에는 남편의 추접스러움이 극에 달했다. 남편이 A씨의 국그릇을 보며 고기 개수를 센 것이다. 그리고 A씨가 잠깐 물 마시는 사이에 남편은 자신의 젓가락을 입으로 쪽쪽 빨더니 A씨의 국그릇에 담긴 고기를 쏙쏙 골라 먹었다.

 

결국 남편의 식탐에 지친 A씨는 남편과 뷔페에서 식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남편은 단 한 번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A씨가 가져온 음식만 집어먹었다. 이후 A씨가 본격적으로 식사를 하려고 하자 남편은 "너는 왜 이렇게 식탐이 많냐", "배 안 부르냐"라며 투덜거렸다.


참다못한 A씨는 남편에게 '똑같이' 해주기로 결심했다. 일단 남편이 치킨을 먹을 때 닭다리를 다 먹어버리면 다시 치킨 한 마리를 재주문했다. 남편이 의아해하며 "치킨을 왜 또 시키냐"고 물으면 "네가 닭다리 두 개를 다 먹어버려서 또 시킨다"고 답했다. 그러면 남편은 "뭐 이런 거로 삐지냐"며 투덜거렸고, A씨는 "내가 먹겠다는데 왜 네가 난리냐"면서 "내가 닭다리 두 개 먹을까 봐 화내는 거냐"고 말했다. 그러자 남편은 "말이 안 통한다"면서 입을 닫았다.

 

고기를 먹을 때도 남편과 똑같이 행동했다. 상추 한 장에 고기를 네다섯 점씩 넣고 먹었다. 입은 터질 것 같았지만 남편 말대로 정말 고기 맛이 나고 좋았다. 그때 남편이 젓가락을 탁 내려놓더니 "왜 고기를 여러 점씩 먹냐"고 말했다. 그러자 A씨는 "당신이 그렇게 먹어서 나도 한 번 먹어봤는데, 진짜 맛있다~"라고 답하며 씩 웃었다. 남편은 어이가 없는지 "여자가 그래서 되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남편의 말을 무시하고 고기를 추가 주문해서 맛있게 구워 먹었다.

 

후에도 A씨의 역지사지는 계속됐다. 남편이 라면 위에 기침을 하거나 국그릇에 젓가락을 넣으면 그릇째로 싱크대에 버렸다. 이를 본 남편은 A씨에게 "남편 침이 더럽냐"고 물었다. 그래서 A씨는 먹던 면발을 그대로 냄비에 넣고, 밥풀을 잔뜩 묻힌 숟가락을 남편의 국그릇에 넣고 휘적거리며 "나눠먹자"고 말했다. 탕수육을 시켜 먹으면 절반으로 나눴다. 그랬더니 남편이 "음식으로 야박하게 군다"며 A씨를 나무랐다. 그러면서도 A씨의 탕수육을 넘보길래 그 이후로는 집에서 탕수육을 시켜 먹지 않았다.


결국 A씨의 행동에 참다못한 남편이 "왜 이렇게 식탐이 많냐"며 화를 냈다. 그래서 A씨는 "네가 지금까지 이렇게 해와서 똑같이 해준 것뿐인데 왜 화가 나냐"며 "네가 이렇게 살길래 남들도 다 이러고 사는 줄 알았다, 뭐가 잘못된 거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남편은 A씨에게 "속이 좁다"고 말했다. 대체 뭐가 속이 좁은거냐고 물으니 남편은 "어이가 없다"며 "남들이 한다고 다 따라하냐"고 말했다. A씨가 "지금까지 네가 식탐 부린 것을 이제야 알았다는 거냐"고 묻자 남편은 "말하기 싫다"라며 집을 나가버렸다.

 

그날 밤 늦은 시간까지 남편이 들어오지 않은 것을 보니, 아무래도 남편이 친구들과의 모임에 간 모양이었다. 하지만 남편은 그곳에서도 식탐을 부리다가 친구들에게 쓴소리를 들을 게 뻔했다. A씨가 생각하기에 식탐은 뱃속에 기생충이 든 게 아니라 머릿속에 우동사리가 들어있어서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과연 이번 일로 남편은 A씨의 남편을 식탐을 고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식탐을 완전하게 고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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