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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 Apr 06. 2020

제때 치료하면 범죄율 줄일 수 있다는 조현병

늘어나는 조현병 환자, 증가하는 범죄율?


2018년 6월 9일 경북 포항의 한 약국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 A씨는 조현병을 앓고 있던 40대 남성으로, 이날 오후 4시 31분경 자신이 다니던 약국에 흉기를 들고 들어가 직원을 살해하고 약사에게 부상을 입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평소 조현병을 앓고 있었으며, 약사와 직원이 자신에게 욕설을 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제1형사부는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그렇다면 A씨가 앓고 있었다던 조현병이란 대체 어떤 병이길래 이런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 것일까?

조현병이란?


과거 정신분열증이라고 불렸던 조현병은 제때 치료받지 않으면 폭력적인 성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조현병이란 사고, 감정, 지각, 행동 등 인격의 여러 측면에 걸쳐 광범위한 임상적 이상 증상을 일으키는 정신 질환을 의미한다. 조현병이라는 명칭은 현악기의 줄을 고른다는 의미인 '조현(操絃)'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조현병 환자의 모습이 마치 현악기가 정상적으로 조율되지 못했을 때처럼 혼란스러운 상태를 보인다는 데에서 비롯됐다.


일반적으로 조현병은 여러 유형으로 나타난다. 즉, 단일 질병이 아니라 공통적 특징을 지닌 몇 가지 질병으로 이루어진 질병군이라는 것이다. 특히 인간의 뇌는 모든 정신적, 신체적 기능을 조절 및 관리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뇌에 이상이 생기면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뇌의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뇌질환 또는 뇌장애인 조현병 역시 다양한 증상을 수반한다.


한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데이터에 따르면, 조현병으로 진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2013년 11만 3280명에서 2017년 12만 70명으로 4년 사이 6% 증가했다. 환자들의 연령 및 성별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면 40대가 29%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 30대와 50대가 각각 22%를 차지했다. 또한 전체 조현병 환자 중 여성의 비율이 54%로 남성보다 조금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앞으로 조현병 환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예비 환자들까지 포함하면 국내에도 약 50만 명이 조현병을 앓는(혹을 앓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가족을 4인이라고 가정하면 적어도 200만 명 이상이 조현병으로 인해 정신적, 신체적,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대체 조현병 환자가 어떤 증상을 보이길래 무려 200만 명이나 고통받게 된다는 것일까?

조현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조현병은 크게 양성 증상과 음성 증상, 인지 증상, 잔류 증상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양성 증상은 조현병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비정상적이고 괴이한 증상을 가리키는데, 건강한 사람에게서는 발견할 수 없는 정신병적 증상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양성 증상으로는 환청이나 환시 같은 감각의 이상, 비현실적이고 괴기한 망상 같은 생각의 이상, 생각의 흐름에 이상이 생기는 사고 과정의 장애 등이 있다. 양성 증상은 겉으로 보기에 괴기하고 심각해 보이지만, 약물 치료에 의해 비교적 쉽고 빠르게 좋아진다.


반면 음성 증상은 정상적인 감정반응이나 행동이 감소해 둔한 상태가 되고, 사고 내용이 빈곤해지며, 의욕 감퇴, 사회적 위축 등을 보이는 현상을 가리킨다. 대표적인 음성 증상으로는 상황에 맞지 않거나 급격히 줄어든 감정 표현, 가면을 쓴 듯한 무표정 등이 있으며, 증상이 악화될 경우 외부와의 접촉을 일절 끊고 기본적인 위생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대체로 음성 증상은 양성 증상에 비해 약물치료 결과가 좋지 않은데, 1990년대부터 개발된 새로운 종류의 항정신병약물은 이전 약물에 비해 음성 증상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인지 증상은 집중력을 유지하기 어렵고,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능력이 저하되는 증상을 말한다. 과거에는 능숙하게 처리하던 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기억력이나 문제해결능력도 현저히 감소한다. 다만 인지 증상은 눈에 잘 띄지 않는데, 조현병 환자들의 사회적, 직업적 기능을 감퇴시켜 환자들이 사회에 복귀하지 못하게 만들고 좌절감을 맛보게 한다.


마지막으로 잔류 증상은 심각한 급성기에서 벗어난 조현병 환자들이 잔류기에 접어들면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주로 음성 증상과 인지 기능의 장애 등이 주된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잔류 증상은 환자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적절하게 치료하는 것이 중요한데, 약물치료와 함께 재활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조현병은 왜, 어떤 이유로 발생하는 것일까?

조현병이 발생하는 원인은?


조현병은 어느 한 가지 원인이 아닌, 생물학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의 복합적인 결과로 발생한다. 우선 생물학적 요인에 의한 발병은 가족 혹은 혈연관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반인들이 조현병에 걸릴 확률은 약 1% 정도인 데 비해 조현병 환자의 1차 직계가족인 경우 1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조현병에 유전적 성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전적 요인이 발병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도파민과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이 불균형을 보인다거나, 뇌 내의 뇌척수액을 담고 있는 뇌실의 크기가 일반인보다 조금 더 크거나, 일부 뇌 부위의 대사가 감소되어 있는 경우에도 조현병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출생 전후와 성장 과정에서 겪는 심리적 요인들, 즉 환경적인 요인이 조현병의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종종 조현병 환자의 가족들 중에서 환경적 또는 심리적 요인이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때문에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조현병은 환경적인 요인보다는 생물학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다만 이러한 환경적 요인들은 발병 과정뿐만 아니라 치료와 경과, 예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현병의 치료 방법은?


조현병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만큼 치료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효과적인 것은 약물 치료인데, 이미 수많은 연구를 통해 환자의 재입원을 낮추는 가장 효과적인 인자임을 입증했다. 다만 약물 치료는 환자의 증상을 경감시키거나 해소시켜 삶을 편안하게 할 뿐, 조현병을 완전하게 치료하지는 못한다. 일단 약물 치료를 시작하면 급성기의 증상은 며칠 또는 몇 주 내에 호전되는데, 처음 약물을 복용할 경우 졸리거나 어지럼증을 경험할 수 있으며 시야가 흐릿해질 수도 있다. 또한 여성 환자의 경우 월경의 변화가 생기기도 하며, 민감한 환자에게서는 피부 발진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들은 며칠이 지나면 저절로 사라지게 되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급성기 증상이 호전된 후에도 조현병 환자들은 직업이나 자아실현의 욕구가 적어지거나 대인관계의 어려움으로 고통받는데, 이러한 상태의 환자에게는 심리 사회적 치료가 필요하다. 직장 및 학교, 사회생활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고 연습하는 심리 사회적 치료는 약물의 규칙적이고 지속적인 복용을 도와주고, 재발을 막는 효과가 있다. 대표적으로는 환자 스스로 증상이나 재발의 악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질병관리 기술, 환자들이 지역사회에서 보다 적극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 직업적 훈련을 하는 재활,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억제하고 사회적 행동이나 자기표현을 강화하는 인지 행동 치료, 환자와 그 가족의 모임인 자조 모임 등이 있다.

강력범죄 중 조현병 환자의 범죄 비율, 극히 낮아


요즘 뉴스를 보면 강력범죄 가해자들이 하나같이 "조현병을 앓고 있다"라고 주장한다. 정신이상 증상에 의해 범죄를 계획하고 저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현병 환자들이 일반인들에 비해 특별히 더 폭력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대부분의 경우 혼자 있고 싶어 하며, 타인과 갈등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일각에서는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율이 일반인의 7~10배에 달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는 통계 해석의 오류일 뿐이다. 대검에 따르면 2015년 전체 범죄자 202만 731명 중 강력범죄자(살인, 강도, 방화, 성폭력)는 3만 5139명(1.7%)이었는데, 전체 정신질환 범죄자 7008명 중 강력범죄자는 781명이었다(11.1%). 즉, 인구 10만 명당 범죄자 수는 68.2명인 반면 전체 정신질환자(231만 8820명 추산) 대비 강력범죄자는 33.7명으로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체 강력범죄 중 조현병 환자의 범죄 비율은 0.04%인데, 우리는 왜 조현병 환자를 위험한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 뇌리에 깊숙이 박혀있는 포항 약국 살인사건과 강남역 살인사건 등이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조현병 환자에 의한 범죄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조현병 진단을 받은 사람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는 사회적 인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조현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심각하지 않고 매우 흔한 질병"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의 잘못된 인식이 조현병 환자를 자꾸만 숨게 만들고, 그들의 가족을 위축되게 만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에게는 조현병 환자를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조현병 환자들이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는 공정하게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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