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마다 걱정되는 발암물질 생리대
한 유명 브랜드의 생리대에서 화학물질이 검출돼 논란이 일었다. 당시 소비자들은 특정 생리대를 사용한 뒤로 생리불순이 생기거나 생리 양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부작용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자 유통업체는 결국 해당 제품 판매 중단에 나섰고, 이미 판매된 제품은 전량 회수 조치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커져만 갔다. 이에 여성환경연대와 강원대 김만구 교수팀은 시중에 판매되는 다양한 브랜드의 생리대를 입수해 유해물질 포함 여부를 테스트했다. 그 결과 국내 유명 브랜드에서 출시한 11개의 생리대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실험 결과에 대해 "과학적으로 신뢰할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고, 소비자들의 혼란은 계속됐다. 결국 소비자들은 안전한 생리대를 찾기 위해 머나먼 여정을 떠났고, 하나둘씩 유기농 순면 생리대로 눈을 돌렸다.
그런데 얼마 전 한 유기농 순면 생리대에서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검출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불안감이 극에 달한 소비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생리대의 안전성 여부를 철저하게 검사해달라고 요구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을 집에도 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렇듯 소비자들의 안전한 생리대를 찾으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는데, 잇따라 발생하는 생리대 논란 때문에 어떤 제품을 믿고 써야 할지 모르겠다.
대체 우리는 어떤 생리대를 선택해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일까?
평균적으로 여성들은 13세부터 49세까지 매달 5~7일 동안 생리를 한다. 생리기간마다 일회용 생리대를 착용한다고 가정하면 일생에서 10년 동안 생리대를 착용한 채로 살아가는 것이다. 생각보다 긴 시간이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유해물질이 포함된 생리대를 사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피부가 민감한 편이라면 발진이 생길 수 있고, 생리대 파동이 일었을 때 다수의 소비자들이 주장한 것처럼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에 최근에는 인체에 무해한 성분으로 제작된 유기농 생리대가 각광받고 있는 추세인데, 착용감과 흡수력이 모두 만족스러운 제품을 찾기가 쉽지 않다.
사실 기자도 생리대 논란이 확산되기 전까지 김만구 교수팀이 밝힌 11개의 생리대 중 한 가지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엄청난 부작용에 시달렸다. 원래는 생리 양도 많고 생리기간이 7일이었는데, 유해물질이 검출된 생리대를 사용한 뒤로 생리혈의 색이 거뭇하게 변했고, 양도 이상할 만큼 줄어들었으며, 생리기간도 5일 이내로 줄어들었다. 게다가 생리 주기도 엉망이 됐고, 가뜩이나 심한 생리통도 참을 수 없을 만큼 심해졌다. 당시에는 생리대가 원인일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는데, 논란 이후 입소문 난 유기농 순면 생리대로 교체했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부작용이 싹 사라졌다. 유기농 순면 생리대를 직접 사용해보니 왜 안전한 생리대를 사용해야 하는지 알게 됐고, 주변 지인들에게도 유기농 순면 생리대를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 한 마디로 유기농 생리대 전도사가 된 것이다.
오랫동안 사용해온 생리대를 모두 버리고, 다른 생리대로 갈아타기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착용감이 편안하고 생리대의 길이와 흡수력도 괜찮은 제품을 골라야 했는데, 마음에 쏙 드는 제품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착용감이 편안하면 길이나 흡수력이 만족스럽지 않아 생리혈이 옷에 묻기 일쑤였고, 흡수력이 마음에 들면 착용감이 너무나도 불편하고 답답했다. 마치 기저귀를 차고 있는 듯한 느낌이어서 생리기간 동안 찝찝함이 배가됐다.
그러던 중에 '나트라케어' 제품을 추천하는 지인들이 많아서 사용하게 됐다. 그리고 드디어 원하는 삼박자가 고루 갖춰진 제품을 찾게 됐다. 패드가 슬림해 착용감이 산뜻했고, 흡수력이 좋아 양이 많은 날에도 생리혈이 옷에 묻지 않았다. 특히 생분해되는 자연유래소재 성분으로 제작돼 통기성이 뛰어났는데, 한여름에도 생리대를 착용했을 때 답답함이나 찝찝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평소 피부가 민감한 편이어서 화학 고분자 흡수체가 사용된 생리대를 착용하면 곳곳에 발진이 생기곤 했는데, 천연유래 펄프 흡수체를 사용해서 그런지 더 이상 피부에 이상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게다가 인공 향과 색소, 염소계 표백 처리, 유전자 변형 원료 등의 성분을 철저히 배제해 환경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 과연 환경운동가이자 여성운동가가 만든 제품답다. 이처럼 내 몸에도, 환경에도 안전한 제품이라고 하니 생리대 유목민으로서 정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기자의 생활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저 생리대 하나 바꿨을 뿐인데, 삶의 질이 수직 상승한 기분이었다. 생리대를 착용했을 때의 불편한 느낌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예민해지기 일쑤인 생리기간에도 상쾌한 기분을 유지할 수 있었으며, 흡수력이 뛰어난 천연 펄프 흡수체를 사용해 밝은 색 하의를 입어도 생리혈이 샐까 봐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됐다. 그렇게 새로운 유기농 순면 생리대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중에 우연히 TV에서 흘러나오는 한 광고를 보고 '생리대 바꾸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이내 확신이 됐다.
어느 날, 집에서 TV를 보다가 우연히 한 생리대 CF를 보게 됐다. 바로 기자의 삶을 구원해준 '나트라케어' 생리대 광고였다. 겨우 1분 남짓한 이 광고를 보고 나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동안 생리대 광고를 보면서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이상한 것은 생리기간을 '그날'로, 생리대를 '여성용품' 또는 제품명으로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었다. 생리는 부끄러운 게 아니라며 생리기간에도 당당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면서도, 마치 '생리'와 '생리대'라는 표현을 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정말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미디어의 영향력이 이런 것일까. 생리대 광고에서조차 생리를 '숨겨야 하는 것'으로 그려내다 보니, 대다수의 여성들이 생리를 아주 비밀스럽고 조심스러운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생리기간이 되면 항상 여분 생리대를 파우치에 챙겨 넣어 다니고, 생리통 때문에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도 "배가 아프다"라고 돌려 말했다. 부끄러운 일도, 숨길 일도 아닌데 남들도 그렇게 하니까 왠지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이번에 본 생리대 광고는 기존 생리대 광고와 180도 달랐다. 생리대 광고에서 말하는 '그날'이 대체 무엇이냐고 지적하며, 당당하게 생리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국내에 일회용 생리대가 처음 등장한 지 50여 년 만에 생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타파하기 위한 광고가 등장한 것이다. 누군가는 TV에서 이러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여전히 불편하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표현에 불쾌함을 느끼는 것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생리를 '창피한 것'으로 치부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여성의 생리기간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이 광고가 생리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었고,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았다.
다시 지난해 생리대 파동 이야기로 돌아가자. 당시 매달 사용하는 생리대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한두 개도 아니고 여러 개의 제품에서 유해성분이 검출됐다니, 대체 어떤 생리대를 믿고 사용해야 하는지 막막했다.
그런데 더 답답한 것은 생리대 논란이 확산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특별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생리대의 제조사에서 회수 조치와 판매 중단을 결정했을 뿐, 수많은 피해자가 있는데도 그에 대한 보상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어떠한 대책도 마련되지 않았다. 그래서 여성들은 또다시 좋은 생리대, 안전한 생리대를 찾아 떠나야만 했다. 하지만 생리대 논란 이후, 아직도 정착할만한 생리대를 찾지 못한 여성들이 많다.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인체에 무해하고, 환경에도 이로운 좋은 생리대를 선별할 수 있는 안목이다. 여전히 생리대 유목민으로 생활하고 있다면 다양한 사용 후기를 참고해 자신의 몸에 잘 맞는 제품을 선택하길 바란다. 생리대는 일생의 10년을 함께 보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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