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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 May 13. 2020

급편성 됐지만 대박난 땜빵 드라마

‘땜빵’이라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


방송가에는 ‘땜빵 드라마’라는 게 존재한다. 땜빵 드라마란 제작비가 많이 들어갔거나 대형 스타가 등장하는 기대작의 제작이 밀리거나 하면, 그에 앞서 비는 시간을 ‘땜질’하기 위해 급하게 편성 시키는 드라마를 의미한다. 이외에도 캐스팅 난항 등의 문제로 방영이 임박해서 급박하게 편성되는 드라마들 역시 존재한다. 오늘은 이처럼 ‘급편성’으로 사람들의 기대를 받지 못하다가 예상치 못하게 대박을 터뜨린 작품들을 모아보았다.

추적자


SBS의 웰메이드 드라마였던 <추적자-THE CHASER (이하 추적자)> ‘땜빵 드라마’로 유명하다. <추적자>의 주연이었던 배우 손현주가 직접 밝힌 바에 의하면 추적자는 땜빵 드라마인 동시에 세 번이나 엎어졌던 작품이라고 한다. 하지만 15일 만에 초고속 캐스팅을 마치고 촬영에 들어갔음에도, 그 흔한 ‘구멍’ 하나 없이 출연진 모두가 합이 착착 맞는 명연기를 선보이면서 시청률 20%를 넘기는 대박을 터뜨렸다. 더불어 손현주는 <추적자>로 그 해 SBS 연기대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해를 품은 달


동명의 인기 로맨스 소설을 리메이크한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은 캐스팅 난항을 겪어 편성이 늦어진 작품이다. 주인공인 한가인과 김수현은 출연을 빨리 확정 지은 편이나, 서브남자주인공인 양명 역을 맡을 예정이었던 주원이 하차하면서 뒤늦게야 정일우가 캐스팅되었다. 보통 사극 드라마는 평균적으로 두 달 전부터 촬영이 시작되는 데에 비해, <해를 품은 달>은 방영 9일 전이 되어서야 첫 대본 리딩을 가질 정도였다. 하지만 첫 회부터 시청률 18%로 순조롭게 출발했고, 마지막 회 시청률은 무려 42.2%를 기록했다.

킬미힐미


<킬미힐미> 역시 캐스팅 난항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드라마이다. 남자주인공이 무려 7개의 인격을 소화해야 하는 어려운 역할이었던 탓에 수많은 톱스타들에게 출연 제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잇따라 거절을 당했다는 후문이 있다. 게다가 동시간대에 방영되는 라이벌작이 톱스타인 현빈과 한지민을 내세운 <하이드 지킬, 나>여서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기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드라마 <비밀>로 흥한 지성-황정음 콤비가 다시 한 번 열연을 펼치면서 엄청난 화제성을 불러 일으켰고, 지성은 그 해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후아유 - 학교2015


KBS 드라마인 <후아유 - 학교 2015>는 원래 드라마 <너를 기억해>의 후속으로 편성될 예정이었으나, <너를 기억해> 보다 앞서 급하게 편성되었다. 주연 배우들 역시 방영 3주 전에야 부랴부랴 캐스팅을 마쳤다. 게다가 ‘주연이 약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그동안 주인공의 아역만 맡아왔던 김소현에 당시엔 인지도가 거의 없다시피 했던 남주혁, 그리고 아이돌 출신인 육성재가 드라마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이었다. 여러모로 기대작이라고는 할 수 없는 조건이었으나, 첫 회 시청률 3.8%에서 마지막 회 시청률 8.2%로 수치를 두 배 이상 끌어올리면서 선전했다.

결혼계약


MBC 드라마 <결혼계약>은 기대작으로 각광받던 <옥중화>의 제작이 밀리면서 땜빵으로 편성된 작품이다. 당초 50부작이 주를 이루는 주말드라마 자리에 겨우 16회 분량으로 편성되는 등, 방영 초반에는 시청자들의 주목을 끌지 못했지만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촘촘한 전개와 연기자들의 호연으로 시청률이 20%를 넘어서는 대박을 터뜨리게 된다. 이에 이서진과 유이는 연기대상에서 동반 최우수상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2013년 작인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사랑해도 될까요>라는 드라마의 편성이 무산되면서 그 자리에 ‘땜빵’으로 급하기 자리한 드라마였다. 하지만 급편성에도 불구하고, 초반 정웅인의 살인마 연기와 이보영의 열연, 이종석의 청량한 비주얼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20%를 훌쩍 넘어서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게 되었다. 해당 작품으로 박혜련은 스타작가가 됐고, 이종석은 주연 배우로 확실히 자리매김했으며, 이보영은 그 해 SBS 연기대상 대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백희가 돌아왔다


KBS 2TV의 4부작 드라마인 <백희가 돌아왔다>는 그야말로 ‘땜빵의 저력’을 보여준 드라마이다. <백희가 돌아왔다>는 여러모로 매력이 많은 드라마였다. 모녀로 나오는 강예원과 진지희의 손발이 착착 맞는 연기 합과 ‘응답 시리즈’의 남편 찾기를 아빠 찾기로 살짝 비튼 소재는 보는 이들의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에 짧은 회차에도 불구하고 단막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두 자리 수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많은 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싸인


한국 드라마계에서 수사물의 새 지평을 연 SBS 드라마의 <싸인> 역시 ‘땜빵 드라마’였다. 싸인의 극본을 담당했던 김은희 작가는 2012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사연을 직접 밝힌 바 있다. “드라마 제작자들이 로맨틱 코미디처럼 안전한 방향만 고수하다 보니 장르물인 <싸인>이 오히려 더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었다. 어찌되었든 당초의 탄생 배경과는 다르게 <싸인>은 방영 내내 화제를 몰고 다니면서 최고 시청률 25.5%를 기록하였다.

란제리 소녀시대


란제리 소녀시대 역시 비교적 짧은 8부작으로 편성되어, ‘땜빵 드라마’라는 인식이 강했다. 게다가 주연들 모두가 거의 무명에 가까운 신인들이어서 편성 초반 당시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1970년대 대구를 배경으로 하여 기성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현 10대들의 공감까지 이끌어내면서 진행될수록 점점 큰 사랑을 받게 되었다. 특히 드라마의 주연을 맡았던 우주소녀의 보나를 비롯하여 채서진, 이종현, 여회현, 서영주 등의 신인배우들은 해당 작품을 통해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다.

죽어야 사는 남자


MBC 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도 ‘땜빵’의 새 역사를 쓴 작품이다. 급작스럽게 편성되긴 했지만, 최민수가 진지함을 내려놓고 코믹극을 제대로 한 판 벌이면서 많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또한 파격적인 엔딩으로 화제의 중심에 떠오르기도 했다. 여러모로 단막극으로서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여준 셈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례적이었던 것은 <죽어야 사는 남자>의 시청률이었다. 해당 작품의 시청률은 15%에 육박하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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