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면을 떠다니는 미세 플라스틱, 이대로 방치해도 괜찮을까?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또 다른 ‘미세’가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전 인류에게 기적 같은 편리함을 제공한 플라스틱에 관한 문제가 스멀스멀 부상하고 있다. 음료수를 마실 때, 물건을 살 때, 비닐 팩에 담긴 간편식을 살 때 우리는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단 하루도 플라스틱 없인 생활할 수 없을 정도다. 세계에서 연간 생산되는 플라스틱 양은 약 3억 톤이 넘는다.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은 우리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지만, 금세 가치를 잃는다. 영국 과학청은 전 세계 바다에 쌓인 폐플라스틱이 현재 5,000만 t이며 2025년에는 1억 5,000만 t이 되리라 예측했다.
자연에 안 좋다는 건 알겠지만, 바다로 흘러들어 간 플라스틱이 인간에게 어떻게 영향을 끼친다는 걸까? 수없이 생산되고, 수없이 버려지는 플라스틱과 미세 플라스틱은 어떤 관계가 있으며, 미세 플라스틱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봤다.
미세 플라스틱은 말 그대로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다.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작게 제조되었거나 기존 플라스틱 제품에서 떨어져 나온 5mm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입자 모두를 미세 플라스틱이라 한다. 그중에서 제품에 활용하려고 일부러 작게 제조된 건 1차 미세 플라스틱이라 하며, 바다에 버려진 페트병과 같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자연에 의해 잘게 쪼개진 것은 2차 미세 플라스틱으로 구분한다.
바다로 유입되어 잘게 부서지면서 생성된 미세 플라스틱도 문제지만, 화장품이나 치약 속에 의도적으로 넣은 미세 플라스틱의 양도 만만치 않다.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보통 세안 효과를 높이기 위한 스크럽 제품이나 바디 워시 등 생활용품의 원료로 제조된 1차 미세 플라스틱 즉, '마이크로비즈'도 문제의 중심에 서있다.
뜨거운 여름, 해수욕장을 가면 수많은 인파와 푸른 바다, 넓게 펼쳐진 모래사장이 우리를 맞이한다. 하지만 우리를 맞이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생활쓰레기들이다. 그중에서도 거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대부분이다. 빨대, 비닐봉지, 라이터, 음식 포장재, 양식할 때 사용하는 부표 등 크기와 모양이 각기 다른, 소명을 다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존재한다. 대부분 플라스틱은 쉽게 분해가 되지 않아 완전히 썩어 없어지기까지는 적어도 수백 년이 걸린다.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약 51조 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해수면을 떠다니고 있다고 알려졌다. 잘 분해도 되지 않는 미세 플라스틱 조각은 해수층, 해저 퇴적물, 심지어 북극의 해빙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바다에 서식하는 동물들이 미세 플라스틱을 먹이인 줄 알고 먹는다는 것이다. 아주 작은 플랑크톤에서부터 해양 포유류까지 미세 플라스틱을 닥치는 대로 섭취하며, 각종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고 소화장애를 일으켜 사망에 이르는 동물들이 매년 발견되고 있다.
무한한 편리함을 가져다줌과 동시에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하는 플라스틱의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우리나라 서해안은 겨울 북서풍을 타고 중국에서 흘러들어온 부표와 플라스틱 쓰레기로 넘쳐난다. 섬 주민들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매일 전쟁을 치른다. 그러나 중국만을 욕할 수는 없다. 일본으로 넘어간 우리나라 플라스틱 쓰레기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글이 적힌 각종 비닐과 페트병이 나뒹굴고,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하는 부표들로 넘쳐난다. 일본의 플라스틱 쓰레기는 저 멀리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에서 손쉽게 발견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 세계 모든 바다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되고 있다. 심지어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해저 싱크홀인 벨리즈 해안의 ‘그레이트 블루홀’에서조차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중요한 것은 커다란 플라스틱 쓰레기는 눈에 보이면 수거라도 할 수 있지만, 태양에 의해 광분해가 이루어지거나 파도에 부서져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잘게 부서진 미세 플라스틱은 거둘 수 없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우리나라 수돗물의 미세 플라스틱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24곳 가운데 3곳의 정수장에서 미량의 플라스틱이 발견됐다고 보고했다. 타임지는 전 세계의 83% 수돗물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김치를 담글 때 많이 사용하는 천일염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돼 우려가 확산됐다. 국립 목포대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시판 중인 국내산과 외국산 천일염 6종 모두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람이 미세 플라스틱 섭취했을 때 생기는 건강 이상 사례나 정확한 연구 결과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따라서 섣부른 염려는 하지 않더라도 경각심을 가져야 할 필요는 있다. 미세 플라스틱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으로 제품을 만들 때는 용도에 따라 다양한 화학첨가물이 들어간다. 음식물 섭취 등을 통해 잘게 부서진 미세 플라스틱이 우리 몸속에 겹겹이 쌓인다면 화학물질도 같이 쌓이기 때문에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아직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영국의 생물학자, 데이비드 반스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생태계 전체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언급했다. 우리는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를 위해서라도 플라스틱 쓰레기를 해결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불편하더라도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고, 플라스틱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개인보다 기업과 정부의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플라스틱 재활용 시 초록색이나 갈색같이 색이 들어간 페트병은 재생 원료로서 질이 떨어져 재활용하기가 어렵다. 이에 정부는 2020년까지 모든 생수와 음료수 페트병을 무색으로 바꿀 방침이다. 또한, 2019년부터 전국 2,000여 곳의 대형마트와 1,000여 곳의 수퍼마켓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이에 대형마트는 채소나 과일을 담는 데 사용했던 속 비닐 사용을 줄여나가는 친환경 정책을 펼치고 있다. '사용을 자제해 달라'라는 문구를 부착하거나 아예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사용 불가'를 안내한 대형마트도 등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과대포장으로 비판받고 있는 과자나 라면의 비닐 감축 정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1950년대부터 대량생산되기 시작한 플라스틱은 인류의 기적으로 취급되었으나 불과 50,60년 만에 불편한 진실로 다가왔다. 우리는 이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쉽게 쓰고, 쉽게 버렸던 시대에서 벗어나 자연과 공생하는 시대를 고민해야 한다.
저작권자 ⓒ 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