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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 May 22. 2020

임금체불한 회사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걸겠대요

임금체불한 회사가 배 째라는 식이에요


사상 최고의 실업률을 달성한 요즘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인구는 점점 줄어드는데, 왜 실업률은 점점 높아지는 것일까? 일부 어른들은 "요즘 청년들이 끈기와 열정이 없어서 그렇다"고 말하는데, 그건 현시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아무렇게나 내뱉은 '꼰대발언'에 가깝다. 실제로 구인구직 사이트를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최저임금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의 연봉을 제공하면서 고(高)스펙 대졸자를 모집한다. 어찌해서 취업을 하더라도 열정페이를 들먹이며 일한 만큼 보상을 해주질 않으니 청년들 입장에서는 일할 맛이 나려야 날 수가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최악인 것은 청년들의 실업률을 이용해 자신의 잇속을 챙기는 악덕사장들인데,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회 초년생인 청년들을 협박하는 등 각종 악행을 부리고 있어 '사회악'으로 불리고 있다. 바로 A씨가 다녔던 B사처럼 말이다.


대학교 3학년인 A씨는 학기가 끝나갈 무렵 학교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학과와 관련된 괜찮은 아르바이트를 발견했다. 그간 주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해왔던 A씨는 전공과 관련된 일자리를 발견하고 지원하기로 마음먹었다. 편집디자인을 하는 회사였는데, 집과 거리도 가깝고 월급도 200만 원이나 됐다. 게다가 초보자도 환영한다고 하니 A씨의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A씨는 냉큼 전화를 걸어 면접을 봤고,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B사에 출근해 업무를 시작했다.


그런데 B사에는 오직 디자인팀만 있었다. 웬만한 회사에는 다 있다는 홍보팀이나 회계팀도 보이지 않았다. A씨는 '원래 이런가?'라고 생각했지만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마음에 드는 일자리를 구한 A씨는 주어진 업무를 성실히 해내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물론 신입사원인지라 가끔씩 실수를 하는 날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점심시간에 일이 터졌다. 이날 A씨는 외근 다녀온 상사를 기다렸다가 함께 점심을 먹었는데, 밥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상사가 먼저 월급 이야기를 꺼냈다. 요약하자면 회사 사정이 조금 어려워졌고 A씨가 신입이기도 하니 월급 200만 원을 다 주기는 어렵다는 말이었다. 구인공고에도, 면접을 볼 때도 이러한 변동 사항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었는데 말이다. 그때까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던 A씨는 'B사에서 자신이 일하는 것을 보고 월급을 조절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했다. "직장생활은 인생의 스펙을 쌓아가는 과정"이라는 상사의 화려한 언변에 넘어간 A씨는 결국 200만 원보다 30만 원 적은 170만 원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A씨의 회사생활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다. 수직적 관계보다 수평적 관계를 지향한다던 상사는 A씨와 A씨의 동기에게 사적인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남자친구는 있는지, 집은 어디인지 한참을 캐묻더니, A씨의 동기가 "○○동에 산다"고 답하자 "거기 부자 동네 아니냐"며 "치킨 떠먹여주는 동네 아니냐"고 말했다. 또 어느 날은 A씨에게 "가방이나 구두 좋아하지 않느냐"고 묻더니, A씨를 사치스러운 여성으로 몰아갔다. 이외에도 기분 나쁜 일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A씨는 불쾌한 농담에 대처하는 자신의 수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넘어갔다.


이후에도 상사는 왜 양치질을 늦게 하느냐, 왜 출근 후에 청소를 안 하느냐, 왜 인사를 제대로 안 하느냐, 왜 자기 말에 대답을 안 하느냐, 왜 업무 중에 이어폰을 사용하느냐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A씨를 괴롭혔다. A씨는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제 태도가 기분 나쁘셨다면 고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지적하신 부분에 대해서 오해가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의 말을 들은 상사는 "지금 나랑 싸우자는 거냐"며 "왜 항상 말투가 그따위냐"고 지적했다. 아침부터 상사에게 한 소리 들은 A씨는 속이 불편했고, 점심시간에 편의점으로 달려가 소화제를 샀다.


그런데 점심시간에 사무실에 얌전히 앉아 있는데, A씨의 동기에게서 연락이 온 것이 아닌가. 동기는 상사가 녹음기를 켜놓고 나갔으니 말조심을 하라고 전했다. A씨가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상사의 자리로 가보니 책상 위에 놓인 스마트폰이 사무실의 모든 소리를 담아내고 있었다. 이날 이후 A씨는 웬만하면 상사를 피해 다녔다. 상사가 먼저 농담을 건네도 몸이 굳어서 반응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22일까지는 열심히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당시 살고 있던 기숙사 측에서 12일까지 짐을 빼서 나가달라고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결국 A씨는 자신을 못살게 굴던 상사에게 사정을 이야기했다. 22일까지 근무를 하려고 했으나 기숙사에서 짐을 빼라고 했다는 점, 친구 집에서 며칠 지내보려고 했으나 열흘까지는 무리가 있다는 점, 사정을 알게 된 부모님께서 본가로 내려오라고 했다는 점 등을 최대한 자세하고 정중하게 설명했다. 그런데 상사는 "일단 알겠다"며 "다음에 자세히 이야기하자"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며칠 뒤 상사는 다른 사람을 고용하려는 모양인지 바빠 보였다. 하지만 A씨의 짐작과 달리 상사는 계속해서 A씨에게 근무를 할 것을 강요했고, A씨는 "죄송하지만 힘들 것 같다"며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상사는 "왜 이렇게 책임감이 없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너보다 더 먼 곳에서 다니는 직원들도 있는데, 너는 왜 못 하느냐"며 A씨를 나무랐다. A씨가 반박을 하려고 해도 상사는 "내 말 들으라"며 "무단결근과 그로 인한 손해는 법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상사의 말을 들은 A씨는 걱정되는 마음에 노무사에게 전화를 걸어 상담을 받았다. 노무사는 "B사에서 소송을 해봤자 얻을 게 없다"며 "아무 일 없을 테니 걱정 말라"고 전했다.


A씨는 노무사의 말대로 12일까지 업무를 했고 부모님이 계신 본가로 내려왔다. 그런데 월급날이 일주일이 지나도 급여가 들어오지 않았다. 혹시 B사에서 잊었나 싶어 따로 연락을 했는데, B사에서는 "어이가 없다"며 "연락하고 직접 찾아오라"고 말했다. A씨의 본가는 B사와 약 5시간 거리에 위치한 곳이라 찾아가기도 어려운데 말이다. 결국 A씨는 고용노동부에 전화를 걸어 해당 사항을 문의했다. 고용노동부 측에서는 이것 또한 위법사항이 될 수 있다며, B사에서 A씨의 통장으로 임급을 지급해야 한다고 답했다.


고용노동부의 답변을 듣고 안심이 되려던 찰나, A씨의 휴대폰으로 한 통의 문자메시지가 전송됐다. 바로 B사에서 A씨를 괴롭히던 상사였다. 문자메시지에는 "무단결근과 그로 인한 손해배상, 법적 소송해드리겠다"며 "부모님께서 관련 서류 보시면 어떻게 반응하실지 궁금하다"고 쓰여 있었다. 이어 "보자 보자 하니까 어디서 배워온 버릇이냐"며 "입 함부로 놀리지 마라"고 적혀 있었다.


문자메시지를 본 A씨는 불현듯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임금체불 문제야 고용노동부에서 도와줄 테니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B사에서 2차적으로 해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됐다. 이때 A씨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고용노동부에 신고를 하고 가만히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B사의 직원과 대면을 해야 하는 것일까? 만약 대면하는 상황이 온다면 A씨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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