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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 Jul 13. 2020

아마추어 배우의 열연으로 호평 받은 영화

아마추어라 더 진솔한 감동을 선사하는 영화 10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불리는 스포츠 경기에서 우리는 때때로 극적인 감동과 쾌감을 느낀다. 이처럼 익숙하지 않은 낯선 스크린 속 이방인에게서 우리는 예상치 못한 감동과 충격을 경험한다. 여러 작품 속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유명 배우들은 오히려 캐릭터로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에 관습과 규칙, 형식을 스스로 탈피하고 신박함을 추구하기 위해 감독들은 새로운 얼굴을 찾아 나선다. 위험한 모험이 될 수도 있지만, 각고의 노력으로 뜻밖의 감정을 이끌어내 관객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비전문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 10편을 선정했다.

난민소년 ‘가버나움’


‘가버나움’ 캐스팅 디렉터의 눈에 띄어 영화에 첫 출연하게 된 자인 역의 자인 알 라피아는 시장에서 배달 일을 하던 실제 시리아 난민 소년으로 영화 속 자인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었다. ‘가버나움’ 속 자인의 삶을 실제 살아온 소년이었기에 비전문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진정성 있는 연기가 관객들을 감동시켰다. 언론과 평단 역시 배우들의 연기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캐릭터와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기 위해 캐스팅에 심혈을 기울인 나딘 라바키 감독은 길거리 캐스팅과 오디션을 통해 자인 외에도 라힐, 요나스, 사하르 등 주요 캐릭터를 비전문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자인 알 라피아는 제12회 아시아태평양스크린어워드에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멕시코 여성 ‘로마’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는 제91회 아카데미(외국어영화상, 감독상, 촬영상)과 제76회 골든글로브(외국어 작품상, 감독상), 제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황금사자상) 등 각종 영화제에서 수많은 상을 휩쓸며 압도적인 호평을 받은 영화로, 두 멕시코 여성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가족애를 그린 작품이다. 주연 클레오 역에 캐스팅된 얄리차 아파리시오는 멕시코 주 시골에서 교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던 비전문 배우로 단 한 번도 연기를 배워 본 적이 없는 사실이 공개돼 화제가 됐으며, 아카데미 시상식 사상 첫 원주민 출신 후보자라는 기록을 세웠으며, 타임지가 선정한 2018 최고의 연기 TOP 10에 올랐다. 이외에도 클리오의 절친 아델라 역시 비전문 배우이자 얄리차의 실제 절친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인디밴드 커플 ‘원스’


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수상한 영화 ‘원스’는 아름다운 음악과 배우들의 자연스런 연기로 호평을 받았던 음악 영화의 거장 존 카니 감독의 작품이다. 영화에서 ‘남자’를 연기한 글렌 한사드는 실제로 아일랜드 인디밴드 ‘더 프레임스’의 보컬 및 기타리스트이다. 존 카니 감독의 제안으로 음악 작업에 참여하게 된 글렌 한사드는 이 과정에서 연기까지 맡게 됐다. '소녀' 역의 마르게타 이글로바 역시 비전문 배우로 글렌 한사드가 소개해 오디션을 통해 영화에 합류, 둘은 이후 실제 연인으로 발전했다. 

12살 소년 ‘아무도 모른다’


1988년 일본 도쿄에서 일어났던 "스가모 아동 방치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일본 영화다. 당시 충격적인 실화를 스크린에 옮겨 화제가 됐으며, 여기에 첫째 아키라를 연기한 야기라 유야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발굴한 비전문 배우라는 사실이 공개돼 더욱 관심을 끌었다. 당시 야기라는 12살의 나이로 오디션을 통해 주연에 캐스팅돼, 2004년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 칸 영화제 최연소 남우주연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야기라 유야는 최연소 수상자라는 타이틀에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아 약물 과다복용으로 실려가는 등 방황했으나, 2010년 결혼 이후 안정을 되찾아 연기에 복귀해 현재 연기 활동 중이다.

미국 빈민층 소녀 ‘플로리다 프로젝트’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세계적인 휴양지 올랜도 외곽에서 펼쳐지는 미국 빈민층의 조숙한 여섯 살 소녀 무니와 그녀의 천방지축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따뜻한 현실 영화로 국내 평론가들은 물론 관객들의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특히 무니의 엄마 핼리를 연기한 브리아 비나이트는 연기 경험이 전무한 비전문 배우이다. 비전문 배우와의 촬영을 선호하는 션 베이커 감독은 우연히 패션사업을 운영하던 SNS 스타 브리아 비나이트의 인스타그램을 보게 됐고, 직접 메시지를 보내 오디션을 제안해 영화에 합류하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무니의 친구 젠시와 스코티를 연기한 어린 배우들도 연기 경험이 전무했다. 발레리아 코토(젠시 역)는 마트에서 엄마와 함께 쇼핑을 하던 중에 오디션 제안을 받았고, 크리스토퍼 리베라(스쿠티 역)는 가족과 함께 도로 모텔에 살고 있던 아이였다고 한다.

하류인생 ‘앤젤스 셰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


위스키 오크통 밑바닥에 가라앉은 찌꺼기처럼 사회의 밑바닥 삶을 사는 네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앤젤스 셰어는 2012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영화에서 주인공 로비 역을 맡은 폴 브래니건은 실제로 어린 시절 폭력에 시달렸으며, 감옥을 전전, 사회봉사를 하던 중 시나리오 작가인 폴 래버티에게 캐스팅됐다, 그는 첫 연기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그대로 녹여낸 완벽한 연기로 스코틀랜드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청소부 등 아마추어 배우들이 출연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자유문방 매력적인 걸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


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의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들의 노래’는 주요 배우들을 길거리 캐스팅하며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과감한 타투 등 자유분방한 매력적인 사샤 레인은 플로리다 해변에서 휴가를 즐기다가 감독과 우연히 만나게 됐고, 호텔에서 간단한 오디션을 통해 데뷔하게 됐다. 이전까지 연기 경험은 물론 카메라 앞에 서 본 경험도 전무했지만 이 데뷔작으로 순식간에 할리우드와 패션계가 주목하는 라이징 스타로 급부상했다. 이외에도 영화에서 미국 횡단에 나선 멤버들도 길거리 캐스팅으로 발탁됐는데, 이 같은 과감한 결정 덕분에 길 위의 젊음이 더욱 현실감 있게 연출될 수 있었다.

30대 네 친구 ‘해피아워’


런닝타임이 무려 다섯 시간이 넘는 ‘해피 아워’는 30대 후반에 접어든 네 친구가 스스로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를 연출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네 주연 배우 모두를 비전문 배우로 섭외했다. 네 주인공에 맞춰 완성된 각본은 이혼, 외도 등 각각의 이유로 인생의 회의를 느끼는 네 인물의 고민을 자연스럽게 담았다.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네 주연배우가 공동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길거리 ‘루나’


영화 ‘루나’는 여주인공 ‘루나’가 자신이 속한 무리가 폭행한 ‘알렉스’를 사랑하게 되면서 생기는 복잡한 감정을 그려낸 서스펜스 로맨스 영화다. 기존의 남녀 관계를 비틀어 여성을 가해자로 남성을 피해자로 그렸다. 이 어려운 역할을 소화해낸 배우 레티샤 클레망은 연기 경험도 연기 공부도 전혀 해본 적이 없던 배우다. 엘자 디링거 감독은 길거리 캐스팅된 레티샤 클레망을 오디션에서 보자마자 주인공임을 느꼈다고.

청각 장애우 ‘트라이브’


농아 기숙학교에 들어간 10대 소년이 교내 폭력 조직(Tribe, 트라이브)에 휘말리며 서서히 파멸해가는 성장을 그린 영화다. 대사와 자막, 음악 없이 오직 수화로 진행되는 파격적인 형식의 ‘트라이브’가 생소한 방식에도 깊은 몰입감을 이끌어낼 수 있던 이유는 배우들의 사실적인 연기 때문이다. 미로슬라브 감독은 생생한 감동을 위해 연기 경험이 전무한 청각 장애우들을 캐스팅해 그들만의 강렬하고 살아 숨쉬는 움직임을 관객에게 전달하려 했다. 청각 장애인 비전문 배우 캐스팅은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거의 일 년 동안 진행했다. 촬영 당시 아마추어 배우들로부터 진솔한 연기를 끌어내기 위해 일상생활과 분리하는 규율을 만들고 끊임없는 리허설을 진행한 덕분에 아름다운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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