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무비에 비해 통쾌함이 두 배!
한동안 히어로무비가 극장가를 점령해왔다. 물론 지금도 화려한 영상미와 통쾌한 액션을 자랑하는 히어로무비의 인기는 식지 않은 상태이다. 그리고 그 인기에 힘입어 히어로무비와 정반대의 길을 걷는 ‘안티히어로’를 내세운 작품들도 덩달아 사랑을 받고 있는 추세이다. ‘안티 히어로’란 말 그대로 히어로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히어로처럼 초능력에 버금가는 능력을 지녔음에도,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정의도 신념도 아무렇지 않게 저버리는 인물들을 말한다. 그럼 오늘은 이처럼 매력적인 안티히어로를 내세운 영화 열 편을 함께 만나보도록 하자.
영화 <데드풀>은 마블코믹스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데드풀은 전직 특수부대 출신의 용병으로, 사고를 통해 불멸의 몸으로 거듭나면서 사회 정의 구현보다는 철저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안티히어로서의 활동을 펼쳐 나간다.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선혈 낭자한 잔혹한 액션, 그리고 난무하는 음담패설과 비속어는 보는 이들에게 색다른 쾌감을 선사한다. 특히 <데드풀>의 주연을 맡은 라이언 레이놀즈는 원작의 광팬을 자처하면서 캐릭터의 매력을 살려내는 데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놈은 본디 안티 히어로가 아닌 악당에서 출발한 캐릭터이다. 인기 시리즈인 <스파이더맨>에서 외계 생물체 ‘심비오트’에 감염되어 스파이더맨에 맞서는 악역으로 등장한 것이 캐릭터의 기원이었다. 그래서 베놈을 앞세운 솔로무비의 등장은 더욱 새롭게 느껴졌다. 마블 역사상 최초의 ‘빌런 히어로’였기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개봉 후 ‘안티히어로보단 히어로에 더 쏠린 것 같다’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그래도 시리즈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 톰 하디의 매력만큼은 어마어마했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2005년 개봉작인 영화 <콘스탄틴>은 태어날 때부터 혼혈천사와 혼혈악마를 구분할 수 있는 존 콘스탄틴의 액션활극이다. 작중에서 존 콘스탄틴(키아누 리브스 분)은 자신의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현세에 존재하는 악의 존재들을 지옥으로 돌려보내는 퇴마사로 활동한다. 즉, 존 콘스탄틴이 움직이는 동기 역시 세상을 구원하기 위한 것과는 거리가 먼 셈이다. 그의 목표는 오로지 ‘스스로의 천국행’ 뿐이다. 술과 담배에 찌들어 폐암에 걸린 콘스탄틴은 죽어서 승천하는 과정에서조차 자신의 천적인 악마 루시퍼에게 서슴없이 가운뎃손가락을 날리면서 안티히어로서의 매력을 마음껏 뽐낸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는 ‘국가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개인의 자유를 말살시키는 전체주의에 맞서는 안티히어로 ‘브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브이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 활동하는 히어로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 행적은 사실 선한 영웅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여주인공인 이비의 각성을 위해 그녀를 납치하여 감금시키는 것마저 서슴지 않는, 냉혹하면서도 계획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그의 목적에는 공익적인 면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원한도 포함되어 있다.
흔히 천사와 악마는 선과 악을 대변하는 존재로 등장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영화 <헬보이>의 주인공인 헬보이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한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지옥에서 소환된 ‘악마 히어로’라는 점에서 차별화되어 있다. 또한 선한 목적을 위해 소환된 존재이기는 하나, 보여주는 행적들은 선함과는 거리가 멀다. 이처럼 독특한 매력을 지닌 안티히어로를 내세운 영화 <헬보이>는 지난 2004년도에 개봉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버전과, 2004년작을 리부트한 2019년작 <헬보이>로 나뉜다.
영화 <킥애스 : 영웅의 탄생>에는 아주 독특한 속성의 안티히어로가 등장한다. 그 주인공은 바로 소녀 안티히어로인 ‘힛걸’이다. 힛걸은 외양만 보면 아직 초등학교는 졸업했을까 싶을 정도로 어리고 여려 보이지만 이미 날 때부터 인간 병기로 길러졌음은 물론, 걸쭉한 욕설도 차지게 뱉을 줄 아는 안티 히어로의 전형이다. 영화 <킥애스> 시리즈의 인기는 8할 이상이 보라색 가발을 쓰고 등장하여, 스치는 곳마다 초토화를 시켜버리는 힛걸의 매력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스터리한 여고생 구자윤(김다미 분)을 둘러싼 음모를 담아낸 액션 영화 <마녀> 역시 안티 히어로의 문법을 충실히 따르는 작품이다. ‘인간 병기’를 생산하는 프로젝트의 실험체로서 세상 빛을 본 주인공은 작품의 중후반까지도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여고생의 면모만을 보여주다가, 목적 달성을 목전에 두고 나서야 압도적인 파괴력을 보여주면서 폭주한다. <마녀> 속 구자윤은 그 어마어마한 능력치를 제외하고도, 이제껏 국내 영화에서는 잘 찾아볼 수 없었던 여성 안티히어로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할리우드 배우 윌 스미스가 주연을 맡은 2008년작인 <핸콕> 역시 안티히어로 무비로 손꼽힌다. 보통 휘황찬란한 초능력을 보여주는 히어로무비, 안티히어로 무비들에 비해 <핸콕>의 주인공인 핸콕은 굉장히 현실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다 좋은 일 하자고 벌인 일인데, 악당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건물을 초토화 시켜버려 시민들로부터 항의를 받는다거나, 노숙자나 다름없는 흐트러진 생활 때문에 주변에서 손가락질을 받는다거나 하는 식이다.
<어벤져스>의 한 축을 맡고 있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인물들도 안티 히어로에 가깝다. 애초에 우주를 떠도는 범죄자를 모아 결성한 조직이 다름 아닌 ‘가오갤’이었으니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셈이다. 그들의 행보 전반이 모두 ‘어찌하다 보니’ 의기투합하게 됐고, 또 ‘어찌하다 보니’ 악당을 물리치고 우주를 구하게 된 식이다. 또한 주인공인 스타로드는 작중에서 “방금 내가 되게 영웅 같았어!”라는 대사를 내뱉을 정도로, 인물들 모두가 스스로가 영웅이라는 자각이 전혀 없다.
한국 관객에게도 친숙한 배우인 데인 드한이 주인공으로 분한 영화 <크로니클> 역시 대표적인 안티히어로 무비로 손꼽힌다. 극중 데인 드한이 맡은 앤드류는 가정 폭력범인 아빠에게 학대를 받으면서 병에 시달리는 엄마까지 간병해야 했던 인물로, 어느 날 우연히 정체불명의 물체의 에너지에 휩쓸려 초능력을 얻게 된다. 그러나 앤드류는 갑자기 생긴 초능력을 세상을 구하려 하기보단 오히려 자신을 괴롭히던 인물들에게 복수를 행하는 데에 사용하면서, 서서히 세상을 파괴시켜나간다.
저작권자 ⓒ 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