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가 나도 너무 나는 걸
수많은 사랑 중에서도 가장 가슴 아픈 사랑 중에 하나인 짝사랑. 나를 바라보지 않은 상대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다. 특히 짝사랑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시작 되어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면 이미 너무 깊게 빠져버리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알아채지 못했지만 남들이 보기엔 너무나도 티 나는 짝사랑에 빠졌다는 증거들을 모아 보았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성친구처럼 편하게 장난치던 사이인데, 어느 날 갑자기 예전처럼 대하는 게 어색해졌다. 그 사람과 나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라고 아무리 고민해 봐도 정답은 짝사랑에 빠졌다는 것 밖에는 없다. 보통 이런 경우는 친한 사이로 오랜 시간 지내다가 특정 행동이나 상황 때문에 저 아래에 감춰있던 마음이 재빠르게 수면 위로 올라온 케이스가 많다. 남녀 사이에는 친구가 없다라는 희대의 난제와 맥락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통 친한 사이를 깨트리고 싶지 않아 자신의 마음을 끝까지 숨기려는 경우가 많다.
밥은 잘 먹고 있는지, 수업 중에 졸고 있진 않은지, 음료수는 뭘 사먹는지 나도 모르게 자꾸만 눈이 그 사람을 쫓게 된다. 그러다가 눈이라도 마주치게 되면 화들짝 놀라며 괜히 먼 산만 바라보기 일쑤. 보통 잘 모르는 사이거나 아는 사이더라도 몇 번 말해 본 적 없는 안 친한 사이인 경우가 대부분 이 케이스이다. 그렇다고 대놓고 다가가서 말 걸기엔 부끄럽고 부담스러워 먼발치서 그저 바라만 보기만 하는 당신. 삐- 100% 짝사랑에 빠지셨습니다.
길을 걷다가, 밥을 먹다가, 심지어 자기 직전 침대 위에 누워서도 그 사람 생각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 짓게 된다면? 그 사람이 정말 너무 웃긴 사람이라 누가 들어도 배꼽 빠지는 유머를 구사하는 것이 아니라면 당신은 짝사랑에 빠진 것이 틀림없다. 이 때 지어지는 웃음은 ‘푸하하’와 같은 박장대소 아니라 ‘피식’이나 ‘헤헿’과 같은 느낌으로 어딘지 모르게 몸이 베베 꼬이는 듯한 베시시한 웃음이다. 아마 그 사람이 별 것 안하고 그냥 서 있기는 모습만 봐도 당신은 웃음이 날 것이다. 이미 헤어나오기 힘든 짝사랑에 푹 빠져버렸으니.
"원래 저렇게 예쁘고 잘생긴 사람이었나” 있는지도 몰랐던 존재감 0이었던 사람이 어느 순간 엄청난 존재감을 내뿜으며 내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면? 필히 짝사랑을 의심해 봐야 할 것이다. 전에는 몰랐는데 어느 순간 보니 외모도 성격도 분위기도 꽤 괜찮아 보인다. 그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이 하나 둘씩 눈에 들어오게 되고 어떻게 지내나 한 번 더 들여다보기도 한다. 보통 이런 경우는 자신이 그 사람을 신경 쓰고 있다는 것 자체를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짝사랑 중이란 것을 뒤늦게 깨닫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다.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위해 애쓰게 되는 당신을 발견하게 된다면 이제 짝사랑을 인정하는 것이 좋다. 그 사람의 동선을 파악해 마주칠만한 곳을 마주칠만한 시간대에 지나가는 치밀함은 마음이 없는 사람에게선 절대 나오지 못하는 고난이도의 기술이다. 우연이 반복되면 운명처럼 느껴진다는 말이 있듯이 자꾸만 우연처럼 마주치면서 처음엔 일상 대화로 시작해 나중엔 밥 약속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동안의 노력과 계산이 필요하지만 나름대로 자연스럽게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스킬이다.
짝사랑에 빠졌다는 증거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은 바로 그 사람이 하는 행동 하나, 말 하나에도 감정이 오락가락하는 나를 발견 할 때이다. 상대방은 그렇게 큰 의미를 가지고 한 행동이 아닐 확률이 높지만 나도 모르게 ‘이 행동은 도대체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 거지?’ 스스로 묻고 대답하면서 확대 해석하게 된다. 조금만 친절하고 다정한 모습을 보이면 혹시 그 사람도 나에게 마음이 있는 건가 희망을 품기도 하고, 찰나의 모습을 보고 혼자 상처 받기도 한다. 보통 이런 경우 혼자서 마음고생을 심하게 하고 짝사랑의 아픈 추억을 가져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항목에 해당된다면 하루 빨리 스스로를 다독이며 짝사랑에서 헤어 나오는 것을 추천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비롯해 카카오톡 프사까지. 그 사람이 하는 모든 SNS란 SNS는 다 섭렵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락날락 거린 다면? 빼도 박도 못하는 프로 짝사랑꾼이 틀림없다. 새로운 글이 올라오는지 안 올라오는지 어떤 사람과 연락을 주고받는지 오늘은 어디서 뭘 했는지 등등. 그 사람과 직접적인 연락을 하기엔 어렵고 애매한 사이인 경우 주로 이렇게 SNS를 공략하는 케이스가 많다. 애가 타는 마음을 그나마 조금이라도 진정시켜주기에는 효과적이지만 그 만큼 자극적이고 중독성이 강해 한 번 찾아보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는 게 단점이다.
왜 그렇게 주변에 이성이 많은 건지! 또 왜 그렇게 만나는 이성마다 친절하게 대해 주는 건지! 나 아닌 다른 이성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볼 때 마다 저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무언가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그 사람과 내가 특별한 사이도 아니기 때문에 직접 가서 뭐라고 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기에, 함께 있는 이성과 도대체 어떤 사이인지 온 몸의 센서를 가동해 추측하기 시작한다. 가끔씩은 질투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현타를 느끼는 경우도 더러 있다.
참 예뻐! 진짜 잘생겼어! 근데 성격도 너무 좋다? 게다가 센스까지! 나도 모르는 사이 친구에게 그 사람의 칭찬을 줄줄이 늘어놓고 있었다면? 당신은 이미 짝사랑에 퐁당 빠졌을 수도 있다. 보통 이런 경우는 친구가 “너 그 사람 좋아하니?”라고 묻기 전까진 여러 차례 칭찬을 한 것 자체도 깨닫지 못할 확률이 높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안 예쁜 구석이 없어 그 누구라도 이 마음을 좀 알아줬으면 하는 그 간절함이 칭찬으로 순화되어 나오는 건 아닐까.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칭찬을 하는 덕분에 친구마저도 그 사람을 친근하게 느낄지도 모른다.
사랑에 빠지면 세상의 모든 달달한 노래가 내 노래 같고, 헤어지면 세상의 모든 이별 노래가 내 노래 같다고 했던가? 짝사랑도 마찬가지다. 절절하게 가슴을 울리는 짝사랑 노래들을 듣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가슴 한 켠이 아려오는 느낌이 든다. 평소 같았으면 진부하고 유치하다고 넘겼을 가사들도 모두 공감 100% 수치를 보이며 한 글자 한 글자 마음 깊숙이 박혀 오는 것만 같다. 특히 짝사랑 노래는 슬픈 멜로디와 가사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노래를 듣다가 덩달아 우울해지는 경우도 많으니 조심할 것.
더욱 다양한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