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벌써 삼 분의 일은 지났다. 가족들은 자고 나 혼자 소리를 한껏 줄인 티브이로 제야의 종소리를 들었던 게 지난주 같은데, 벚꽃이 피고 지더니 이젠 반팔로도 길을 걷는다. 돌이켜보면 4개월이 일주일같다.
교사로 밥 벌어먹은 지도 11년이 흘렀다. 그동안 나를 스쳐간 학생과 동료의 얼굴들을 떠올려보면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러갔나 신기하고 애틋하다. 그 얼굴들이 어찌 변했을까 떠올려보면 왠지 모르게 닭살이 돋는다. 11년이라는 단어만 보면 길 것 같은데 지나온 11년은 찰나였다. 요즘은 시간 가는 게 너무 빠르게 느껴져서 시간기차라도 탄 것 같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 빨라진다는데, 도대체 얼마나 더.
우리 집 개를 처음 만났을 땐, 한 살 반을 조금 넘었을 때였다. 사람 나이로 하면 스무 살이 채 되지 않았을 때. 넓은 들판에 가서 3시간을 뛰어놀아도 낮잠 한 번 자고 나면 "또 나가줄 거지?" 두 눈을 반짝였다. 기껏 열심히 산 정상을 찍고 와서도 터그놀이를 해달라며 수건을 물고 왔다. 그럼 나는 너덜거리는 팔과 다리로 열심히 큰 개 입에 물린 수건을 흔들고 당겼다.
이제 우리 개는 5살 즈음되었다. 사람 나이로 하면 마흔 살 정도 되었으려나. 이제 한 시간 정도 열심히 뛰고 오면 깊이 잔다. 아침에 한 시간, 저녁에 한 시간 산책하고 밤에 데리고 나가면 오줌만 싸고 금방 집에 가잔다. "더 놀자." 목줄을 당겨도 현관 앞에 앉아 꼼짝을 안 한다. 옛날이랑 다르게.
"확실히 나이가 들었나 봐."
남편과 자주 큰개의 나이 들어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 시간을 걷고도 또 걷고 싶어 하던 몇 년 전의 네가 생생한데, 부쩍 피곤해하는 너를 볼 때마다 너의 시간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시간기차에 타 있다면, 너는 시간로켓을 타고 저 멀리 날아가고 있는 건지.
대형견들의 평균수명은 10년 언저리를 말한다. 우리 개는 벌써 다섯 살이 되어간다. 돌아보면 1년, 3년, 6년 흘러있던데 네가 너무 빨리 나이 들어버릴까 속상하고 무섭다. 나의 하루와 너의 하루가 달라서, 나는 겨우 마흔 살 즈음되었을 때, 너는 한 생을 다 살아내었을까 봐 두렵다.
너의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아까워하며, 매일매일 최선을 다해 본다. 안아주고, 사랑한다 말하고, 쓰다듬고, 네가 재밌어하는 곳을 가고, 맛있는 걸 먹이고. 너의 시간을 행복과 기쁨으로 채워보려고 노력한다. 나보다 너무 빨리 늙어버리는 너를 안타까워하며.
너의 죽음은 너무 코 앞인 것 같다. 그래서 너와 함께 하는 시간들이 기쁜 만큼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