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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짓는하루 Jul 23. 2021

자취하는 직장인이 매일 밥을 해 먹는 이유

하루 동안 고생한 나를 위한 집밥으로 몸과 마음을 치유 / 카레 레시피

     <자취할 때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요리, 카레>                          레시피 하단 참조

자취하는 8년 차 직장인인 나는 퇴근하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집밥을 해 먹는다. 회사에서 집까지는 편도 한 시간. 퇴근하고 집에 오면 피곤해서 그대로 눕고 싶지만, 앞치마부터 매고 부지런히 밥상을 차린다. 매일같이 요리를 하는 내게 주변 사람들은 늘 묻는다.


"어떻게 매일 그렇게 밥을 해 먹어요? 피곤하지 않아요?"


밥 해 먹는 게 피곤하지만, 밥을 해 먹으면 피로가 풀린다고 대답해준다.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는 회사에 적응하기 바빠 정성스럽게 끼니를 챙겨 먹기 어려웠다. 직장인으로 처음 살아가다 보니, 일도 사람도 쉽지 않았다. 기쁜 날도 있지만 힘든 날도 많고, 눈물 콧물 흘리는 날도 있었다.


그럴 때 나를 위로해준 건 퇴근 후 먹는 맵고 자극적인 배달음식이었다. 매운 음식에 주먹밥, 계란찜 조합은 언제나 최고니까. 배고프고 고단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정신없이 먹었고, 양 많은 배달음식은 언제나 조금이라도 남기 일쑤였다. 음식물 쓰레기와 플라스틱 포장 용기를 처리하는 게 몹시 귀찮았다. 거의 매일 시켜먹으니 나가는 돈도 만만치 않았다. 그에 비해 사회 초년생의 월급은 턱없이 적었는데 말이다.


늦은 시간 자극적인 음식을 먹은 후 소화도 채 시키지 않고 잠들어 항상 속이 쓰렸고, 배탈이 났다. 매운 음식의 단계는 점점 높아졌다. 내 머리는 더 매운 것을 원했다. 덕분에 위염과 장염을 달고 살았고, 위염 약을 항상 가지고 다녔다. 병원에 가면 늘 만성 위염이라고 했다.


그때도 종종 집밥을 해 먹었지만,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날이 훨씬 많았다. 어느 날 문득, 배달음식을 먹는 것으로 마음을 채우는 한편, 몸이 상하고 스트레스 받는 스스로가 서글퍼졌다. 그래서 밥을 차렸다. 별거 없지만 갓 지은 밥에 된장국, 간단한 반찬 하나 만들어 나를 위한 정성을 담은 밥상을 차린 것이다.


"내가 회사 다니느라 바쁘고 피곤해서 매일 배달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고, 자극적인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데, 돈 벌어서 결국 내 몸을 상하게 하고 있구나, 나는 왜 돈을 버는 거지? 돈 벌기 너무 힘들다"라는 생각이 "오늘 하루도 애쓴 나를 위해 건강하게 집밥을 차려먹으니까 열심히 시간을 보내고 온 스스로를 위로해주는구나, 마음이 힐링된다! 내일도 힘내서 열심히 살아보자"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배달음식이 나쁜 게 아니었다. 나를 병들게 하던 건 나의 잘못된 생각과 늦은 시간 자극적인 음식을 과식한 후 소화시키지 않고 잠드는 생활 습관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집밥을 조금씩 해 먹기 시작하고, 밥 해 먹는 게 습관이 되며 그 빈도를 늘려가다 보니 어느덧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다. 쌀을 씻고, 채소를 썰고 찌개를 끓이는 그 순간에 집중하다 보면, 복잡한 머리도 한결 가벼워졌다. 설거지는 여전히 귀찮지만 말이다.


곁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 혹은 그 누군가 나를 챙겨주고 위로해주는 것도 좋지만, 항상 그럴 수 없다. 내 몸과 마음의 건강은 결국 스스로 챙겨야 한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나를 위할 줄 알아야 한다. 돌이켜보면, 사회 초년생 때부터 몇 년 동안은 적응하고 자리잡기 바빠 나를 챙길 여유가 부족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누구나 애쓰며 살아간다. 다만 힘든 것을 억지로 빠르게 고치기 위해 너무 애쓰기보다는, 서서히, 아주 조금씩이라도 나를 사랑하는 방법과 습관을 하나 만들어보면 어떨까. 그게 꼭 집밥이 아니어도 말이다.


*카레 레시피

1) 만드는 법 : 식용유 혹은 버터를 넣어 감자, 호박, 양파, 당근을 비롯한 집에 있는 채소와 고기 등을 넣어 볶는다. 재료가 다 익어갈 무렵 물을 넣고, 카레가루를 조금씩 풀고 저어가며 끓여낸다. 완전히 끓기 시작하면 5분 정도 살짝 더 끓인 후 불을 끄고 맛있게 먹는다.


2) 요리 팁 : 고기가 없으면 생략, 채소 역시 있는 것만 넣어도 된다. 나는 항상 집에 있는 재료 위주로 요리를 하기 때문에 호박과 당근만 넣거나 양파만 넣고 만든 적도 있다. 식용유류 대신 버터를 넣을 경우, 버터는 너무 많이 넣으면 느끼해지니 조금만 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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