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잃은 건 돈이 아니라, 나였다

by 어벤준


사람들은 말했다.

“돈은 다시 모으면 되잖아.”


하지만 그 말은 이상하리만큼 위로가 되지 않았다.

내가 잃은 건 단지 숫자가 아니었다.


그 안엔 시간과 감정, 자존심,

그리고 지난 몇 년간의 노력이 함께 담겨 있었다.


어느덧 마흔을 넘긴 나는,

하나둘 자리를 잡아가는 친구들을 보며

이따금 스스로를 위로했다.


‘나도 괜찮은 삶을 살고 있는 거야.’


하지만 투자 실패 이후,

나는 점점 작아졌다.


이전에는 같은 출발선에 있다고 믿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한참 뒤처졌다는 생각만 들었다.


‘이 돈이면 할 수 있었을 것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좋은 집, 좋은 차,

조금은 더 여유로웠을 나의 삶.


누군가의 희망이었을 그 돈이,

내게는 후회와 상처로 남아 있었다.


숨이 막히는 날도 있었다.


나는 나 자신을 원망했고,

한때 희망으로 가득했던 내 모습조차 미워졌다.


어느 새벽,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차트를 붙잡고 있다가

결국 손절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그 직후, 종목은 급등했다.

불과 몇 분 만에,

수천만원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온몸이 얼어붙고,

마음은 무너졌다.


나는 운동화를 집어 들고

겨울 새벽의 공원으로 무작정 뛰쳐나갔다.


“왜 나만 이렇게 어리석었나, 왜 나는 이렇게밖에 못하나…”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가며, 그저 숨이 가빠올 때까지 달렸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고,

얼어붙은 눈물은 볼에 그대로 남았다.


뛰쳐나오기 전, 현관문 앞에서 멈췄다.

“한 바퀴만 돌고 올게.”

당황한 듯한 아내의 눈빛이 마지막으로 스쳤다.

그 눈빛이, 오히려 더 아프게 가슴에 박혔다.


그럼에도,

나는 멈출 수 없었다.


아이를 지켜야 했고,

가족을 지켜야 했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버텨야 했다.


버티려 애쓰는 동안,

어느새 술과 더 가까워졌다.

술은 잠깐이나마 고통을 잊게 해주었고,

나는 그 틈에 간신히 숨을 돌렸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애썼다.


비록 다시 오르지는 못했지만,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애썼다.


그 사실만으로도

나는 나 자신을 조금은 위로할 수 있었다.


나는 손실을 복구하고 싶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존재를 복구하고 싶었다.


투자에 성공하면

나는 뭔가 이룬 사람처럼 느껴졌다.


똑똑하고, 앞서가고,

세상의 흐름을 읽는 사람처럼.


하지만 실패하는 날에는

누구에게도 필요 없는 사람처럼

마음이 가라앉았다.


문제는,

돈 그 자체가 아니었다.


그 돈 위에

말없이 눌려 있던 건,

내 자존심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잿더미 속에서

다시 나를 찾아야 했다.


작가의 이전글6장. 숫자 속에서 길을 잃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