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숫자 속에서 길을 잃다

by 어벤준

하루에도 수십 번,

수익률을 확인하고 시세창을 들여다보고,

다시 열고, 또 닫았다.

익숙한 일상이었다.


특히 수익이 크게 났을 땐,

그 순간의 희열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세상을 정복한 것 같은 착각에 빠졌고,

손끝 하나로 세상을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은

묘한 자신감이 밀려왔다.


몸 안에서 무언가 끓어오르는 듯했고,

내가 선택한 모든 것이 옳았다는 확신이

가슴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어느 순간부터 숫자는 더 이상 나에게

희망이 되어주지 못했다.


어제보다 조금 올라도 기쁨은 짧았고,

내려가는 순간, 마음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기분은 오직 ‘돈’이라는 자극에만 반응했고,

나는 점점 무감각해지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내 하루는

숫자의 등락에 따라 좌우되기 시작했다.

아침의 기분도, 저녁의 표정도

마치 주가 차트처럼 들쑥날쑥해졌다.


살아간다기보다는,

누군가의 기준에 맞춰

계속 시험을 치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회사에서, 사회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내 안의 나조차 나를 평가하고 있었다.


성과, 실적, 숫자들만이

내 가치를 대신 말해줬고,

나는 그 안에서 방향을 잃었다.


수많은 차트와 숫자들 사이에서,

나는 더 날카로워졌고,

동시에 더 쉽게 부서졌다.


익숙해지지도, 무뎌지지도 않았다.

그저 매일같이 출렁이는 감정의 물결에 휩쓸려

떠밀리듯 살아가고 있었다.


기쁨은 오래 머물지 않았고,

상실감은 늘 그 뒤를 바짝 따라왔다.


감정은 매 순간 반응했고,

나는 어느새 그 흐름을

스스로 다스릴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매일 오르고,

매일 무너졌다.

숫자 하나에 올라가고,

숫자 하나에 주저앉는 삶.


결국, 나의 하루는

내가 아닌 ‘시장’이 결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삶 속에서,

나는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한때는 세상이 열리는 듯했던 그 순간들도

이젠 잠시 스쳐 가는 신기루처럼 느껴졌다.


끝없이 오르고 내리는

수익률의 궤적 위에서,

나는 내 감정도,

내 중심도,

서서히 놓아가고 있었다.


이제서야 조금씩 알 것 같다.

문제는 투자 방식에 있지 않았다.

문제는, 나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에 있었다.


결국, 가장 깊은 손실은

통장 잔고가 아니라,


내 안의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