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랑 캉테 감독의 <클래스>(2008)는 제61회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수작이다. "도시 후미진 곳의 한 고등학교. 프랑수아와 동료 교사들은 문화적 충돌과 불량기가 팽배한 곳에서 수업을 준비한다. 어떠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프랑수아는 학생들에게 그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격려와 존중을 내보이고 마침내 그 들의 마음을 얻는다."(영화제 소개글)
1. 카메라 움직임 : 영화 전체와 마지막 장면의 대비
이 영화는 마지막 20여 초 정도의 장면을 제외하고, 2시간 내내 핸드헬드(hand-held) 기법으로 촬영되었다. 핸드헬드란 카메라를 손에 들거나 어깨에 메고 촬영하는 것으로 화면이 흔들려 보인다. 이는 현실감, 긴장감, 불안감 등의 정서를 만들고, 관객으로 하여금 역동적이고 생생한 이미지를 느끼게 만든다. 학교라는 공간은 학생과 선생님으로 가득 차 생동하고 떨린다. 그래서 긴장되고, 불안하며, 살아 움직인다.
반면, 마지막 20여 초의 장면은 화면의 흔들림 없이 고정(fix)하여 촬영되었다. 학교가 방학을 맞이하여 학생과 선생님이 모두 떠나자 흔들림이 멈춰버린 것이다. 고요하고 안정돼 보인다. 하지만 학교라는 곳의 목적인 학생과 선생님이 부재하자 공간은 무의미해졌다.
이 작품은 프랑수와 베고도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다큐멘터리와 픽션을 혼합한 형식으로 제작되었다. 감독은 이러한 장르적 특성을 강화하기 위해 특별한 기법을 추가하였다. 첫째,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핸드헬드를 사용하여 현장감을 주었다. 둘째, 하나의 숏을 길게 찍는 롱테이크(long-take)를 자주 사용하여 공간에 사실성을 주었다. 셋째, 종종 줌인(zoom-in)을 사용함으로써 수업을 먼발치의 시선으로 관찰하는 느낌을 주었다.
2. 미장센 :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변론하는 장면
교실에서는 수업하는 선생님이 왼쪽에 홀로 서 있고, 학생들은 오른쪽이 줄지어 앉아있다. 학생들은 제 자리에 앉아서 한쪽 방향으로 교사를 볼 수밖에 없다. 공간 속 배치 자체만으로 교사에게 힘이 있는 것이다.
반면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말실수를 하여 갈등한 뒤, 교실 밖으로 나갔을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선생님과 학생 모두 같은 눈높이에 서 있다. 선생님은 여러 학생에게 둘러싸여 있고, 햇살이 강해서인지 학생들의 인상이 심하게 찌푸려져 있다. 선생님을 지적하는 학생들은 너무 당당하고, 선생님의 변론은 안쓰럽기 짝이 없다. 힘의 균형이 완벽히 뒤바뀐 것이다. 학생들은 약하지 않다.
3. 180도의 법칙 위반 : 수업 중, 수업 후의 모습
이 영화의 수업 장면은 다큐멘터리와 같이 한쪽 벽에서 관찰하는 시선을 유지한다. 선생님은 왼쪽에 학생은 오른쪽에 있다. 객관적이며 수동적이며, 마치 수업을 참관하는 학부모라도 된 것처럼 객관적이며 수동적인 자세로 상황을 바라보게 된다. 또한 롱테이크로 수업 상황을 차분히 묘사하면서, 관객이 자연스럽게 몰입하도록 만든다.
하지만 종이 치고 수업이 끝나자, 감독은 180도의 법칙을 어겨 교실을 낯설게 만들어 버린다. 영화에는 180도의 법칙이라고 하여 관객이 영화 속 공간의 방향성을 인식하게 하기 위한 가상의 선이 있다. 쉽게 말해 한쪽 방향에서 찍기로 했다면, 특별한 이유 없이 반대편으로 넘어가 찍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 법칙을 어기면 공간의 연속성이 깨져 관객은 낯선 감정을 느끼고 몰입이 깨지게 된다.
수업이 끝나고 문제 학생을 잡아 개인적인 질문을 하는 장면에서, 관객은 수업과 전혀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된다. 수업과 쉬는 시간의 공간적 연속성이 한 컷 차이로 순식간에 깨지듯, 수업에서 보이는 학생의 모습과 일상 속 학생의 모습은 전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