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핀첨 교수의 저서 '재미란 무엇인가'의 표지에는 '일상에서의 일탈, 짜릿함, 즐거움, 흥분을 주는'이라는 문구가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다음 문구인 '재미의 사회학'의 사회학이 원제이다. 표지만 보고 책을 샀다면 마케팅의 승리다!
"재미있지 않은 것은 독이다!"
우리는 어떤 경험을 타인에게 설명할 때 흔히 "재미있었어"라고 말한다. 그래서 "뭐가 재미있었어?"라고 묻는다면, 다시 말해 재미있었던 경험에 대해 재미를 빼고 설명하라고 하면 그때부터 복잡해진다. 그만큼 '재미'라는 것은 정의하기 어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언제 '재미'를 느낄까? 재미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몇 가지만 교집합 되더라도 재미는 성립된다. 규범 이탈, 책임으로부터 자유, 타인과의 상호작용, 정체성 부여, 기분전환, 보상, 접근성, 자발성, 규칙이나 관계에 대한 이해 정도, 몰입 등 다양하다.
재미-놀이
유년기의 아이들은 놀이에서 재미를 느낀다. 놀이가 단순히 재미를 위한 것이라면, 게임은 규칙이 있는 놀이이다. 이러한 놀이와 게임의 공통적으로 '몰입'을 요구한다. 어린아이들은 도무지 재미없는 것들에는 몰입을 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재미와 놀이를 서로 같은 개념으로 여긴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 그 둘은 분리된다. 어른들에게는 재미없는 놀이도 가능하고, 놀이 없는 재미도 가능하다.
재미-가벼움
아이들은 사춘기를 지나면서 유년기에 느꼈던 재미가 유치한 것이라고 생각하여 외면한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면 다시 그 유치함을 되찾는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난 뒤에는 어릴 때만큼 강렬한 재미의 경험을 하기란 쉽지 않다. 내가 원하는 것보다 원하지 않는 필요한 일들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미-직장
직장이라는 환경에는 기본적으로 '재미'를 구성하는 요소가 별로 없다. 이해득실에 따라 불평등하게 분배된 업무에 따라 권력이 차별화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책에서는 동료와의 농담, 권력에의 반항, 업무 외 휴식시간이나 놀이 등이 직장에서의 재미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요인이었다.
지금의 삶이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많은 사람이 '그렇다'라고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의 삶이 '재미'있냐고 묻는다면 '글쎄'가 많을 것이다. 누군가는 일은 일대로 의미와 보람을 찾고 퇴근 이후와 주말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일 자체가 재미있어야 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그러나 흔히 말하는 '덕업 일치'의 삶은 일종의 일탈일지도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려고 하면 극복해야 할 두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현상학적 재미
재미는 행복, 휴식, 몰입, 순간, 근심 없음, 잊어버림, 유대감, 웃음, 가벼움, 따뜻함, 희열감 등의 속성을 담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와 상호작용 속에서 유지되고 강화된다.
그리고 그 재미는 기억 속에서 소환되고 회상될 때 새로운 의미를 찾는다. 과거의 사진을 보거나 SNS에 글을 올리는 게 재미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재미가?
이 책은 재미에 대해서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않는다. 하지만 명확한 질문은 던진다. 바로 인간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한 명언을 재해석하자면 "당신이 무엇을 즐기는지 말해다오. 그러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주겠다."라는 말이다!
어른이 된 뒤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언제 가장 재미있지?"라는 질문을 가볍게 여긴다. 하지만 재미를 통해 살아있음을 느끼지 못한다면 어딘가 단단히 잘못된 것이 아닐까. 저자의 말로 마무리하고 싶다. "재미있는 삶을 살아보고자 한다면 먼저 재미가 무엇이며 정확히 어떤 감정인지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