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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당(Padang) 음식은 처음이지?

사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 른당이 있어 그나마

표정이 밝지않다. 딸은 세상 다 산 표정으로 닭다리를 바라본다.
빠당음식은 반찬과 요리를 작은 접시에 담아 한 상으로 낸다.
상도받은 유명한 집. 접시를 외부로 진열해놨다. 사람도 꽤 많았다.

아이들의 표정이 어둡다. 생전 처음 먹어본 수마트라 전통음식 빠당(nasi padang). 우리나라 한 상차림과 비슷하지만, 먹은 만큼만 계산하면 된다. 한 젓가락이라도 손댄 것만 계산하고 나머지는 물린다. 우리나라와 먹는 방식은 비슷하지만, 비주얼이 좀 난해하다. 다른 건 손도 못 대고 만만한 닭튀김을 집어 들었는데, “엄마 닭이 눅눅해”라며 울상이다. 30여 분이 지나자, “먹을수록 맛있네”라고 한다 (여전히 닭만 빨고 있다). 맞다. 빠당 음식은 그 맛에 먹는다. 육해공에서 온 재료, 같은 재료라도 다양하게 양념한다. 내 맘대로 이것저것 섞어 먹어볼 수도 있다.

“다양성 속의 조화”라는 인도네시아라는 국가 특성을 대표적으로 반영하는 음식이다.

아들이 마지막엔 ‘른당’에 꽂혔다. 한 입만 먹어보고 맛없으면 뱉으라고 했는데, 짜다고 손사래를 치더니 중독성 있는 맛이라며 작게 잘라달라고 한다. 밥을 넉넉히 함께 먹어야 맛있다. 우리나라 장조림, 갈비찜에 코코넛 밀크의 고소함이 감돈다. 소위 “애들 입맛”에 맞다.


남녀노소 입맛은 세계 어디나 한결같은 모양이다.

른당, 어떤 음식이길래?

른당은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보양식으로 손꼽힌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 보양식을 먹을까?



전국이 적도를 휘감고 있는 지리적 위치 때문에 연중 더운 인도네시아에서는 당연히 보양식으로 '평소에도' 즐겨 먹는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최고의 보양식 중 하나로 꼽는 음식은 CNN에서도  '세상에서 최고로 맛있는 음식'으로도 꼽은 <른당>이다.


우리나라 갈비찜보다 더 깊고 진한 맛에 질감은 더 부드럽다. 른당은 단순히 보양식이 아니라, '구호음식'이기도 하다. 자연재해가 잦은 인도네시아에서는 갑작스럽게 생활의 기반을 잃고 의식주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몇 달, 몇 년을 버텨야 하는 저소득자들이 많은데, 이들의 원기회복을 위해 른당을 구호음식으로 보낸다.


아무리 재난 상황이라도 인구의 88%가 무슬림이다 보니, 구호음식마저도 가려먹어야 하니 조심스럽다. 그러나 른당이라면 누구나 믿을 수 있는 음식이기 때문에 영양만점 구호물자로 애용되는 식품이다.


른당의 조리법은 간단하지만, 엄청난 인내와 정성을 요한다. 엄격한 할랄 규정에 따라 소고기를 오랜 시간 코코넛 밀크에 넣어 조리하는데, 보통 24시간을 쉼 없이 젓는다.


수마트라에 대지진이 났을 때, 현지 상황을 보도하는 신문에 구호단체들이 붉다 못해 새 빨간 르당을 나눠주는 사진이 인상적이었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갈색과 검은색 건축 쓰레기가 나뒹구는 모습을 뒤로하고 붉은색 음식이 대조를 이루는 사진이라 어렸을 때지만 인상에 깊이 남았다. 당시 큰 피해를 입은 수마트라 파당(Padang) 사람들이 워낙 매운 음식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붉은색이 주는 활력과 에너지가 이재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더 했을 거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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